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 정책 ‘탈시민화’ 공세… “여행조차 두려워” 불안 고조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November 15, 2025. SAT at 8:53 AM CST
/도움=Grok

시에라리온 내전으로 피난 온 난민 출신 다우다 세세이(44)는 15년 전 루이지애나에 도착한 후, “규칙을 지키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는 약속에 매달려 귀화했다. 충성 서약을 할 때 그는 “이제 미국이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이 재개되면서, 세세이와 수백만 귀화 시민들은 시민권이 ‘모래 위의 성’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한다. 대규모 추방 작전과 탈시민화(denaturalization) 위협이 파급 효과를 일으키며, 귀화인 커뮤니티에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
“여행조차 두려워”… 개인적 공포의 사례들
귀화 시민들의 불안은 추상적이지 않다. 세세이는 이제 국내 여행 시에도 여권을 챙겨 다니며, 리얼 ID(연방 신분증)를 들고 있어도 국경수비대나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심문을 우려한다.
“마스크 쓴 연방 요원들이 시카고나 뉴욕에서 단속할 때, 미국 시민도 실수로 잡혀간다”며, 그는 최근 두 차례 ICE에 억류된 한 시민의 소송을 언급했다.
실제로, 2025년 6월 뉴욕 이민 법정에서 ICE 요원들이 멕시코 출신 귀화 시민을 ‘불법 체류자’로 오인해 체포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어머니가 출생증명서를 제시했음에도 48시간 억류됐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2025년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시 시장 당선인 조란 맘다니(34) 시민권을 공개적으로 위협한 일이다. 우간다 태생으로 젊은 나이에 귀화한 맘다니는 민주사회주의자로,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서 “그의 시민권이 합법적인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맘다니는 “정치적 반대 의견 때문에 시민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게 무섭다”고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이 사건은 단순한 발언이 아닌,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서 제안된 ‘반미적 행위자’ 탈시민화 기준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뉴멕시코주 상원의원 신디 나바(38)도 비슷한 공포를 공유한다. 불법 체류자로 자란 그녀는 오바마 시대 DACA(서류미비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로 보호받은 후 결혼으로 귀화했다.
나바는 “귀화인들이 예전처럼 안심하지 못한다. 안전망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역 커뮤니티에서 “가자 전쟁 반대 시위 참여로 시민권을 잃을까 걱정하는 귀화인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뉴저지 이민 변호사 긴타레 그리가이테는 “트럼프 취임 첫날 행정명령 이후 클라이언트 문의가 폭증했다”며, 첫 임기 때 탈시민화 소송을 이긴 경험을 바탕으로 “귀화 과정이 합법적이면 두려워할 필요 없지만, 가정적 시나리오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2025 회계연도 상반기, 시민권 신청 승인 건수는 68만 건에 달하지만, 신청자들이 ‘재심사로 초대된 조사를 두려워해’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탈시민화 공세,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나?
이 불안의 뿌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 급변에 있다. 2025년 1월 20일 취임 직후, 트럼프는 ‘대규모 추방 작전’(Operation At Large)을 지시하며 ICE 요원 1만 명 이상을 국경으로 재배치했다. 이는 2024년 대선 공약으로, 연간 100만 명 추방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법무부(DOJ)는 6월 메모를 통해 ‘범죄나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탈시민화 우선순위를 높였다. 첫 임기 때 70만 명을 조사해 1,600건 소송을 목표로 했던 수준을 넘어, 2025년 7월 기준 2,500건 이상을 검토 중이다.
이 정책은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된다. 미국 헌법 원안에는 ‘시민’ 정의가 없어, 1790년 최초 귀화법은 ‘자유 백인’만 대상으로 했다. 남북전쟁 후 14조 수정헌법으로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이 도입됐으나, 1924년 이민법은 아시아인을 배제했다.
1952년 인종 제한 철폐, 1965년 이민법으로 국가별 비자 평등화가 이뤄졌지만, 정치적 힘에 따라 시민권이 박탈된 사례가 반복됐다. 1923년 대법원 판결(미국 대 바가트 싱 틴드)로 인도계 數십 명이 탈시민화됐고,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 12만 명이 강제수용됐다.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 역사학자 스티븐 칸트로위츠 교수는 “시민권은 프랑스 혁명 전통에서 유래한 ‘평등’ 개념이지만, 정치 권력이 그룹을 배제할 때 무너진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책은 오바마 시대 ‘귀화 사기 조사’(Operation Janus)를 확대한 형태로, 2025년 4월 무장 군인 1만 명을 국경에 투입하며 ‘반미’ 라벨을 확대 적용했다. 미 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 보고서에 따르면, 이로 인해 귀화 신청이 20% 감소할 수 있으며, “민주주의 기반을 흔든다”고 비판했다.
“배신감 느껴”… 커뮤니티 반응과 전망
세세이는 “충성 서약한 미국이 변했다. 가슴에 손 올릴 때 느꼈던 그 미국이 아니다”라고 한탄했다. 뉴욕 기반 이민권 단체 ‘내셔널 파트너십 포 뉴 아메리칸스’의 니콜 멜라쿠 대표는 “이건 신청자를 위축시키는 공포 전술”이라며, 가자 전쟁 반대 의견으로 ‘반미’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탈시민화가 헌법적 장벽(10년 시효 제한 등)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지만, 브레넌 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1990~2017년 연평균 11건에서 600% 증가한 추세”라며 장기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9월 헌법의 날에 트럼프가 귀화인들에게 “헌법 존중”을 촉구한 행정부 발표도 아이러니하게 불안을 키웠다.
귀화인들은 이제 시민권 증명서 복사본을 지갑에 넣고 다니며, 변호사 상담을 서두르고 있다. 이 불안이 미국의 ‘이민자 국가’ 정체성을 어떻게 바꿀지, 전문가들은 주시하고 있다.
(이 기사는 AP, ABC News, The Guardian, NPR, USA Today, New York Times, American Immigration Council 보고서, Brennan Center 등 국제·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했다. 추가 업데이트는 USCIS 웹사이트를 참조했다.)
@2025 박영주의 시카고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