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연대·ICE 추방 요구·반전 메시지… 헐리우드의 목소리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March 17, 2026. TUE at 9:27 PM CDT
지난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예년에 비해 정치적 발언 건수 자체가 많지 않았지만, 그 내용은 하나하나 뚜렷하고 명확했다는 평가다.
가장 직접적인 정치 발언은 스페인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에게서 나왔다. 프리얀카 초프라 조나스와 함께 최우수 국제장편영화상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바르뎀은 수상자 발표 전 먼저 마이크를 잡고 “전쟁 반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워야 한다”(No to war, and free Palestine)고 선언했다. 관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바르뎀은 레드카펫에서도 스페인어로 ‘전쟁 반대’(No a la Guerra)가 적힌 배지와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인 ‘한달라’ 핀을 달고 등장한 바 있다.

레드카펫에서는 ‘ICE OUT’ 핀을 단 스타들도 눈에 띄었다. 가수 사라 바레일리스, 코스튬 디자이너 말고시아 투르잔스카 등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착용으로 표현했다. 영화 ‘힌드 라자브의 목소리’ 출연 배우 사자 킬라니는 아티스트 포 시즈파이어(Artists4Ceasefire) 핀을 달고 “우리의 투쟁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말 없이 가장 강렬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어쩌면 팔레스타인 배우 모타즈 말히스였다. 국제장편 후보에 오른 ‘힌드 라자브의 목소리’에서 주연을 맡은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팔레스타인 여권 소지자 여행 금지 조치로 인해 시상식에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다큐멘터리 시상 부문에서는 지미 키멜이 무대에 올라 도발적인 풍자를 던졌다. “언론 자유를 믿지 않는 나라 지도자들이 있다. 어느 나라인지는 말하기 어렵다. 그냥 북한과 CBS라고만 해두자”라고 비꼬아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멜라니아 트럼프 관련 다큐가 수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을 빗대 “그 분, 부인이 후보에 없으니 많이 화나셨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다큐 대상을 수상한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Mr. Nobody Against Putin)의 감독 데이비드 보렌스타인은 이날 가장 강렬한 수상 소감으로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 영화는 어떻게 나라를 잃는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작은 묵인들이 쌓일 때, 정부가 우리 도시에서 사람들을 살해하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올리가르히가 미디어를 장악할 때… 우리 모두는 도덕적 선택에 놓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무명의 한 사람도 생각보다 훨씬 강합니다.”
최우수 국제장편상을 받은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도 “모든 어른은 모든 아이들에게 책임이 있다”며 “이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정치인에게는 표를 주지 말라”라고 말해 가자 전쟁과 관련된 후보작들과 맞닿는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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