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한국’ 시카고 한복판 건물 벽 박힌 한국의 돌

트리뷴 타워 외벽에서 발견한 ‘한국 흔적’… 촘촘한 149개 전세계 유물 속 하나

By 박영주 | yjpark@kakao.com | 시카고오늘
April 18, 2026. SAT at 6:15 PM CDT

트리뷴 타워 석재 유적들-수원성
트리뷴 타워 외벽 어딘가에 새겨진 ‘SUWON, KOREA’ 네 글자를 꼭 찾아보길 권한다.

시카고 다운타운 그렇게 많이 갔으면서 시카고 트리뷴 건물 외벽 그 많은 ‘유적’은 처음 봤다. 우연히 알았다. 애플스토어 나와 광장 지나 트리뷴 건물 앞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자꾸 벽을 보며 뭔가를 찾고 있더라. 올려다보기도 하면서 뭔가를 가르키는 모습들. 뭐지? 하고 우리도 벽을 훑었다. 그러다 알았다. 시카고 10년 살면서 처음 발견, 그야말로 ‘유레카’

시카고 매그니피센트 마일(미시간 애비뉴)을 걷다 흰 회벽 시카고 트리뷴 타워(435 N. Michigan Ave.)와 맞닥뜨린다. 밀레니엄 파크 쪽에서 듀세이블 다리(DuSable Bridge)를 건넌다면 오른쪽 특 트인 곳 바로 보이는 큰 건물. 여기 외’벽을 찬찬히 보면 수많은 석재들이 박혀있다. 각 석재에는 원산지가 외벽에 직접 새겨져 있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거리에 노출된 그 넓은 벽 3면을 다 들여다봤다.

한국인 특이랄까…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를 포함해 각국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한국’이 없어 아쉬웠다. 결국 없는 건가, 실망할 무렵 골목 쪽 벽 중간 쯤에서 기어코 발견하고야(!) 말았다. ‘ANCIENT GATE, SUWON, KOREA.’ 한국 수원의 고대 성문에서 가져온 돌조각이 시카고 한복판 건물 외벽에 박혀 있었다.

수원은 조선 정조대왕이 1794년부터 1796년까지 축성한 수원 화성(華城)으로 유명한 도시다. 수원 화성은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건설된 성곽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화성에는 동서남북 4개 성문을 비롯해 망루·포루·각루·장대 등 다양한 군사 시설이 갖춰져 있다. 트리뷴 타워 외벽의 ‘수원 고대 성문’ 석재는 이 유서 깊은 성곽의 일부로 추정된다.

어떤 경위로 이 돌이 시카고까지 왔는지 정확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트리뷴 타워의 석재들은 맥코믹 대령이 제1차 세계대전 종군기자 시절 직접 수집을 시작했고, 이후 전 세계 특파원들에게 각자의 주재국에서 역사적 유물을 가져오도록 지시하면서 수집이 확대됐다.

트리뷴 타워의 진짜 규모는 건물 외벽 전체로 시선을 넓혀야 드러난다. 건물 하단 외벽에는 성 소피아 대성당, 백악관, 영국 의회 의사당, 성 베드로 대성당, 폼페이, 자금성, 노트르담 대성당 등 세계적 역사 유적의 석재 149점이 박혀 있으며 각각 원산지가 표기돼 있다. 가장 최근에 추가된 것은 2001년 세계무역센터 붕괴 후 수습된 철골 파편으로 알려졌다.

트리뷴 타워 석재 유적들
트리뷴 타워 석재 유적들
트리뷴 타워 석재 유적들
트리뷴 타워 석재 유적들

아폴로 15호 달 탐사 임무에서 채취한 달 암석도 한때 건물 입구 창문에 전시됐다. 베들레헴 예수 탄생 동굴 천장에서 채취한 조각은 실내에 별도 보관된 유일한 유물이며, 가장 최근인 2015년에는 시카고의 상징 리글리 필드와 코미스키 파크 벽돌이 외벽에 추가됐다. 이것들을 다 둘러보는 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아이들을 데리고 찬찬히 둘러보는 것 강추. 역사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만큼 어떤 것들은 감동도 크다.

외벽 석재 말고 다른 역사 유물도 있다. 트리뷴 타워 앞 대로변에는 미국 독립전쟁 영웅 네이선 헤일(Nathan Hale. 1755~1776) 청동 동상이 서 있다. 처형 직전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서 있는 이 동상은, 조각가 벨라 프랫이 1899년 예일대에 설치한 원본을 복제한 것으로 1940년 맥코믹 대령이 설치했다. 제막식에는 1만 명의 ROTC 생도 행진과 7만 5천 명의 시민이 모인 대규모 행사가 열린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볼거리. 건물 한켠에는 스웨덴 바이킹 기념석(Swedish Viking Monument)도 있다. 명판에 따르면 약 1,500년 전 스웨덴 석기시대인들이 영웅 무덤 위에 올려놓던 구형 기념석으로, 말라렌 호수 계곡에서 발견돼 1929년 스웨덴 국립역사박물관이 맥코믹 대령에게 증정했다.

트리뷴 타워 석재 유적들
미국 독립전쟁 영웅 네이선 헤일(Nathan Hale. 1755~1776) 청동 동상(왼쪽)과 스웨덴 바이킹 기념석(Swedish Viking Monument).

이제 트리뷴 타워는 더이상 시카고 트리뷴의 것이 아니다. 현재 고급 주거 단지로 전환됐지만, 외벽 유물들과 네이선 헤일 동상, 바이킹 기념석은 여전히 일반에 공개돼 있다. 별도의 입장료 없이 미시간 애비뉴를 걸으며 외벽을 따라 세계 각지의 역사를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황홀한 기회.

시카고를 방문하는 한인이라면, 트리뷴 타워 외벽 어딘가에 새겨진 ‘SUWON, KOREA’ 네 글자를 꼭 찾아보길 권한다. 이 글에서 따로 장소를 특정하지 않은 이유.

시카고 트리뷴 타워
시카고 트리뷴 타워. 이제 시카고 트리뷴과는 무관하다.

📍 위치: 435 N. Michigan Ave., Chicago (DuSable Bridge 북쪽, 매그니피센트 마일)

@2026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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