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곳 도심뿐’ 모여 툭하면 폭력… 전문가들 “규제보다 투자” 역설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November 29, 2025. FRI at 4:42 PM CST

미국 주요 도시에서 도심을 10대들이 점거해 집단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현상이 최근 크게 늘었다. 시카고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전임 시장 시절, 10대들간 총격 사망 사건으로 통행금지 시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주 시카고 명소 ‘시카고 시어터’ 인근에서 두 건의 총격이 잇따라 발생해 10대 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도 발생했다.
시카고 도심 ‘10대들의 점거’(Teen Takeover)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시카고 WBEZ가 그 실태와 배경을 꼼꼼히 정리했다. 이 글은 이를 정리한 것이다. AI(Gemini) 도움을 받았다.
📌 도심 ’10대들의 점거’, 폭력 사태로 번지며 안전 논란 재점화
최근 시카고 도심에서 발생한 10대들의 대규모 집회, 이른바 ‘10대들의 점거’(teen takeovers)가 폭력 사태로 이어지면서 공공 안전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평화로운 모임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난주 루프(Loop) 지역 집회에서는 총격으로 14세 소년이 사망하고 8명의 10대들이 부상을 입는 참변이 발생했다.
이러한 모임은 ‘틴 트렌드’(teen trends)로 불리기도 하는데, 폭력 사태로 번질 경우 ‘10대들의 점거’로 불린다. 이러한 현상은 시카고뿐만 아니라 샌안토니오, 덴버 등 다른 도시에서도 발생했으며, 흑인 및 유색인종 청소년들이 주를 이루면서 인종적인 편견도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모임의 배경: 청소년들의 안전하고 구조화된 공간 부족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거주 지역에서는 마땅히 할 일이나 안전한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몇 년 전부터 루프 지역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며 모임을 조직했다. 10대들은 돈을 쓰지 않고도 또래들과 교류할 수 있으며, 지역 사회에서 느끼는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 모임에 끌린다고 밝혔다.
청소년 멘토링 단체 CHAMPS의 본데일 싱글턴(Vondale Singleton)은 이러한 모임의 본래 의도는 폭력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조화된 활동 없이 붐비는 지역에 청소년들이 몰리면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2023년 WBEZ 분석 결과,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케이트장, 볼링장, 아케이드 같은 장소들이 도심 지역에 집중돼 있고 일부 지역에는 전무했다. 한 19세 청소년은 2023년 WBEZ에 “그냥 놀고 싶을 뿐”이라며 “우리는 그저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 당국의 대응: 통행금지 강화와 논란
모임이 혼란에 빠질 때마다 시 당국은 청소년들이 도심에 모이는 것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
- ‘즉시 통행금지(snap curfew)’ 제안: 11월 21일 총격 사건 후, 2지구 시의원 브라이언 홉킨스(Brian Hopkins)는 경찰이 30분 전 통보만으로 통행금지를 선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재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 법안은 6월 시의회에서 통과됐으나, 브랜든 존슨(Brandon Johnson) 시장이 청소년들에 대한 과잉 단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 통행금지 시간 조정: 2022년 당시 로리 라이트풋(Lori Lightfoot) 시장은 밀레니엄 파크에서 16세 소년이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 이후, 주말 통행금지 시간을 밤 11시에서 10시로 앞당겼다. 또한 성인 보호자 없이 미성년자의 주말 저녁 공원 출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 대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도시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당시 17세였던 카이란 퀴로가(Kyran Quiroga)는 시카고 선 타임즈에 “어른들만 가기 위한 것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며 “이런 식이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대안 제언: 지역사회 투자와 구조화된 활동의 필요성
싱글턴은 단지 통행금지로 군중을 해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된 청소년 행사와 지역사회 공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행금지는 하룻밤 군중을 분산시킬 수는 있지만, 소속감, 기술 습득, 리더십, 희망을 키워주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청소년 개발 및 폭력 예방 단체 빌드 시카고(BUILD Chicago)의 브래들리 존슨(Bradly Johnson) 임시 CEO 역시 심야 농구 경기 등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행사를 자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많지만,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이 모든 것이 이미 존재한다. 그러니 여기에 투자하라”고 촉구했다.
존슨은 또한 부모들에게도 자녀와 모임의 위험성에 대해 대화하고, 주말 활동을 제공하는 지역 조직을 알려주어 대안을 찾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청소년이 문제에 휘말렸을 때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카고가 청소년들에게 안전하고 건전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사회적 신호로 해석된다. 단순히 규제와 처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지역사회 기반의 투자와 구조화된 활동이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출처=시카고 WB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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