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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코홀 건립, 문화회관 위상 증대 등 “역할 다하겠다”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JUL 15 THU. at 11:16 PM CDT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이 최근 새로 이사장을 맞았다. 다목적 건물인 ‘비스코홀’(Bisco Hall)의 내년 완공 등 설립 11주년을 맞은 한인문화회관의 ‘미래 10년’을 고민하는 때, 중책을 맡았다. 문화회관과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한인문화회관의 변화를 꾀해 도약을 이루겠다는 강 신임 이사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11일 오전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2000년 대 현업에서 ‘은퇴’를 하기까지 강 이사장은 30년 이상 상업용 부동산 투자·관리 일을 해왔고, 1980년 한국업체와 자전거 합작회사를 설립·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업체들을 걸어 미국 업체들이 제기한 안티 덤핑(Anti-dumping) 제소에 맞대응, 전문 변호사와 함께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 청문회에서 이를 기각시킨 일화는 꽤 유명하다. 이를 계기로 덤핑 공세를 벗어난 한국 자전거 업계는 이후 수년 내 1억달러 수출을 일궈내기도 했다.
그는 학부 시절 전공(이화여대, 영양학)을 살려 미국 내 대표 식품 제조사의 연구원 겸 연구개발센터 부서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에서 필요한 것은 ‘기술’이라며, 이를 배워오라는 부친의 당부도 이에 큰 몫을 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퍼듀대학교에서 조교수로 몸담기도 했다.
왕성한 사업 활동과 함께 장학재단 설립,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도 적극 펼쳐왔다. 교통사고로 잃은 아들을 기리며 1998년 설립한 장학재단을 통해 이미 학생과 학교에 100만 달러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아울러 2000년 북미 이화여대 동문회를, 2004년 북미 이화여자 고등학교 동창회를 위한 이화교육재단을 설립해 모교 발전에도 이바지했다. 일리노이 주택 공사 이사, 짐 에드거(JimEdgar) 주지사 인수 팀 등 커뮤니티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강 이사장은 현 문화회관 건물을 11년 전 매입해 한인문화회관을 건립한 강영희 회장의 언니다. 신병으로 자리를 떠나야 했던 장기남 초대 회장에 이어 모금을 계속하고 건물 물색부터 구입까지 애 쓰는 동생을 도우면서 문화회관과 인연을 맺었다. 윌링의 현 문화회관 건물 구입 뒷얘기 등 강 이사장은 그때의 ‘고생담’을 ‘무용담’처럼 전했다. 여하한 논란을 뒤로하고 문화회관 설립 초기 적지 않은 고생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임원 그런 거 안 하고 뒤에서 도왔다”던 강 이사장이 문화회관 이사장직을 물론 ‘덜컥’ 수락한 것은 아니다. 처음 이사장 자리를 제안받고 “지금처럼 옆에서 돕겠다”며 고사했지만, 김윤태 회장과 장기남 전 이사장의 강력한 권고와 처음 반대하던 동생의 ‘권고’에 뜻을 꺾었다. “들어가 (내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강 이사장은 “들어왔으니, 잘 해내야죠”라며 강단 있는 각오를 던졌다.
현재 문화회관의 최대 당면과제는 다목적 공간인 ‘비스코홀’ 건립이다. 내년 가을께 완공을 목표로 설계와 공사를 맡을 업체 선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다목적홀은 서병인 비스코(Bisco) 회장과 그의 부인인 서민숙 씨가 운영하는 비스코 자선재단(Bisco Charitable Foundation)이 150만 달러를 쾌척해 시작했다. 여기에 이사진과 후원자 후원 등을 포함하면 장기 약정 금액이 250만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말, 미 연방기관인 NEH(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로부터 60만 달러를 지원받기도 했다.
강 이사장은 비스코홀 설립 논의 초기부터 관여했다. 문화회관 내 퍼포밍 홀에 대한 필요성이 약 2년 전 처음 제기됐고, 얘기를 전해 들은 비스코 측이 수락해 비스코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설립의 단초를 마련한 강 이사장은 아울러 NEH의 그랜트 확보, 후원자 약정서 확보 등 중요 역할을 했다. 김윤태 회장이 “(비스코홀 관련) 강 이사장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말한 건 바로 이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당초 150만 달러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솔직히 300만 불로 하기도 힘들다”는 게 강 이사장의 판단이다. 더 잘, 더 좋게 만들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다. 게다가 자재비 등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1년 “문화회관이 항상 럭키하다”고 말하는 강 이사장은 이번에도 이를 헤쳐나가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11년 전 건물 구입 직후 이를 리모델링 해 현재의 문화회관을 만들어준 당시 한국업체의 김주봉 팀장. 현재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에게 어렵사리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는 선뜻 “오겠다”고 답했다. 문회회관을 속속들이 아는 최고 적임자인 그의 호응은 큰 힘이 됐다. 지난 6월 2일 다시 시카고를 찾은 그는 현재 비스코홀 증축 관련, 문화회관을 대표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강 이사장에 따르면, 3개월 말미를 허락한 그는 8월 16일 한국으로 돌아간다. 물론 한국에 가서도 관련 일을 계속하게 된다. 강 이사장은 “정말 고맙고,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번 겨울에 한 번 더 시카고를 방문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웃었다.
강 이사장은 “또 하나 고마운 것은 문화회관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멋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봉사정신으로 정말 ‘아무것도 없이’ 11년 문화회관을 지금 모습으로 일궈왔다. “이들이야말로 (문화회관) 최고 자산이자 자랑”이라며 그는 김윤태 회장을 비롯해 이사, 임원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강 이사장은 지난 10일 이사장으로 서 첫 정기 이사회를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 강 이사장은 비스코홀 증축과 문화회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조직 재정비를 강조했다. 문화회관 이사회 위원회 구조 조정과 정기 이사회 횟수 감소(연 4회) 등 안건도 논의 후 통과됐다.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털어놓고 마음과 마음이 닿는 좋은 교류를 했다. 이견이 있어도 진지하게 토의한 다음 결의하는 거 보고 자랑스러웠다.” 첫 이사회를 마친 강 이사장의 소회다.
이와 관련, 강 이사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경영진과 이사진의 이원화 운영’ 방침을 밝혔다. 외부 전문가의 ‘진단’에 따른 것으로, 경영은 전문 직업인들에게 맡기고, 이사진은 그 활동을 검토, 지원하는 역할로 분담하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경영진에 최고 책임자를 두고 그 밑 각 분야별 전문가가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식이다. 현재 매니징 디렉터는 최기화 씨가 맡고 있으며, 강 이사장은 그를 “경영진의 헤드”라고 불렀다.
강 이사장은 “예전엔 경영진과 이사진이 뒤섞여 있었다면, 지금은 질서정연하게 프로그램 관련된 건 일체 매니징 디렉터 소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경영진과 이사진을 이원화하는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고 (그렇게) 활동을 강화하는 데 이사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사진은 30여 명 정도로 구성됐다. 물론 모두 자원봉사자이며, 변호사, 의사, 회계사, 교수, 무용단장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차세대 영입을 위한 강 이사장의 복안도 궁금했다.
그에 따르면, 이사진 분포를 보면 현재 차세대가 1/3 정도 된다. 1.5세와 2세들 모두 대부분 한국말을 한다. 2세, 3세들이 문화회관 프로그램에 많이 들어오고, 공모전 등에도 적극 참여하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강 이사장은 “2세를 포함해 우리 자녀들이 벌써 사회 중진들로 성장했고, 이런 분들도 일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들을 적극 이사회에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한인 동포사회에 한 말씀.
“문화회관은 ‘프라이드 앤 조이’(Pride & Joy)입니다. 우리 문화와 전통을 공유하며 즐기는 곳으로 11년 동안 가꿔왔으며, 이제 멀티 퍼포먼스 홀 증축, 더 많은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한인 동포와, 주류사회와 함께 나누면서 우리 자손에게 물려줘야 합니다. 일리노이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서도 많이 알려진 만큼 세계적으로 잘 운영되는 한인문화회관으로 더 발전돼 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참여자 모두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 (이사장으로서) 더 열심히 사명감으로 일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도약의 시대다. 도약하는 중요한 시기에 일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라며 강 이사장이 한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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