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캐릭터 이름 “Ching Chong” 유사 지적… 캐릭터 외모·성격 묘사도 도마 위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April 23, 2026. THU at 10:36 PM CDT

오는 5월 1일 미국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The Devil Wears Prada 2)가 예상치 못한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다. 중국 내에서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이며 개봉 전부터 흥행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는 평가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지난 17일 20세기 스튜디오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예고편이었다. 앤 해서웨이가 연기하는 주인공 앤디(Andy) 비서로 등장하는 중국계 캐릭터 ‘친저우’(秦舟, Qin Zhou) 이름이 문제가 됐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 이름의 발음이 ‘칭총’(Ching Chong)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칭총’은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중국인 이민 노동자들을 조롱하고 비하하기 위해 서양인들이 사용한 대표적인 인종차별 표현이다. 홍콩 매체 오리엔탈 데일리 뉴스는 “이 표현은 중국인의 억양과 말투를 경멸하고 불편함을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상징적인 인종차별 비하어”라고 설명했다.
비판은 이름에만 그치지 않는다. 친저우 캐릭터 외모와 성격 묘사 자체가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패션 잡지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영화 속에서 친저우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이른바 ‘너드’(nerd) 스타일로 등장해 주변 캐릭터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중국 SNS에는 “흑인 캐릭터 이름을 ’니고’(Nigo)라고 지어 ’니그로’(Negro)를 연상하게 한다면 할리우드가 과연 그 영화를 개봉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 댓글이 주목을 받았다. 또 “중국 시장을 겨냥해 홍보는 열심히 하면서 정작 중국인을 비하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친저우 역을 맡은 배우는 중국계 미국 배우 선위티안(Sun Yitian)으로, 이 역할을 실제 중국계 배우가 맡았다는 점이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있다.
비판 여론은 빠르게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중국 최대 미디어 그룹 인민일보 온라인판을 비롯해 차이나닷컴 등 주요 매체가 이 논란을 집중 보도하면서 관련 해시태그가 중국 SNS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홍콩의 싱타오 데일리(Sing Tao Daily)는 “이 논란이 영화의 명성과 흥행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화는 중국 최대 황금 연휴인 노동절(5월 1~5일)에 맞춰 개봉을 앞두고 있어, 수억 달러 규모 중국 시장 흥행이 논란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참고로 2006년 개봉한 전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전 세계 흥행 수입은 약 3억 2,660만 달러였지만 중국 수익은 240만 달러(0.7%)에 그쳤다. 반면 현재 중국 영화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해, 올해 1~2월 중국 박스오피스가 북미를 앞질렀을 정도다.
다만 모든 반응이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친저우(Qin Zhou)를 칭총(Ching Chong)에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거나 “고정관념이 곧 인종차별은 아니다”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더 스타(The Star) 등 일부 외신은 이를 균형 있게 전달하며 영화를 직접 보기 전까지 단정 짓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한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메릴 스트립,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 등 전편 주요 출연진이 대부분 출동한 속편으로, 한국에서는 4월 29일 세계 최초 개봉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사전 예매율 15.5%(44,933장)를 기록하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어, 중국과 대조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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