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바이든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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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언 변호사
김영언 변호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작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한국을 전혀 배려하지 않아 고국과 동포사회에서 배신감을 느낀 분들이 많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만나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겠다고 확언하였고, 현대차 그룹은 그의 방한 기간에만 조지아주 서배나 전기차 공장,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 걸쳐 모두 105억 달러, 한화 약 1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응해 3,69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전기차 확대를 위해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주되 그 대상을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자동차로 제한했고, 현대와 기아차는 모두 전기차를 아직 한국에서 생산하기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지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2023년형 북미 조립 전기차 모델 31개를 발표했고, 현대 기아차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민법도 그렇습니다. 친이민 정책을 기대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예상과 달리, 지난 2년여 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은 의미있는 친이민 정책은 거의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불체자 구제 대사면 법안은 임기 첫번째 법안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50대 50으로 갈린 상원에서 중도파 의원 단 1명을 설득하지 못해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전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비하면 크게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하지만, 실제로 트럼프 시절 반이민정책은 그 준비과정에서 언론에서만 시끄러웠을 뿐 실제 취업이민과 가족초청 이민문호는 계속 최고로 좋은 상태였고 비숙련 이민을 포함하여 취업이민 영주권이 대부분 2년 정도면 승인되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취임 이후 연방노동부의 조치로 일단 LC(Labor Certification)이라 하는 취업이민의 1단계 처리기간이 길게는 1년 정도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작년초부터는 3순위 비숙련 이민에 우선일자가 도입되어 지금은 전체 심사기간이 4년 넘게 걸리는 상황입니다.

이번 주 2023년 4월 비자블루틴이 발표되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그동안 10년 넘게 사실상 문호가 없었던 영주권자의 결혼배우자 카테고리(F2A)가 2020년 9월로 승인 가능일(Final Action Date)이 후퇴하였습니다. 그동안 사실 시민권자의 결혼 배우자와 같은 속도로 길어야 1년이면 나오던 영주권이 이번달 이민문호에 따르면 3년은 걸린다는 말입니다. 다만 참고로 최종심사기간이 그렇다는 말이고, 현재로서는 I-485 접수는 되는 것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종교이민(EB4)는 더욱 충격적입니다. 종교이민의 경우 단지 I-360과 I-485 절차가 분리되어 있어서 시간이 더 걸렸을 뿐, 한동안 대기기간이 별도로 있었던 적은 드물었습니다. 4월 비자블루틴은 2018년 9월을 승인 가능일(Final Action Date)로 대폭 후퇴시켰기에 이대로라면 종교이민은 I-360 청원을 받아두더라도 I-485 영주권신청서를 이민국에 접수할 때까지 약 4년 반을 기다렸다가 결국 최종 심사기간은 5년이 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종교비자(R-1)의 최장기간이 5년이기 때문에, 종교비자의 별도 연장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영주권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합법 근로조차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발표한 셈입니다. 해당되시는 분들은 취업이민 2순위로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민변호사로서 특히 비숙련 이민이 장기화 되면서 의뢰인들의 곤란한 사정을 많이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바이든의 배신’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게 되어 마음이 아픕니다. 우선은 이민국과 국무부가 매달 발표하는 비자블루틴이 참 골치 아픈 문제네요. ‘바이든의 선물’이라는 글을 쓰게 되는 날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김영언 변호사 (법무법인 미래 ryan@mirae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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