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에게 신원 확인 요청했다 체포된 텍사스 기자, 9년 법적 싸움 패소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March 23, 2026. MON at 9:17 PM CDT
미국 연방대법원이 23일 텍사스주 라레도 출신 시민 저널리스트 프리실라 비야레알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언론계에 광범위한 파장이 일고 있다.
’라 고르딜로카‘(La Gordiloca)라는 활동명으로 알려진 비야레알은 2017년 교통사고로 자살한 사람과 그 가족의 신원을 경찰관으로부터 입수해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체포 영장에 따르면 그녀는 페이스북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해당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경찰관에게 정보를 요청했다가 ‘공식정보 오용’ 혐의로 체포됐다. 이 혐의는 텍사스주에서도 거의 적용되지 않던 법 조항이었으며, 주(州) 법원 판사는 훗날 해당 조항 자체를 위헌으로 판단하고 형사 혐의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상고 기각으로 5순회 연방항소법원이 내린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 항소법원은 라레도 시 공무원들에게 ‘공직자 면책 특권’(qualified immunity) 원칙을 적용해 민사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한 바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공무원이 침해한 헌법적 권리가 판례상 ‘명확히 확립된 권리’가 아닌 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비야레알은 결국 민사상 배상을 받을 길이 막혔다.
소냐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례적으로 강력한 반대의견을 내며 대법원의 결정을 “중대한 오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체포가 “수정헌법 1조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취재원에게 정보를 요청하는 행위는 저널리즘의 근본적인 취재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또한 이번 판결이 고법 차원에서 위헌 판정을 받지 않은 법령만 있다면 경찰이 일상적인 취재 활동을 이유로 기자를 체포하는 선례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건에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언론자유위원회(Reporters Committee for Freedom of the Press) 등 주요 언론단체들이 지지 의견서를 제출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이번 결정이 탐사보도 및 취재 활동 전반에 심각한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으나, 대법원은 사건 심리 자체를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시민 저널리스트뿐 아니라 제도권 언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이번 판결이 주는 의미(/도움=Claude)
이번 판결로 ‘공직자 면책 특권’이 다시 한번 언론 활동을 가로막은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언론계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공직자 면책 특권’(qualified immunity)이란 정부 공무원이 직무상 판단·결정을 수행할 때, 그 행위가 ‘명확히 확립된’ 법률·헌법상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면 개인 소송에서 책임을 면하는 법적 원칙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공무원이 나쁜 짓을 해도, 그게 나쁘다고 법원이 ‘미리’ 못 박아 놓지 않았으면 소송 못 한다.”는 것.
가령, 경찰이 기자를 부당하게 체포했다. 기자가 “이건 헌법 위반이에요, 손해배상 해주세요”라고 소송을 냈다. 그런데 법원이 이렇게 말한다.
“그 경찰이 한 행동이 위헌이라는 걸, 이전 판례에서 명확하게 확인된 적이 있나요? 없다면? 경찰은 면책입니다. 소송 안 됩니다.”
즉, “나쁜 짓인 건 맞는데, 판례에 딱 그 상황이 나와 있지 않으면 봐준다”는 논리이다.
이번 사건에 대입하면;
비야레알은 취재원의 신원 확인을 요청한 행위만으로는 체포될 수 없다는 점을 소송을 통해 입증하려 했으나, 법원은 해당 상황이 위헌임을 명확히 규정한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라레도 경찰에 면책특권을 인정했다. 이는 주 법원이 해당 법 자체를 위헌으로 판단했음에도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 판결을 왜 언론계가 우려하냐면;
앞으로 경찰이 기자를 체포할 때, 아직 위헌 판정을 받지 않은 낡은 법령을 하나 갖다 붙이기만 하면 소송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중대한 오류”라고 반발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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