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디아스포라, ‘헤로니모’ 통해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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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석 감독 “인본주의 통한 세계시민화 이뤄야”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MAR 6 FRI. at 6:34 PM CDT

잘나가던 뉴욕 변호사를 그만두고 다큐 ‘헤로니모’를 찍은 전후석 감독은 헤로니모 임의 생애를 담은 이 영화가 전세계 한인 디아스포라들에게 진정한 세계시민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쿠바 한인 혁명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헤로니모’(Jeronimo)를 만든 조셉 전(한국이름 전후석) 감독이 시카고를 방문했다. 3년여에 걸쳐 제작된 이 다큐는 ‘한인 디아스포라’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내일을 짚어봤다는 후한 평가를 받으며, 지금도 전 세계 각지에서 상영되고 있다.

전날(2월 29일) 한인 2세 등 영어권을 위한 상영에 이어, 한국어권 관객을 위해 지난 1일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서 마련된 헤로니모 상영회에서 전 감독을 만났다. 이 다큐는 전 감독이 각본과 제작, 연출을 맡았다.

전 감독은 이 다큐가 “한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영화이고, 구체적으로 쿠바 한인사를 대변하는 헤모니모 임 선생님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고국을 떠나 험난한 삶을 살았던 유대인처럼,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 삶 자체가 ‘디아스포라’이고, 우연히 알게 된 헤모니모 임(한국명 임은조. 1926~2006년)의 생애를 통해 이 굴곡의 역사를 짚어보고자 했다는 게 전 감독의 다큐 제작 취지이다.

헤로니모 임은 일제 치하 독립운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아버지 임천택(1900년 초 멕시코 이민)의 장남으로서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과 함께 쿠바 혁명에 직접 참가해 쿠바 산업부 차관까지 지낸 인물이다. 쿠바한인회장을 역임하는 등 말년에는 쿠바 한인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년을 바쳤다. 평생 혁명가였지만, 한국 방문 이후 ‘혁명’보다 ‘한인의 삶’에 더 천착했다고 다큐는 말하고 있다.

다큐를 관통하는 디아스포라를 전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본국 밖에 사는 사람들이란 의미인 디아스포라 속성 자체에 현지인이면서 한국인인 이중 정체성을 초월하는 또 다른 ‘혁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현재 남북 또는 좌우로 대치된 코리아를 극복하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큐를 만들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쿠바 여행을 갔는데 공항에 그를 데리러 온 택시기사가 한인 3세였던 것. 그가 바로 헤로니모 임의 손녀였다. 거기서 그의 가족들을 만나고 자료를 접했다. 오랫동안 한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전 감독 입장에서 헤로니모야말로 ‘한인 디아스포라 삶’ 자체였고, 결국 영화화를 결심했다.

그는 “헤로니모 임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은 디아스포라에 대한 정의를 알고 있겠다 생각했다”며 “제가 생각하는 디아스포라는 100% 한인, 100% 현지인, 100% 세계인의 삶을 사는 것인데, 헤로니모 선생님이 그런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민족주의나 애국주의보다 인본주의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이를 통해 세계시민(Global citizenship)이 되는 것이었다는 게 전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 반응은 뜨겁다. 스토리가 유려하고, 구성은 오밀조밀하다. ‘컴백홈’(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삽입곡은 때로 익살맞다. 중간중간 배는 감동은 이 영화의 또다른 장점이다. ‘쿠바 한인 혁명가’의 이념 색채는 과하지 않게 윤색됐다.

편향되지 않은 영화평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제작 초기 다큐 제작을 비난했던 샌디에이고의 옛 쿠바 한인들이 영화를 보고 “쿠바에 남은 한인들을 존경하게 될 줄 몰랐다, 왜 그들이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싸우며 이상을 실현하려 노력했는지 알 것 같다”고 격려한 것도 그런 반응 중 하나. 전 감독은 “그분들이 저한테 ‘고맙다’고 한 게 제게는 가장 큰 감동이었다”고 당시를 전했다.

영화 밖 현실에서 ‘헤모니모 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 감독은 한국학교 선생님들을 꼽았다.

“저는 사실 한국학교 선생님들을 숨은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전역 1,000여 개 한국학교에서 토요일마다 자기 시간을 내 아이들에게 한글과 한인 정체성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야말로 헤로니모 임같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영화 ‘헤로니모’는 더 많은 사람과 만나기 위해 ‘감독판’(director’s cut)을 USB에 담아 온라인 판매될 예정이다. 한국어와 영어, 스페인어 자막을 넣어 이르면 4, 5월께 출시된다.

© 2020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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