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영상 확산… 지역 경찰 “우린 관여 안 해”, 하원의원 “변명할 수 없는 폭력”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October 17, 2025. FRI at 7:24 AM CDT

신분 식별이 불가능한 연방 요원이 호프만 에스테이트에서 십대 소녀를 거칠게 체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당국 거짓 해명에 이어 그녀가 시민권 신분을 밝혔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지역사회가 공분하고 있다. 의회도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소셜 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에는 일리노이주 호프만 에스테이트 거주지 인근에서 미확인 연방 요원들이 18세 소녀를 거칠게 제압하는 장면이 담겼다. 지역 경찰은 관여를 부인했고, 해당 지역 하원의원은 연방 당국에 공식 답변을 요구했다.
영상에서는 네 대의 무표지 차량이 주택가 거리 모퉁이에서 멈춰 서고, 최소 여섯 명의 요원들이 등장한다. 한 요원은 여성 십대 승객의 팔을 잡아 차량 밖으로 끌어냈고, 이어 다른 요원은 그녀를 땅바닥에 돌려세우며 팔과 상체를 제압한 채 무릎을 꿇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소녀는 “나 안 (욕설) 저항하고 있어”라고 비명을 질렀다.
이 소녀는 본인 이름을 에블린(Evelyn)이라고만 밝혔으며, 사건 발생일은 지난 금요일이었다고 전했다. 그녀와 동행했던 두 명도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체포돼 몇 시간 뒤 혐의 없이 풀려났다고 주장했다.
체포 직전, 이들 십대는 연방 요원 차량을 따라다니며 경적을 울려 동네 주민들에게 연방 요원 순찰 사실을 경고했다고 한다. 에블린은 “그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구든 그렇게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미국 출생이며 부모는 히스패닉 계열로 합법 신분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고, 이 사건이 인종 문제라고만 보지는 않는다며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그들은 우리를 인간이 아닌 것처럼 대한다”고 덧붙였다.
국토안보부(DHS) 공공업무 차관보 트리샤 맥라플린(Tricia McLaughlin)은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성명을 올렸으나, 사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그녀의 성명에는 “1년 넘은 시카고 경찰의 강도 체포 영상을 마치 이 사건처럼 퍼뜨리는 건 법 집행기관을 악마화하려는 행위”라는 표현이 있었다.
그러나 맥라플린 해명이 얼마나 허술한지 영상 및 현장 증언 분석을 통해 반박이 잇따르고 있다. 언론들은 그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영상 속 순찰차 표식과 장소가 호프만 에스테이트 경찰과 일치하고, 요원은 ‘ERO’(Enforcement and Removal Operations) 로고가 있는 장비를 착용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호프만 에스테이트 경찰국 측은 언론 요청에 논평을 거부했고, 지역 관할 당국이 책임을 지고 확인하라고만 밝혔다. 영상 속 장면과 동일 지역의 순찰차 모습, 순찰차 표식 등이 경찰서 측 차량과 일치하는 점은 경찰 쪽도 인정했다.
호프만 에스테이트 경찰국의 카시아 콜리(Kasia Cawley) 경감은 “우리는 이민 단속을 위한 ICE 활동에 관여하지 않으며, 금요일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경찰국이 이민 관련 연방 활동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일리노이주의 신뢰법(Trust Act) 을 준수한다고 강조했다.
경찰국은 ICE 요원들이 체포 후 폭행 혐의로 신고를 시도했으나 경찰서 앞에 시위대가 몰리자 신고를 미루고 철수했다고 밝혔다. 한 영상에는 ‘ERO’가 적힌 조끼를 입은 인물이 경찰서 앞에서 보이는데, 이는 ICE 산하 집행부서 명칭이다.
에블린은 자신을 제압한 요원들이 ICE 소속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체포는 최근 시카고 지역에서 연방 단속 활동이 급증한 ‘오퍼레이션 미드웨이 블리츠’(Operation Midway Blitz) 일부로 간주된다. ICE는 이 작전에서 약 1,500건의 체포를 보고한 바 있다.
이후 호프만 에스테이트 경찰국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주민들에게 안심을 당부하며, 영상과 관련한 질문은 경찰서장에게 연락하라고 밝혔다. 한 주민은 집 창문을 통해 영상을 녹화했으며, 체포 후 부모들이 자녀들의 행방을 묻고도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 하의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과 맞물려, 지역사회의 인권·책임성 논쟁을 더욱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하원의원 라자 크리슈나무르티(Raja Krishnamoorthi)는 “이 영상이 내 선거구에서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라며 “ICE 요원이 소녀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모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DHS 고위 관리들이 사건을 왜곡하려는 시도도 지적하며,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했다.
@2025 박영주의 시카고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