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땅콩’ 작가, 국경수비대 단체촬영 법적 대응

“파시스트 미국의 상징” 반발… 시카고 공원 단체도 강력 비판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November 14, 2025. FRI at 7:41 PM CST

국경수비대 시카고 땅콩 촬영
지난 10일 시카고의 ‘더 진'(The Bean) 앞에서 국경 수비대 요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그렉 보비노 국경수비대 사령관 X(옛 트위터)

우리에게 ‘시카고 땅콩’으로 잘 알려진 시카고를 상징하는 조각상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일명 더 빈)’ 앞에서 미국 국경수비대(US Border Patrol) 요원들이 무장한 채 단체 사진을 찍은 사건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작품의 창작자가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며, 시카고 공원 보호 단체도 “공공 공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시 당국에 대응을 촉구했다.

<관련기사> ‘땅콩’ 앞 국경수비대  집단 촬영…시카고 조롱 논란 

더 빈의 창작자 아니쉬 카푸르(Anish Kapoor. 71) 영국 조각가는 가디언(The Guardian) 인터뷰에서 “이 장면을 보고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며 “거리 상인 납치, 문 부수기, 최루가스 사용 등은 파시스트 미국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가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며, 국경수비대 요원들을 “나치 SS 부대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카푸르는 과거 전국소총협회(NRA)의 무단 홍보 사용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전력이 있어, 이번 사건에서도 상업적·정치적 오용 금지 조항을 근거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데일리 비스트(Daily Beast)는 카푸르가 보비노 사령관에게 “더 빈에 다시 오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아트넷(Artnet)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강화 속에서 예술 작품이 PR 도구로 악용된 사례”라며 국제적 논란을 예고했다.

시카고 공원 보호 단체 ‘프렌즈 오브 더 파크스’(Friends of the Parks, FOTP)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공원은 평화와 안전의 공간”이라며 이번 사건을 “매우 충격적”이라고 규탄했다.

FOTP 집행이사 브라이언 글래드스타인은 “시카고 전역 600곳이 넘는 어느 공원에서도 주민들이 위협을 느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이 리틀 빌리지 구호를 외친 것은 공포를 조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카고시와 공원 당국에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를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카고 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공원 당국은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FOTP는 추가 시위나 청원을 검토 중이다.

X(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양측 의견이 팽팽하다. 일부는 “국경수비대가 안전하게 일하는 걸 응원한다. ICE(이민세관단속국) 화이팅!”이라며 지지했으나, 다수는 “공공 예술품을 정치 쇼에 이용한 행위”라며 비난했다. 블록 클럽 시카고 계정은 “이민 단속 후 더 빈에서의 사진 촬영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4천 회 이상 조회됐다.

한편, 지난 10일 오전 6시 30분경, 밀레니엄 파크 내 더 빈 앞에 표식 없는 SUV 수십 대가 주차된 채 약 30~40명의 무장 국경수비대 요원들이 모여들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블록 클럽 시카고(Block Club Chicago) 사진기자 콜린 보일(Colin Boyle)이 현장을 담았다.

콜린 보일 기자는 “새벽에 갑자기 무장 요원들이 몰려와 공원 분위기를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이민자 커뮤니티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연방 요원들은 단체 사진을 찍으며 ‘치즈’ 대신 ‘리틀 빌리지’(Little Village)를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리틀 빌리지는 멕시코계 이민자 커뮤니티가 밀집한 지역으로, 최근 주말 동안 최루 가스 발사 등 국경수비대와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2025 박영주의 시카고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