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 카니발 로 인종차별·혁명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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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압제 속 타종족 저항…날개 요정 환상 속 혁명도 사랑도 좌절

‘카니발 로(Carnival Row) 대단한 드라마다. 시즌2 최근 공개했는데 왜 이걸 놓쳤을까 갸우뚱. 아마존 프라임 세 손가락 안에 꼽아도 좋을 만큼 수작. 종족 이름 외우기 힘들어서 그렇지, 빈지 워칭 딱 그 각. 인간 ‘버그’와 공존하는 날개 종족 ‘픽스’, 말발굽족 ‘퍽’, 늑대인간, 반인반마족 등 다양한 종족이 서로 애증하는 시대. 이민자 문제로 홍역 앓고 있는 ‘멜팅팟‘(Melting pot) 미국에 대한 은유(혹은 직유) 가득. ’날개도 없는 것들’이 대놓고 다른 종족 멸시하는 것도 일종의 현실 우화. 두 주인공 올렌도 블룸(파일로)과 카라 델레바인(Cara Delevingne. 비녯) 매력도 물씬. 여주인공은 첨 보는 듯. 특히 시즌1 제3화 30분께 ‘씬’은 세상 환상적. OST 극중 인물만큼 몽환적이다. 시즌1 아직 5회나 남았다. 시즌2는 또 언제 보나.’

카니발 로우를 처음 아마존 프라임에서 ‘발견’하고 시즌 1 제3화까지 보고 지난 3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웬만해선 내 계정에 드라마 얘기 잘 안 올리는데, 이거 흠뻑 빠져 페친들 많이 봤으면 하는 속내로 올렸다.

그리고 시즌2까지 다 보고 지난 3월 19일 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한 줄 촌평)은 이렇다.

‘혁명하자는데 반대하는 드라마. 혹은 혁명하자는 같은 편 좌절시킨 타협론자 얘기. 끝은 기대와 다르다. #다봤다’

카니발 로 포스터
아마존 프라임 ‘카니발 로우’는 인간 압제를 이겨내려는 요정들의 싸움을 그렸다. 끝내 혁명은 좌절한다.

이 드라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과 배경을 먼저 이해하는 게 좋다. 이런 장르 영화나 드라마들이 그렇듯, 방대한 ‘환상’을 받아들이려면 사전 지식은 좀 필요하다. 숙명이다.

먼저 드라마 제목인 ‘카니발 로’. 인간들이 사는 곳 ‘버그’에 있는 일종의 난민 밀집구역이다. 빈민촌이며, 인간 아닌 종족들이 ‘수용돼’ 비천하게 살고 있다. 반역을, 혁명을 꿈꾸는 자들도 이 안에서 산다. 시즌2과 시즌2 내내 드라마 주요 배경.

이 드라마에는 다양한 종족이 등장한다. 먼저 인간. 버그와 팩트 진영으로 나뉘어 전쟁 중이다. 주로 버그를 중심으로 드라마가 전개된다. 버그에도 팩트에도 인간과 인간 아닌 종족이 섞여 살지만, 인간에게 인간 아닌 그들은 ‘척결 대상’이다. 실제 그렇게 정책을 펴며, 그것 때문에 상황은 악화한다. 현재 미국, 영국과 다르지 않은 설정.

포스터에서도 보듯 날개 달린 종족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인 동시에 패착이다. 마법을 쓸 줄 아는 이종족 ‘페이’ 중 날개 달린 요정족을 ‘픽스’라고 하는데, 여주인공이 이 종족이다.(시즌 1 종반 000도 픽스라는 것이 밝혀진다.) ‘패착’이라고 한 건, 이렇게 강력한 무기(날개)를 가진 존재를 그냥 ‘가두면 순응하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설정했기 때문이다. ‘평화를 사랑한다’지만, 날개를 갖고도 너무 무기력하다. 이런 무리 100명만 있으면, 전 세계를 정복했을 것 같은데.

카니발 로
카니발 로 시즌 내내 저 날개는 환상 그 자체다. CG의 승리.

여기에 양머리에 말발굽을 한 ‘퍽’과 늑대인간, 트롤, 켄타우로스(반인반마. 근데 이 종족은 비중 있게 나오진 않는다.) 등이 등장한다. 늑대인간(웨어울프) 활약은 시즌 2에서 왕성하다.

이외 인간들이 인간 아닌 종족을 ‘크리치’라고 부른다. 자기들 눈에는 다 변방이고 이방인이라 여기는 셈이다. 미국판 백인 우월주의다 ‘화이트 라이브 매터’라고 주장하는 집권 세력의 횡포가 크리치 전멸을 외치는 지경으로 비화한다. 여기에 픽스족 위주의 저항세력인 ‘밤까마귀’가 응전한다. 결과는? 시즌2 끝을 보면 안다.

시즌1 드라마는 이렇게 시작한다. ‘인간이 쳐들어오기 전까지 오랜 세월 페이족의 땅은 신화와 전설의 장소였다. 7년 전쟁이 끝나자 버그 공화국은 철수했고, 페이족은 버그의 경쟁자인 팩트의 압제에 놓였다. 이제 페이족 땅은 탈출을 갈망하는 지옥이 됐다’

시즌 1에서는 현재 버그에서 경찰(경위)로 근무하는 파일로(올랜도 블룸. Orlando Bloom)와 픽스 땅에서 탈출한 비녯(카라 델레바인. Cara Delevingne)을 중심으로 잇단 페이족 살인 배후를 좇으며 전개된다. 과거와 현실을 교차 편집하며, 두 사람 ‘아름답게’ 사랑했던 7년 전쟁 당시 모습도 담았다. 결국 ‘살인범’을 잡고 시즌 1은 끝난다. 물론, 시즌2 밑밥은 잔뜩 깔았다.

시즌2에서는 인간과 페이족 간 본격 대결이 그려진다. 동시에 두 세력을 전복하려는 어마무시한 크러치가 새로 등장해 종횡무진 한다. ‘스파라스’라는 존재인데, 당해낼 자가 없을 정도로 날렵 잔인하며, 게다가 누구든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을 수 있다. 시즌2 내내 ‘누가 스파라스인가’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시즌2에서는 ‘뉴돈’이라는 이상향도 등장한다. 혁명세력이 지배하는 곳으로 인간과 페이가 공존하며 똑같이 일을 하고 똑같이 배분한다. 공산혁명 혹은 사회주의 혁명이 이상대로 성공했으면 가능했음직한 사회. 팩트를 탈환하고 버그까지 ‘통일’하려 하지만, 물론 쉽지 않다. 혁명세력을 고립하려는 지배 세력의 단합, 이 와중에 갈팡질팡하는 주인공들. 시즌2 후반부는 이렇게 ‘꿈’도 삽입했다.

개인적으로 혁명과 함께 눈여겨본 것은 ‘이종족간 결합’이다. 인간 귀족 이모진과 퍽 종족 아그레어스 간 사랑. 사회의 온갖 멸시와 차별을 견뎌내고 두 사람 사랑한다. 어쩌면 두 사람 스스로 차이를 받아들이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걸 뛰어넘는 순간 두 사람은 정말 ‘하나’가 된다. 시즌 1 인간과 픽스 족 사랑으로 낳은 ‘존재’가 그 삶을 부정해야 한 것에서 발전된 형태.

카니발 로 이종족간 사랑
인간과 퍽 두 종족간 사랑. 위태롭지만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순간 둘은 비로소 하나가 된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 두 사람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멋진 백발(맞나) 자랑했던 꽃미남은 나이가 들어도 멋지다. 여기서 처음 본 비녯 역할의 카라 델레바인. 모델 겸 배우, 가수라는 데 이국적인 외모가 요정에 부합한다. 매력 풀풀, 차기작이 기대되는 배우.

시즌 내내 목숨 건 두 사람, 결말은 기대와 다르다. “그래도 난 너를 평생 사랑해.” 남자의 고백. 비녯이 마지막 손 잡는 건 누굴까. 시즌2 그 끝은 그래서 개인적으로, 좀 아쉽다.

카니발 로 두 주인공 올랜드 볼룸과 카라 델레바인

카니발 로 두 주인공 올랜드 볼룸과 카라 델레바인
카니발 로 두 주인공의 사랑 얘기도 시즌 내내 큰 축을 차지한다. 마지막 포옹은 끝내 서로의 곁을 주지 않는다. 카라 델레바인의 재발견.

게다가 넘넘 사실 같은 ‘날개’. 아무리 들여다봐도 잘 만든 컴퓨터 그래픽이다. 날개 연결된 등 부위의 사실적인 묘사. 공중을 날며 벌처럼 윙윙 하는 날갯짓. ‘날개 달린 건 다 좋아한다’ 누군가는 핀잔하지만, 웰 메이드라 보는 내내 즐거웠다. 한 가지, 날개 때문 옷 벗고 입을 때는 불편하겠다, 그런 생각은 했다.

아마존 프라임의 중세 판타지 드라마 카니발 로는 시즌 1(8편)과 시즌 2(10편)로 나뉜다. 시즌 1은 2019년 8월 29일, 시즌 2는 2023년 3월 16일 공개했다. 총 18편. 시즌3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 잔인한 장면, 베드신 등이 어쩌다 나와 관람 등급은 청소년 관람불가.

이런 장르를 ‘스텀펑크’(Steampunk)라고 한다는 건 첨 알았다. SF의 하위 장르로, 네이버 오픈사전 프로에 따르면 주로 18~19세기(증기기관차가 도입된 영국 산업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그 시절에 21세기 기술이 도입된 모습을 상상하여 그려낸 작품을 의미한다. 어렵다.

<14:54.0325.흙.2023.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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