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호문클루스’ 실제와 실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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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골 연 돈많은 노숙자의 고군분투기…빛바랜 ‘주온’ 연출력

‘호문클루스’를 봤다.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일본 영화. 넷플릭스 켜자마자 추천하길래 ‘뭐지?’했다가 ‘주온’ ‘그루지’ 등 공포영화감독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연출했다길래, 일단 틀었다. 그러다 다봤다. 그 짧은 촌평.

총15권으로 완결됐다는 만화(작가 야마모토 히데오)를 영화화한 작품. ‘무엇이 환상이고, 무엇이 실재인가. 두개골을 수술한 남자가 한쪽 눈으로 보게 되는 세계. 그곳에는 내재된 트라우마가 외형으로 표출된 인간, 아니 호문클루수들이 있었다’… 넷플릭스 소개글.

내 나름 분류하는 일본영화 3종 세트. 순하디 순한 백색의 로맨스, 극잔인한 핏빛 야쿠자물, 그리고 기괴하기 이를 데 없는 고어물. 이 영화는 세번째다. 일본 영화 특유의 무한상상력, 그 기괴함이 주를 이룬다.

태어날 때 두개골이 열려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 그 두개골을 열면 ‘진실’이 보인다. 돈 많은 노숙자(그는 차 안에서 산다. 차, 귀엽다)인 나코시(아야노 고)가 아버지가 병원 원장인 인턴 의사 이토(나리타 료)의 권유로 두부천공술이란 걸 하게 되고 그래서 눈으로 보는 기이한 경험들. 이를 통해 ‘내재된 트라우마가 외형으로 표출된 인간’ 호문클루스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야쿠자 보스는 로봇으로 보이고, 부모(엄마)에 대한 반항으로 몸을 파는 고등학생은 모래인간(정확히는 ‘기호인간’)으로 보이고…(쟤가 날 보면, 난 뭘로 보일까? 음)

주인공 나코시 역 맡은 아야노 고. 열연이 돋보인다.

영화는 자꾸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 현학을 유도하지만 해학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현실 눈으로 보는 실체가 실재가 아니고, 열린 두개골로 보는 모습이 진짜라는 거, 그러다 뭐가 ‘진짜 세계’이고 어떤 게 ‘진짜 나’인가, 주인공들 입을 통해 묻고 답한다. 이입 안되는 지점들 이럴 때마다 지뢰처럼 곳곳.

“어쩌면 세상은 그저 뇌가 만든 환상일지도 몰라요”

“세상은 놔가 만들어낸 편리한 허상이라는 뜻이예요”

이런 얘기들 후반부에 주절주절.

그래서(그래도) 뭔 얘긴지 하나도 모르겠다. 두 번 보면 알까? 근데 다시 보고싶지 않은 게 함정. 1시간 56분이 지루해서 자꾸 딴짓만 했다. 그래도 원작만화는 보고싶더라. 인터넷 돌아다닌다는데, 함 찾아볼까, 그런 생각은 들었다.

단 하나의 명장면. 차 안에서 주인공과 엮이는 모래소녀의 ‘충격적인’ 19금 장면, 물론 아니다. 사람들 ‘존재’를 가격으로 매기려던 주인공, 함께 지내던 노숙자에게 얻어맞고 누워 바라본 하늘. 한쪽 눈 가리고 본 달. 그러면서 중얼댄다.

“달은 달이구나”

영화가 말하는, 말하려고 했던 모든 것이 오롯이 이 장면(대사) 하나에 담겼다.

“달은 달이구나” 이 영화의 백미.

근데 영화 보면서 든 생각.

왜 왼쪽 눈으로만 보지?

아, 일본 차 운전대는 오른쪽에 있지.

욕심 버리고, 기운 빼면 그냥 볼만. 무서워 ‘주온’ 안 본 입장에서 감독 연출력 비교는 애당초 무리다. 또 말하지만, 난 공포영화 못본다.

*호문클루스 예고편 보기(유튜브)

덧말’: 호문클루스’란?

연금술에 의해 만들어진 인조인간을 가리키며, 일반적으로 소인(小人)이다… 라틴어로 ‘Homullus(작은 사람)’라는 의미이다…

(이런 설명 여기 자세히.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1642034&cid=60656&categoryId=60656)

(18:49.0424.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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