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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에서 배우는 경제, 그 세번째 중부시장·H마트 장보기
#리싯경제-영수증에서 배우는 경제, 이 시리즈 괜히 시작했다, 부쩍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장을 많이 봤나 하는 생각과 함께 쌓이는 영수증을 보면 부담 팍팍, 저걸 다 언제 쓰나 그런 생각이 마음을 짓누른다. 기실, 손도 엄청 가고 시간도 더 엄청 잡아먹는다. 그래서 미루고 또 미뤄 손도 못댔는데… 중부시장 두번째 장 보고 오니 ‘이번엔 써야겠다’ 의무감으로, 숙제하듯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 스따~~~~뜨.
시카고 지역(일리노이)에는 중부시장(시카고점/글렌뷰점)과 H마트(나일스점/네이퍼빌점/샴버그점/글렌뷰점), 아씨플라자(나일스점) 등 대형 마트 3곳을 포함해 서울마켓, 우리마켓, 던디마켓 등 다수 한인마트가 성업 중이다. 한인들을 상대로 시작한 곳이지만, 대형마트일수록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계 수요, 주류사회 등의 이용이 크게 늘면서 소비층의 격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몇년 째 살면서 먹은 음식으로 따지면 한국음식이 9할을 넘는다. 어쩌면 9.9할일지도. 그렇게 자주 먹던 햄버거도 여기선 언제 먹었나 가물할 정도, 가끔 피자나 먹을까, 품격 좋은 레스토랑 음식은 #코로나19 땜 구경한 게 1년도 넘었으니 정말, 이들 한인마트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그런 생각도. 간혹 미국에서 잘 먹고 사냐, 이런 질문 해주시는 가족 포함 지인들 계시는데, 여기 ‘없는 게 없다’는 걸로 대답 대신. 이 시린 딸기와 꼬막 등 몇몇 부재를 빼면, 냉동이든 뭐든 그럭저럭 흉내는 내면서 먹을 건 다 먹고 있다. 그러니 걱정 마시라~. 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아무래도 한인들 많이 사는 곳 버티고 있는 중부시장 글렌뷰점이다. 주로 여기서 장을 보고 귀가하는 길 H마트 글렌뷰점에 들러 고기 등 몇가지 사오는 게 루틴한 ‘한국 장보기’ 일정. 글렌뷰 한 동네인 노스브룩 살 때는 정말 ‘뻔질나게’ 이용했더랬다. 지금은 20여 분 내려가야하니 그때만큼 자주 이용하지는 못하고 사는 곳 주변 코스트코나 알디(ALDI), 수퍼 타겟(Super Target) 등을 ‘어쩔 수 없이’ 다니곤 한다.
그렇게 해서 3주 만에 다시 중부-H마트 장을 본 결과,
풀어놓으면 이렇다.
살 때는 잘 모르지만, 사와서 풀어놓으면 꽤 많다. 식탁에 늘어놓았는데, 넘쳐 한번에 다 찍을 수가 없었다. 뭘 이렇게 많이 사다먹냐 하겠지만, 이거 얼마 못간다. 먹고만 사냐,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여행도 못 가고, 집안 그래도 즐거움이 이거다. 많아 보이지만, 또 많지 않다는 건 함정.
이게 오늘의 주인공, ‘리싯'(영수증). 중부시장과 H마트를 둘 다 들러왔으니, 제법 많이 샀을 듯하다.
위 모든 것을 산 가격이 163.81달러(중부 126.19불, H마트 37.62불). 한국돈 18만 5000원 상당이다. 미쿡, 식자재 값은 음식값보다 상대적으로 싸다고 하는데, 모르겠다 이 정도가 한국과 비교해 어떤 지는.
영수증 하나하나 파헤쳐보면,
시카고 지역에서 ‘강남김치’ 브랜드는 가장 후발주자인데, 가격 후려치기 등으로 제법 많은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 저가에 위생적인 설비를 갖췄고, 속양념도 듬뿍 넣은 초기 마케팅 등이 시장 안착 요인으로 꼽힌다. 근데 최근 경쟁이 될 만하다 판단한 탓일까, 가격이 제법 올랐단다. 10불대 초반이었던 가격이 20불에 육박했다. ‘이러면 다른 거 고려해보지’ 장 본 옆지기 볼멘소리.(맨 위, GANGNAM/…1GAL. 19.99불)
절단 코다리찜을 POLLACK CUT이라고 표기. POLLACK이 ‘대구류’이고, 코다리가 명태 반건조한 걸 말하니 틀리지 않은 표현. 조림하면, 이게 또 밥도둑.
오이 도라지무침을 CUCUMBER, BALLOON FLOWER ROO라고 하는구나. 7.99불. 부추김치는 GREEN-LEEK KIMCHI라고 하고. 5.99불. 둘 다 내가 애정하는 반찬들.
KOREAN FLUKE LIVE는 뭐지? 이거 한참 고민했다. 이런. Fluke가 ‘광어’다. 광어 회 뜨고 남은 매운탕용 꺼리. 5.24불이다. 이거 어쩌다 매운탕으로 한 끼 훌륭하다.(다만 공교롭게도 오늘 넷플릭스 다큐 ‘씨스피라시'(Seaspiracy)를 보고난 뒤라 ‘생선 먹는 거’에 대한 일말의 자책감. ‘생선 먹지 말자’는 결론은 글쎄.…
송편도 사왔다. 냉동제품인데, 1kg짜리가 7.95불.
YAMASHO/CHESTNUT CAKE DORA, 이건 처음 사본 건데 일본 빵이다. 5개 들이 중량 325g인데 포장지엔 ‘쿠리 도라 야키'(KURI DORA YAKI)로 적혀있다. 안에 팥이 들어가 있고, 둥그런 모양으로 두 입 혹은 세 입 정도에 먹을 크기. 제법 맛있다. 2.95불.
딸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지만 미국에선 고개 절레절레 흔드는 신맛 때문에 샐러드에나 넣어먹지 절대 단품으론 먹지 못하는 과일. 근데 최근 ALDI에서 사온 딸기가 한국맛 80% 정도에 육박해 기분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 여운으로 중부에서 6불(4팩) 거금을 들여 사왔는데, 음… 기대했던 맛이 아니었다. 미국 살면서 참 이해하기 힘든 일 중 하나. 이 넓은 땅에서 왜 제대로 된 맛을 내는 딸기를 못 생산해내는 건지. 그 기막힌 맛을 왜 느낄 수 없는 건지. 아쉬운대로 담 ALDI 딸기로 위안 삼기로. 그 맛 여전할 지는 미지수이지만.
JUCCHINI 이거 생긴 거와 다르게 발음은 ‘주키니’다. ‘오이 비슷한 서양호박’. 오이가 ‘큐컴버’ 인 것도 안 외워지긴 마찬가지.
‘SEAWEED SNACK’은 김맛스낵(아래 사진)을 말한다. 아는 형집 갔는데, 먹어보고 제법 심심풀이로 먹을 만 해 간혹 사들이는 것. 한가지, ‘김’ 서양사람들은 못먹는다고 알고있는데, 친구들 따라 한인 집에서 먹어본 어린 미국애들 제법 잘 먹는단다. ‘종이를 먹느냐’고 의아해했다는 반응은 세대가 바뀌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양상. 하긴 10년 전만해도 드물었던 ‘회’ 먹는 미국인들, 지금은 고급음식으로 우대하는 걸 보면 격세지감. 젓가락질도 제법.(그래놓고 작금 아시안 혐오는 또 왠말. 이왕 말 나온김에 #StopSaianHate 한번 외치고)
BELLY-B는 삼겹살, BABY BACK RIB은 등갈비. SOYBEAN SPROUT는? 바로 콩나물. 그러면 여기서 퀴즈. 닮은 꼴 숙주나물은 영어로 뭐? Mung Beans Sprout(또는 Green Bean Sprout)란다. ‘Mung Beans’이 녹두.
중부시장에서만 모두 31개 품목을 구입했다. H마트 6품목 더하면 이날 총 163.81달러에 모두 37개 품목을 사들인 셈. 차곡차곡 포인트를 모아 득템하는 사은품은 기분 좋은 덤. 1500불 이상 포인트 모으면 받을 수 있는 ‘전기 팬(PAN)’이 다음 타깃이다.
하나더.
KOREAN FLUKE LIVE로 끓인 매운탕. 배 고프다.
(19:08.032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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