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 “임시 체류자는 본국 돌아가 신청” 지침에 수십만 명 출국 우려 확산
국토안보부 “자격 갖춘 신청자 영향 없어”…전문가는 “합법 이민 지연 여전”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May 30 2026. SAT at 10:38 PM CDT

미국 영주권(그린카드) 신청 절차를 대폭 제한하는 듯한 정부 지침이 거센 반발을 부르자, 트럼프 행정부가 주말 들어 그 파장과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데 나섰다.
“본국 돌아가 신청하라”…USCIS 지침에 이민 사회 충격
지난 22일 미 이민서비스국(USCIS)은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을 상당수 이민자에게 제한하는 내용의 새로운 정책 지침을 발표했다. 미국 고용주나 가족의 후원을 받아 영주권을 추진하는 이민자가 미국에 체류한 상태에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신분 조정(adjustment of status)’ 제도를 사실상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이민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USCIS 대변인은 “미국에 임시로 체류하면서 영주권을 원하는 사람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신청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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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학·의료계까지 비상…전문직 인력도 불똥
이 발표는 이민자 사회뿐 아니라 기업과 대학, 의료계에도 즉각적인 우려를 불러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수십 개국을 대상으로 여행 및 입국 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주권 신청자들이 미국을 떠난 뒤 해외에서 수개월 또는 수년간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미국 내 기업들이 고용한 외국인 전문직 인력과 연구원, 의사, 교수, 엔지니어 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용 기반 영주권 절차를 진행하던 신청자들이 미국 내에서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해외 영사관 심사로 전환될 경우, 업무와 가족생활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DHS, 주말 새 진화…”새 규정 아닌 기존 법 재설명”
논란이 커지자 국토안보부(DHS)는 주말 동안 한발 물러선 설명을 내놓았다. 국토안보부는 지난주 발표된 지침이 “새로운 규정이 아니라 오랜 법과 정책을 다시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정책은 정당하고 적법하게 자격을 갖춘 어떤 외국인의 영주권 취득도 막지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국토안보부는 CBS에 보낸 성명에서도 “이 정책은 법을 지켜 온 우수한 자격의 신청자와 숙련 전문가들에게는 눈에 띄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토안보부는 일부 신청자들이 결국 미국 내 USCIS가 아닌 해외 국무부 영사 절차를 통해 영주권을 신청하게 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비록 행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신청자가 미국 밖에서 절차를 밟도록 압박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핵심은 법 개정 아닌 ‘심사관 재량권’ 확대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핵심이 법률 개정이 아니라 USCIS 심사관들의 재량권 확대에 있다고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USCIS 최고 법률 책임자를 지낸 린든 멜메드는 CBS뉴스 인터뷰에서 행정부가 주말 성명을 통해 지침의 적용 범위를 다소 좁히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USCIS 심사관들이 과거에도 신청자의 자격을 개별적으로 판단해 왔지만, 이번 지침은 그 재량권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USCIS는 이번 정책 메모에서 신분 조정을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행정적 은혜'(administrative grace)이자 ‘예외적 구제'(extraordinary relief)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심사관들은 신청자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 영주권 절차를 진행하도록 허용할 만큼 충분한 사유가 있는지까지 폭넓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
멜메드는 이번 지침이 여전히 이민 신청자와 변호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길 것으로 전망했다. 신청자들은 앞으로 미국을 떠나지 않고 국내에서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입증하기 위해 추가 자료와 설명을 제출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기저의 정책은 여전히 합법 이민 절차를 늦출 수 있지만, 적어도 행정부의 수사적 표현은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호한 ‘자격 기준’…판단은 결국 심사관 손에
논란은 특히 국토안보부가 사용한 ‘정당하고 적법하게 자격을 갖춘 신청자’라는 표현에 집중되고 있다. 이 표현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어떤 신청자가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지 최종 판단은 결국 USCIS 심사관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신분 조정 제도는 미국 내 신청을 기본 원칙으로 두고 결격 사유가 있을 경우 신청을 거부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이번 지침은 미국 내 신청을 허용받아야 하는 사유를 신청자가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국토안보부는 국익에 부합하거나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우수 인력에 대해서는 계속 재량적 혜택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국익이나 경제적 기여도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향후 심사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학생·교환연수 비자 더 취약…소송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특히 유학생(F-1)이나 교환연수(J-1), 관광(B-1/B-2) 비자 소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H-1B 전문직 취업비자나 L-1 주재원 비자처럼 이민 의도를 일정 부분 인정하는 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의회 입법이 아닌 행정지침 형태로 시행됐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USCIS가 내부 정책 변경만으로 기존 신분 조정 제도의 운영 방식을 사실상 바꿀 수 있는지를 둘러싸고 향후 법적 소송과 추가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미국 내 영주권 신청이 전면 금지됐느냐가 아니라, 신청 절차를 승인받기까지의 재량 심사가 크게 강화될 수 있느냐에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말 들어 진화에 나섰지만, 이민자 사회와 기업들은 여전히 실제 심사 현장에서 어떤 기준이 적용될지 우려를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English Summary]
The Trump administration is downplaying a green card policy change that sparked fears hundreds of thousands of immigrants might have to leave the U.S. to continue their cases.
DHS said the USCIS guidance merely restated “longstanding law and policy” and would not stop qualified applicants from obtaining green cards.
Experts said the policy will still slow legal immigration and burden applicants, despite the softened messaging.
@2026 박영주의 시카고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