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10년 첫 방문… 고흐·쇠라·호퍼·피카소 찐감동, 한국관 ‘아쉬움’
일리노이 주민 12월 1~18일 무료… 사전 준비 후 넉넉한 시간 관람 추천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November 16, 2025. SUN at 6:10 PM CST

시카고 미술관에 다녀왔다. 다녀온 지는 꽤 됐다. 방문 일자는 지난 10월 8일 수요일. 하루 일차를 냈고, 벼르고 별러 ‘마침내’ 다녀온 그곳. 아래는 다녀온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다녀왔다_ 어제 8일(수) 시카고 미술관(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엘 다녀왔다. 시카고 와 벼르고 벼르다 처음 방문. 가기 전 ‘예습’ 10개 ‘꼭 봐야할 제품’ 10개 중 8개 정도는 본 듯. 저질 체력, 3시간 가까이 다니는데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생각보다 꽤 넓고 작품 많더라. 방향 못 잡아 돌고 또 돌고. 사자상 있는 곳으로 나오려면, ‘미시간 애비뉴 로비'(Michigan Avenue Lobby) 이쪽으로 나와야한다.(한참 헤맸다). 그리고 피카소 보려면 3층으로 가야 한다. ‘모던 윙'(Modern Wing) 이쪽으로 가야 올라갈 수 있다. 모르면, 전시장마다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면 된다. ‘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Paris Street; Rainy Day) 이 작품은 못봤다. 자리 바꿈 위해 출입 막았다. 이르면 내주 새 전시공간 찾을 거라고. ‘미술’ 좋아하면 60몇 불 회원권이 훨씬 이득. 일리노이 주민 할인 받아 둘이 54불.(세금 포함) 일리노이 주민 무료 입장은 3월부터 9월까지. 이걸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방문 소감. “충분한 한 번”.
벼르고 별렀던 미술관 방문 ‘마침내’
미술 ‘뭣도 모르니’ 그 좋은 곳을 다녀와 기껏 품평이 ‘충분한 한 번’이었다. 댓글로 누가 점잖게 ‘그럴만한 곳 아니다’ 일러 주셨다. 경솔한 평가였다. 시카고 미술관에도 미안하다. 그래서 써보는 조금은 더 자세한 방문기. 오늘, 11월 16일 일요일.
먼저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 간단 소개. 흔히 시카고 미술관을 ‘미국 3대 미술관 중 하나’라고 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소장 작품 수는 약 30만 점, 전시 중인 작품 수(‘on view’)는 대략 약 4,000~5,000점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세계 최대’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이 60만 점, 전시 작품 수는 3만 5,000점에 이른단다.
미시간 애비뉴 쪽 정문 말고 북쪽 모던 윙 후문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건너편 스타벅스에서 나와 정문 입장을 택했다. 입구 양쪽 유명한 사자상 앞에서 기념촬영으로 미술관 관람 일정을 시작했다.
들어가면, 왼편에 입장권 판매처가 있다. 온라인으로 예약(일리노이 주민 성인 1명 27불. 일반 32불. 시카고 시민 20불)해 휴대폰 내장된 E-입장권을 입구에서 제시하고 들어갔다. 내부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줄 알고 만반의 분비를 해갔는데, 입구에 서있던 분이 “놉” 이래서 후딱 껐다.

참고로 일리노이 주민에게는 무료 입장 기회도 주어진다. 한 예로, 2025년 12월은 1일부터 18일까지. 무료 입장은 오전 11시부터 폐장 시간까지(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은 오후 5시, 목요일은 오후 8시) 가능하다. 온라인 예약은 필수다.
이날 오전 10시 조금 넘어 오후 3시께 나왔다. 너무 넓고 작품 많아 걸으며 보는 게 여의치 않았다. 헤메다 보니 나중엔 다리도 아팠다.
막상 들어서면 어디부터 봐야할 지 자못 난감하다. 초행인데다 ‘하루에 다 못 본다’는 얘기 듣고 와서 더 동선 짜기가 어렵다. 들어서면 입구에 무료 ‘안내도’(map)이 있으니, 잘 활용하자.
정말야, 내가 고흐 그림을 본 게?
일단 인상주의로 시작했다. 내가 아는 가장 강렬한 거장들을 모아놓은 곳이자, 그게 내가 아는 미술 세계의 얄팍한 한계다.
시카고 미술관이 소장한 유명한 인상주의 작품으로는 반 고흐의 ‘아를의 방’, 고갱 ‘타히티 작품’, 르누아르 ‘두 자매’, 모네의 ‘수련’ ‘건초더미’, 쇠라 ‘그랑드자트섬’ 세잔 ‘정물’ ‘목욕하는 사람들’ 등이다.
전문가 아니면 식견은 다 거기서 거기. 대부분 유명 작품 앞에 사람들이 많이 섰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고흐’였다. ‘아를의 방’(The Bedroom). 그 조그만 그림 앞에서 느끼는 경외감이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면 내 앎이 가장 증폭됐다고 볼 수 있는 그림. 그의 삶이 갖는 서사에 묻어 이 그림 앞에서는 한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점묘주의의 결정체이자 여기 미술관의 상징(?)이라는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의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on La Grande Jatte. 1884)도 ‘대작’이었다. 크기에 압도당한다. 점묘주의 최고작으로 꼽는 작품이다. 르누아르 ‘두 자매’(Two Sisters)도 평가 그대로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풍부했다.

미국 회화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American Gothic)도 기억에 남는 작품. 농부 부녀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작품인데, 두 사람 표정에서 어떤 흡입력을 느꼈다.

놓쳐서는 안되는 또 하나.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현대인의 고립된 모습을 그린 유화로, 밝은 실내 조명과 어두운 거리 대비가 도시 속 심리적 고독을 상징한다는 평가. 호퍼 본인도 “대도시의 고독”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현대 미국인의 감정적 단절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데 보면, 정말 그렇다.


또 아는 작가가 피카소. 이를 찾아 조금 헤맸다. 건물 안쪽 모던 윙(Modern Wing) 3층 갤러리 391에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늙은 기타리스트’(The Old Guitarist). 늙은 기타 연주자가 기타를 껴안고 연주하는 모습. 톤 자체 쓸쓸하고 고독한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우리에겐 복잡한 마음을 갖게 하는 작가도 시카고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마크 로스크. ‘V0’ 김건희가 한국에서 작품전을 열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화가다. 2015년 열린 이 전시회, 나도 다녀왔더라. 당시 김건희 ‘존재’를 알았던 건 아니고.


한국관, 일본·중국 비하면 초라
시카고 미술관 내 한국관이 있다길래 당연히 들렀다.
2024년 11월 1일 개관한 ‘한국 미술관’(Gallery for Arts of Korea)’에는 도자기부터 직물, 회화, 조각, 현대 작품 등까지, 삼국시대(기원전 57년경~서기 676년경)부터 오늘날까지 2,000년의 역사를 아우른다는 것이 미술관 측 설명이다.
기존에 흩어져 있던 한국 작품들을 2024년 처음으로 한국 전용관에 모아 한데 정리했다. 다만 중국과 미국 전시관의 규모와 비교하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작품들 못봤다, 아쉽다
사전 조사를 하고 간 ‘필수 관람’ 작품 중 몇 개는 못봤다.
먼저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의 ‘비 내리는 파리’(Paris Street; Rainy Day).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미술관 내 가이드에게 물었다. “저기 있쟎아, 근데 못봐”. 바로 건너편 한쪽 공간에 작품들 모아놓고 있었다. 안은 못 보게 가림막이 쳐진 상태. “다음 특별 전시회 예정, 전시실 이전할 거야.” 가이드 첨언. 이날, 결국 바로 눈 앞에 두고 못봤다.
마크 샤갈의 ‘아메리카 윈도우’(America Windows) 이것도 놓쳤다. 샤갈이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해서 1977년 시카고 미술관에 기증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다. 아무리 건물 내부를 뺑뺑 돌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에드가 드가의 조각 ‘14세 무용수’(Little Dancer Aged Fourteen) 이것도 못봤다. 다음을 기약하자니, 자신도 없고.
그리고 이거. 몇 해 전 기사로도 다뤄 개인적인 관심이 컸던 작품이다. ‘약탈품’이라고 해서 시카고 미술관에 반환 소송이 걸려있는 작품.<관련기사: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나치 약탈품 논란 재발>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드로잉 작품 ‘러시아 전쟁포로’(Russian War Prisoner, 1916)다.

이 작품은 나치가 홀로코스트 시기 오스트리아 유대인 예술 수집가 프리츠 그륀바움(Fritz Grünbaum)으로부터 빼앗은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법원은 아트 인스티튜트에 반환을 명령한 판결을 내렸다. ‘정당하게 구입했다’고 주장하는 미술관 측은 지난 5월 이 결정에 항소할 방침을 전했다. 다만 이후 관련 뉴스는 없는 상태다.
실레의 이 그림은 2023년 9월 박물관에서 압수돼 현재는 전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미술관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도… 모나리자가 없어… 그 아쉬움 어쩔 수 없이 크다. 동영상 못 찍은 아쉬움, 이 영상(유튜브)으로 달랜다.
@2025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