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닛 높아지자 가슴 강타·노면 충돌… 사각지대도 두 배로
NYT 분석 “2016~2024년 3천 명, 차 크기 그대로였다면 살았다”
By 박영주 | news@onglfree.com | 시카고오늘
JUN 22 2026. MON at 9:33 PM CDT
📌 기사 요약
미국 보행자 사망자 수가 2009년 이후 약 75% 늘었고, 뉴욕타임스는 대형 픽업·SUV 확산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보닛이 높은 차량은 보행자의 가슴을 들이받아 노면으로 쓰러뜨리고, A필러와 큰 보닛이 운전자 시야의 사각지대를 키운다.
분석에 따르면 차량 크기가 2002년 수준에 머물렀다면 2016~2024년 약 3천 명이 목숨을 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도로는 수십 년간 보행자에게 점점 더 안전해지고 있었다. 그 흐름이 2009년 무렵 뒤집혔다. 이후 해마다 숨지는 보행자 수는 약 75% 불어났다.

스마트폰, 음주운전, 주의 분산 운전 같은 익숙한 원인들이 그동안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차량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별다른 검증을 받지 못했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연방·업계 자료와 그동안 분석된 적 없는 차량 치수 데이터를 파고든 결과, 대형 픽업과 SUV의 확산이 중요한 변수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 추정으로는 지난 25년간 차량 크기가 비슷하게 유지됐다면 매년 보행자 200~400명이 죽지 않았다. 최근 증가분의 약 10%에 해당한다.
큰 차가 더 치명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보닛이 높고, 사각지대가 넓다.
일반 세단의 보닛은 보통 2피트 반(약 76㎝) 아래다. 차가 보행자의 무게중심 아래, 즉 하체를 치면 사람은 보닛 위로 튕겨 올라간다. 보닛은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돼 있어 오히려 덜 치명적이다. 반면 현대 픽업의 보닛은 평균 4피트(약 122㎝)에 육박한다. 이 경우 차는 보행자의 가슴 높이를 들이받고, 사람은 보닛보다 훨씬 단단한 노면으로 쓰러진다. 그다음 픽업이 그 위를 지나간다.
충돌 재현 업체 포렌식록(Forensic Rock)의 숀 해링턴(Shawn Harrington)은 “낮은 속도에서도 보행자가 앞으로 튕겨 나가 처참한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며 “운전자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보행자의 머리가 바퀴 밑에 깔린다”고 말했다.
오늘날 일반 승용차의 보닛 높이는 약 3피트(약 91㎝)다. 키가 5피트 6인치(약 168㎝)보다 작은 사람, 즉 미국 성인의 약 절반은 충돌 시 노면으로 내동댕이쳐질 위험이 크다. 어린이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높은 보닛만 문제가 아니다. 차체가 커지면서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지 못하게 막는 사각지대도 함께 커졌다. 뉴욕타임스가 3차원 스캐너로 쉐보레 실버라도, 포드 F-150, GMC 시에라, 토요타 타코마의 1990년대 모델과 현재 모델을 비교한 결과, 실버라도의 사각지대는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시에라와 타코마는 약 60%, F-150은 약 25% 커졌다.
실제 사례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76세 샬린 매캘리스터(Charlene McAlister)는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좌회전하던 램 1500 TRX(Ram 1500 TRX) 픽업에 치여 숨졌다. 그의 키는 5피트가 채 안 됐고, 픽업의 보닛은 최소 4피트였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운전자는 큰 보닛과 사이드미러에 시야가 가려 그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물론 차량 크기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포드 대변인 마이크 레빈(Mike Levine)은 “대형 차량을 보행자 사망의 원인으로 돌리는 것은 도로 설계 같은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자동 긴급제동 같은 보행자 감지 기술이 부상 빈도를 35% 줄였다는 연구를 제시했다.
다만 보험경제연구소(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시험에서는 대형 차량의 자동제동 장치가 충돌을 일관되게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인기 차종 설명서조차 악천후, 고속 주행, 노면 그림자, 어린이 크기의 보행자 등에서 안전 기술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형 픽업과 SUV는 미국 자동차 산업 이익의 사실상 전부를 책임진다. 풀사이즈 픽업의 평균 판매가는 7만 달러로 세단의 두 배다. 제조 비용은 크게 높지 않은데도 소비자는 훨씬 비싼 값을 치른다. 포드가 2017년 100만 대 넘게 팔던 세단을 5년 만에 10만 대 미만으로 줄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2009년 연방 규제 당국은 전복 사고 사망을 줄이기 위해 차량 지붕이 무게의 세 배를 견디도록 의무화했다. 많은 제조사가 A필러를 더 두껍게 만들었고, 운전자는 안전해졌지만 보행자는 더 위험해졌다. 2022년 교통부 볼페센터(Volpe Center) 연구진은 규제 당국에 대형 차량의 사각지대 위험을 경고했으나, 한 고위 관계자가 데이터를 반박하면서 회의는 아무 대책 없이 끝났다.
[English Summary]
U.S. pedestrian deaths have surged about 75% since 2009, and a New York Times analysis points to the spread of large pickups and SUVs as a key cause.
Taller hoods strike pedestrians in the chest and knock them onto the pavement, while bigger A-pillars and hoods enlarge drivers’ blind zones.
The analysis estimates roughly 3,000 lives could have been saved from 2016 to 2024 if vehicles had stayed their early-2000s size.
@2026 박영주의 시카고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