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바나(1989)부터 R.E.M.·소닉 유스까지…사라질 뻔한 라이브, 디지털로 부활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April 15, 2026. WED at 9:04 PM CDT

카세트 테이프에 공연 실황을 1만 개 넘게 녹음한 시카고 팬의 지난 40년 간 ‘성과’가 온라인에 무료 공개되고 있어 화제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팔을 걷었다. AP 등이 이 얘기에 주목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시카고에 사는 59세 음악 팬 아담 제이콥스(Aadam Jacobs). 그는 평범한 공연 관람객이 아니다. 1984년부터 자신이 찾아간 모든 공연을 카세트 테이프로 녹음해왔다. 약 40년 동안 시카고를 중심으로 전 세계 다양한 콘서트를 비밀리에 녹음한 게 1만 개를 훌쩍 넘는다.
테이프 속에는 록 역사의 귀중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91년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전인 너바나의 1989년 라이브 공연, R.E.M., 소닉 유스(Sonic Youth), 픽시스(Pixies), 뎁쉬 모드(Depeche Mode), 리즈 페어(Liz Phair), 페이브먼트(Pavement), 뉴트럴 밀크 호텔(Neutral Milk Hotel), 그리고 수많은 펑크 밴드들의 현장 음원이 포함돼 있다.

AP가 전하는 일화 하나. 제이콥스에 따르면, 초기에는 녹음을 막으려는 클럽 주인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음악계에서 유명해지면서 결국에는 허락해 주는 클럽이 많아졌고, 많은 클럽들이 그를 무료로 입장시켜 주기 시작했다고.
카세트 테이프를 온라인에 올릴 수는 없는 노릇. 테이프들은 시간이 지나면 열화·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때 비영리 디지털 도서관 인터넷 아카이브(Internet Archive)가 ‘디지털 전환’ 제안을 해왔고, 그가 받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그의 컬렉션이 자원봉사자들에게 개방됐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자원봉사자들이 이 아날로그 테이프들을 디지털로 변환하고 보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법은 이렇다. 자원봉사자가 매달 제이콥스 집을 직접 방문해 테이프 박스를 받아온다. 이미 단종된 카세트 덱을 이용해 테이프를 재생하고 이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한다.
변환된 파일은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정리하고, 잊혀진 펑크 밴드의 곡명까지 일일이 추적해 라벨을 붙인다. 제이콥스가 당시 사용한 장비는 고급 사양이 아니었지만, 자원봉사 오디오 엔지니어들의 손을 거쳐 음질이 크게 개선됐다.
지금까지 약 5,500개의 테이프 디지털화가 완료됐으며, 이 중 2,500여 개가 인터넷 아카이브 ‘애덤 제이콥스 컬렉션’(Aadam Jacobs Collection)에 업로드 돼 누구나 무료로 감상하고 내려받을 수 있다. 전체 작업을 완료하려면 앞으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장 무료 녹음은 관행상 금지된 행동. 그의 녹음 행위와 디지털 전환 후 온라인 무료 공개에 대해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 해당 아티스트들 반응은?
제이콥스와 아카이브 모두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제이콥스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자신의 초기 기록이 보존되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한다. 아티스트가 요청할 경우 녹음본을 삭제한다. 다만, 지금까지 삭제를 요청한 음악가는 한두 명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제이콥스는 건강 문제로 몇 년 전 녹음을 중단했으나, 그의 컬렉션은 인디 및 펑크 록 황금기를 기록한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 녹음본 중 일부는 실제 아티스트의 공식 라이브 앨범 제작에 활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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