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날 만든 여성, 홀로 빈털터리로 눈 감다

어머니 기리려 만든 날, 상업화에 맞서 싸우다 인생 다 바쳐
꽃집·정치인·영부인과도 싸웠지만, 끝내 정신병원서 생 마감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May 9 2026. THU at 8:35 AM CDT

어머니날 유래 안나 자비스(Anna Jarvis)
왼쪽은 앤 리브스 자비스, 오른쪽은 어머니날을 만든, 그녀의 헌신적인 딸 안나 자비스. /사진=미국 의회 도서관

안나 자비스(Anna Jarvis)는 어머니날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머니날이 자신의 손을 벗어났다고 느낀 순간부터, 그것을 되찾기 위해 싸웠다. 죽을 때까지.

NBC시카고가 전하는 이 이야기는 안나 자비스의 어머니, 앤 리브스 자비스(Ann Reeves Jarvis)로부터 시작된다. 1858년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어머니날 봉사 클럽을 조직해 지역 위생을 개선하고 영아 사망률을 낮추려 했던 여성이다.

앤 자비스는 평생 13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은 건 4명뿐이었다. 남북전쟁 이후에는 적군 출신 참전용사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어머니들 우정의 날’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1905년, 앤 자비스가 세상을 떠났다. 딸 안나는 2년 뒤인 1907년,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래프턴(Grafton)의 앤드류스 감리교회에서 어머니를 기리는 조촐한 예배를 열었다. 이듬해 같은 날, 필라델피아에서 더 큰 기념 행사가 열렸고, 안나는 참석자들에게 흰색 카네이션을 나눠줬다. 어머니날의 출발이었다.

안나가 원한 건 단순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웨슬리언 대학(West Virginia Wesleyan College) 역사학 교수 캐서린 안톨리니(Katharine Lane Antolini)는 “그녀는 어머니날을 가족을 위해 어머니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감사를 아주 사적으로 표현하는 날로 만들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1914년,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이 어머니날을 공식 국경일로 선포했다. 안나는 ‘Mother’s Day’의 어깻점(apostrophe. ’) 위치에도 신경을 썼다. 복수가 아닌 단수 소유격, 즉 각 가정이 저마다 한 명의 어머니를 기리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공식 공휴일이 된 바로 그 이듬해부터, 안나는 자신이 만든 것이 변질되는 걸 눈앞에서 목격했다. 꽃집은 카네이션 가격을 올렸고, 카드사와 사탕 가게는 이 날을 영업 기회로 삼았다. 공익 단체들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어머니날을 끌어다 썼다.

안나의 반격은 거침없었다. 1922년 5월 흰색 카네이션 가격을 올리는 꽃집을 상대로 공개 불매 운동을 선동했다. 1923년에는 뉴욕 시장과 주지사가 후원하는 대규모 어머니날 행사에 소송을 예고했고, 행사는 결국 취소됐다. 1925년에는 미국 전쟁 어머니회(American War Mothers) 집회장에 직접 난입했다가 체포 위기까지 몰렸지만 소란 혐의는 기각됐다.

1934년에는 전쟁 어머니회의 로비로 어머니날 기념 우표가 발행됐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 행정부가 승인한 이 우표에는 화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 어머니 초상화와 흰 카네이션이 그려져 있었다. 안나는 모욕감을 느꼈다.

이듬해에는 영부인 엘리너 루스벨트(Eleanor Roosevelt)가 산모 및 영아 사망률을 낮추려는 자선 단체 모금에 어머니날을 활용하자, “교활한 책략”이라고 공개 비난했다.

1940년대에 들어 안나는 점점 바깥과 단절됐다. 한 기자는 배달원으로 위장해 그녀를 만난 뒤 이렇게 전했다. “그녀는 몹시 분개하며 어머니의 날을 시작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1944년, 80세의 안나 자비스는 마셜 스퀘어(Marshall Square)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4년 뒤인 1948년, 그녀는 84세로 세상을 떠났다. 자녀도 없었고, 재산도 없었다. 수십 년간 법적 싸움을 이어가면서 재산을 다 썼다. 어머니날로 한 푼의 수익도 올리지 못했다.

그녀가 처음 어머니날을 시작한 그래프턴의 교회는 지금도 남아 있다. 그리고 매년 5월이면 카드사와 꽃집은 다시 한번 호황을 누린다.

@2026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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