일리노이대 시카고캠퍼스 4학년 멀린 루, NBC5 인터뷰서 범행 시인
“트럼프 항의였다…인종차별 아냐” 주장에 경찰·FBI 혐오범죄 수사
By 박영주 | news@onglfree.com | 시카고오늘
JUN 16 2026. TUE at 6:40 AM CDT
일리노이대 시카고캠퍼스 4학년생 멀린 루(21)는 십자가 위에 MAGA 모자를 올려 트럼프 행정부에 항의한 것이며 인종차별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연방수사국은 방화 및 혐오범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화) 시카고 그랜트파크(Grant Park)에서 십자가가 불타올랐다. 1세기 넘게 인종차별과 증오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장면이었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 속 인물은 웃통을 벗은 채 불타는 십자가에서 달아나고 있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남성을 두고 시카고 경찰은 방화 수사를, 연방수사국(FBI)은 혐오범죄 가능성을 살펴왔다.

NBC시카고는 사진 속 인물을 21세 대학생으로 특정했다.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캠퍼스(UIC) 4학년에 재학 중인 멀린 루(Merlin Lu)다. 그는 직접 인터뷰에 응해 범행을 인정했다.
루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십자가 꼭대기에 빨간 모자를 올렸다고 밝혔다. “MAGA 모자, 즉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 모자를 의미하려고 빨간 모자를 올렸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한 운전자가 촬영한 영상에는 모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십자가가 인종차별의 상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심각성은 몰랐다고 했다. “역사적 맥락은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내 행동이 인종적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비칠 수 있는지는 몰랐다”며 “내 항의는 인종이나 성별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루는 자신을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출신이라고 밝혔다. 2022년 뉴쿠아밸리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재학 시절 테니스 선수로 활동한 영상도 남아 있다.

그는 지난주 NBC에 범행 책임을 인정하는 영상을 보냈다. 영상에서 그는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고, 불쾌감을 느낀 이들에게 사과했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루는 십자가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설명했다. 지난주 화요일 오후 니어웨스트사이드(Near West Side)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나무 판자를 그랜트파크까지 옮겼고, 윗부분에 빨간 모자를 씌운 뒤 라이터 기름과 화장지로 불을 붙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MAGA 기독교 민족주의 지지자’와 트럼프 행정부 ‘지배층’에 항의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사회에서 돈이 의료와 교통 등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시카고 경찰과 연방수사국은 사건 발생 이후 그의 달아나는 모습이 담긴 사진으로 전단을 배포하며 신원 확인에 나섰다. 시카고 경찰은 이 사건을 방화로 분류했다.
멀린 루는 자신의 행위가 혐오범죄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절대 혐오범죄가 아니다. 그렇게 해석된 이유는 이해하고, 그 점은 사과한다. 하지만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루는 부모가 자수를 권하며 변호사 선임을 제안했으나 거절했다고 전했다. 자수를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지만, 경찰이 먼저 그를 찾아낸다면 그가 고민할 필요는 없어진다.
[해설] 십자가 방화는 왜 ‘혐오의 상징’인가

불타는 십자가는 미국에서 큐 클럭스 클랜(KKK)이 흑인과 소수자를 위협하는 데 사용해 온 대표적 증오 상징이다. 1915년 무성영화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이 KKK를 미화하며 십자가 방화 장면을 담아 이 이미지가 널리 퍼졌다. 용의자가 어떤 의도를 주장하든, 공공장소에서의 십자가 방화는 연방 차원에서 혐오범죄로 다뤄질 수 있다.
@2026 박영주의 시카고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