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팔레스타인 지지 단체 금지 논란 속 등장…표현의 자유 논쟁 확산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September 9, 2025. TUE at 5:56 PM CDT
영국의 유명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Banksy)의 신작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영국 사법제도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런던 ‘왕립 법원(Royal Courts of Justice)’ 외벽에 설치됐다.
벽화는 판사가 바닥에 누워 있는 시위자를 망치로 내려치는 장면을 묘사했다. 시위자는 붉은 페인트가 흩뿌려진 빈 팻말을 들고 있는데, 이는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 작품을 두고 “영국 법원의 권위와 공정성에 대한 날 선 풍자”라고 평가했다. 뱅크시는 작품 설명에 간단히 “왕립 법원, 런던”이라는 문구만 남겼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영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지지 단체에 대한 금지 조치를 내린 데 반발해 열린 시위와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시민단체 ‘배심원을 지켜라’(Defend Our Juries)는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뱅크시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작품 사진을 게시하며 목소리를 보탰다.
작품 공개 직후, 법원을 정면 겨냥한 이 강렬한 메시지는 영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사법부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뱅크시의 작업은 최근 영국 내에서 불거진 팔레스타인 지지 단체 금지 논란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영국 내무부는 해당 단체를 “테러와 연계될 가능성이 있는 조직”으로 규정해 활동을 제한했으나, 인권단체들은 이를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연대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월 말 열릴 예정인 관련 법정 심리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뱅크시의 작품은 ‘예술적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이 벽화는 현재 법원에 의해 검은색 비닐 시트와 금속 장벽 두 개로 가려진 상태다. 현장에는 경찰 두 명이 배치됐고, 보안 카메라가 이를 감시하고 있다고 CBS는 전했다.
왕립 법원은 빅토리아 고딕 리바이벌 양식으로 지어진 143년 역사의 건물이다. 역사적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벽화는 철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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