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단속 영상에 ‘주노’ 가사 사용 “악랄하고 역겹다”… 음악계 반발 지속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December 2, 2025. TUE at 6:40 PM CST

그래미상 수상자인 팝스타 사브리나 카펜터(Sabrina Carpenter)는 자신의 곡 ‘주노’(Juno)를 백악관 측이 만든 불법이민자 단속 영상에 쓰인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녀는 해당 영상을 “악랄하고 역겹다”(evil and disgusting)라고 표현했다.
문제의 영상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이민자들을 체포·구금하는 장면들을 담고 있었고, 카펜터의 노래 가사(‘Have you ever tried this one?’ 등)가 그 위에 사용됐다.
이 가사는 노래 ‘주노’에서 가장 화제가 된 부분으로 가수가 성 체위에 대해 “이런 체위 해본 적 있어?”라고 묻는 부분이다. 이를 차용해 ICE 요원들이 수갑을 채우고 태클하는 등의 장면에 사용했다.
카펜터는 X(옛 트위터)에 “내 음악을 당신들의 비인도적인 계획에 절대 이용하지 마라”(Do not ever involve me or my music to benefit your inhumane agenda)라고 썼다.

이 사건은 그녀만의 반응이 아니라, 최근 몇몇 다른 가수들도 비슷한 이유로 백악관 또는 미 정부의 음악 무단 사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흐름의 일부다.
트럼프, ‘반트럼프’ 가수 노래 사용 도발
버라이어티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를 칭찬하거나 ICE를 찬양하는 소셜 미디어 영상에 반(反)트럼프 가수들의 팝송을 사용하는 것을 관례로 삼았다.
카펜터의 음악을 사용하기 전, 그녀의 친구인 테일러 스위프트 음악도 같은 목적으로 이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위프트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자주 올리는 가운데, 지난 11월 공개된 한 영상은 스위프트의 ‘오필리아의 운명’을 몽타주로 사용해 트럼프를 찬양했다. 스위프트는 해당 영상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한 케니 로긴스는 지난 10월 백악관이 자신의 히트곡이자 영화 탑건 주제곡인 ‘데인저 존’(Danger Zone)을 사용한 영상을 비난했다. 이 영상에서 트럼프는 ‘왕은 없다’(No Kings) 시위대 위로 날아가 그들에게 똥을 뿌렸다.
로긴스는 당시 버라이어티 에 공유한 성명에서 “내 음악을 오로지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언가에 사용하거나 연관시킨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으며, 우리는 하나가 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팝 가수 제스 글린은 지난 여름 백악관이 ICE 단속을 홍보하기 위해 젯투홀리데이(Jet2holidays)의 바이럴 밈 ‘홀드 마이 핸드’(Hold My Hand)를 사용했을 때 반발했다.
그녀는 소셜 미디어에 “이 글은 정말 속이 메스껍다”며 “제 음악은 사랑, 화합, 그리고 긍정의 확산에 관한 것이지, 분열이나 증오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게시했다.
지난 여름, 아바(ABBA)는 트럼프 대통령 대선 유세장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The Winner Takes it All)를 비롯한 자신들의 히트곡이 연주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그들은 해당 영상의 삭제와 철회를 요청했다.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인 시네이드 오코너(Sinéad O’Connor)의 유산 관리인 역시 트럼프에게 그의 정치 유세에서 오코너의 음악 사용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산 관리인은 BBC에 오코너가 자신의 음악이 사용된 것에 대해 “역겨워하고, 상처받고,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2016년 트럼프가 ‘롤링 인 더 딥’(Rolling In The Deep)을 자신의 ‘워밍업’ 음악으로 사용하자 아델은 대통령과 거리를 뒀으며, 2015년에는 트럼프가 미국 전역의 여러 집회에서 에어로스미스의 히트 싱글 ‘드림 온’(Dream On)을 사용하자 에어로스미스의 스타 스티븐 타일러의 변호사들이 트럼프 캠페인 측에 중단 및 금지 요청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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