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명분 내세운 국방부, 언론 자유 흔드나

허가 없으면 일반 정보도 보도 불가… ‘언론 침해’ 헌법 소송 가능성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September 20, 2025. SAT at 8:26 PM CDT

펜타곤
미국 국방부가 기자들에게 ‘허가받지 않은 정보’를 취득하거나 보도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하는 새 정책을 발표했다.

미 국방부가 기자들에게 ‘공식 허가받지 않은 정보’를 취득하거나 보유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에는 기밀 정보뿐 아니라 비밀로 분류되지 않은 일반 정보까지 포함돼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9일(금) 언론사에 배포한 17페이지 분량의 문서에서 “이러한 규칙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건물 출입증이 정지되거나 취소되고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서약에 동의한 기자라도 국방부 내 특정 구역만 접근이 허용되며, 자유로운 취재 활동은 크게 제약받게 된다.

아울러 기밀 관련 업무에 접근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알 필요가 있는’(need-to-know) 자격을 갖추고, 비밀유지 계약(non-disclosure agreement)에 서명해야 한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소셜 플랫폼 X를 통해 “국방부를 운영하는 건 ‘언론’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보안 시설 내 복도를 언론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건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지를 달고 규칙을 따르거나,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덧붙였다.

언론계 반발

언론 단체들과 표현의 자유 옹호자들은 이번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비밀이 아닌 정보까지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은 사실상 사전 검열에 해당하며,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언론을 정부의 ‘홍보 수단’으로 만드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정부가 공개하기 원하는 정보만 전달되고 비판적 보도는 줄어들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언론의 독립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전국기자클럽(NPC)은 이번 변경을 “독립적인 감시가 가장 중요한 곳인 미군 내에서 독립 저널리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마이크 발사모 NPC 회장은 같은 날 성명에서 “군에 대한 독립적 보도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이다. 이는 시민들이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고, 전쟁과 평화에 관한 결정이 공개적으로 이뤄지도록 보장한다”며 “이번 약속은 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며, 내셔널 프레스 클럽은 국방부가 이를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승인 과정이 자의적으로 운영될 경우 정부 비판 보도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는 언론계 반발을 전했다.

가디언 역시 “정부가 승인 절차를 빌미로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검열 행위”라며 “언론의 감시견(watchdog)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 입장

국방부는 이번 조치가 국가 안보를 위한 보안 절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감한 정보 누출을 막고, 정보 공개 과정에서 적절한 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내부 문서에는 “비밀이 아닌 정보라도 공개 전에는 반드시 승인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침이 명시돼 있다.

파장과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확대될 경우, 언론이 정부 발표를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무르게 되어 비판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국민이 국방 및 정부 내부 사안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정보 공백’(information gap)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 나아가 이 문제는 헌법적 쟁점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수정헌법 제1조와 언론 접근권 관련 과거 판례들이 법적 분쟁에서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정부가 언론의 보도를 제한하거나 특정 관점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과거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언론사(AP)를 행사장에서 배제하려다 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한편, 국방부는 올해 초 일부 언론사들 작업 공간을 철수시키고 행정부가 더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신규 미디어’ 매체들을 도입해 논란이 됐다.

뉴욕타임스, NPR, 폴리티코, NBC 뉴스 공간이 비워진 뒤 뉴욕포스트, 브레이트바트 뉴스, 허핑턴포스트, 원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가 그 자리를 채웠다.

@2025 박영주의 시카고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