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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AUG 20. 2023. SUN at 3:02 PM CDT
시카고에 살면서 이래저래 회는 여차여차 가끔 먹는다. ‘횟집 여자랑 결혼하지 그랬냐’ ‘이럴 거면 미국 왜 왔냐’ 회 너무 좋아해 왕왕 듣는 구박이기도 하지만 다양하진 않아도, 그나마 구색 갖춰 회는 가끔 먹는다.
못 먹는 건 물회다. 한국 가서 빼놓지 않고 먹고 오는 게 그래서 물회. 얼큰달콤한 빨간 육수에 여러 횟감과 야채, 다양한 재료 듬뿍 담아낸 물회를 보면 말 그대로 ‘환장’한다. 이걸, 시카고에서는 먹을 수가 없다. 한인마트에서 횟감이랑 물회 육수 사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방법 있다지만 이게 또 한 수고 한다. 맛도 보장할 수 없다. 그래도 한번 ‘해달라’ 했다가 맞아 죽는 줄 알았다. 그냥 그 뒤로 입 닥치고 살고 있다.
그러다 이 제품을 봤다. 교차로에 실린 광고에서 ’물회‘만 보였다.
‘포항 발효 물회’<SPICY COLD RAW FISH SOUP(SQUID)>라는 이름으로 H마트가 판매 중이다. 제조사 ‘과일•곡물효소로 발효시켜 감칠 맛이 깊다’고 홍보한다.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이달 24일(목)까지 9.99불 제품 3.99불에 판다.
나일스 H마트에서 처음에 2개 샀다가 2개 더 샀다. 미씨방 아줌마들 이미 ‘맛없다’ 한바탕 맛평 지나갔단 얘기 들은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냥 즉석 물회, 흉내낸 맛이나 보자 생각했다.
이게 뭐라고 개봉샷도 찍었다. 냉동 상태라 한 세 시간 상온에 내놓았더니 녹았다. 포장 뚜껑 위 놓인 흰 부속물 뭔가 했더니 밀폐 비닐 뚜껑 ‘따는’ 용도다. 열었다.
포장지에 탐나는 그림과 함께 ’오징어 35%‘라고 적혀있다. 근데 오징어, 안 보인다. 무 생채만 90% 넘는다. 휘저어 보여도 ‘35% 있어야할’ 오징어 잘 안 보인다. 있긴 있더라. 근데 무생채가 너무 많다. 오징어, 씹을 만 하면 없다. 그냥 무생채 먹는 맛이다. 새우•멸치도 들어있다는데 ‘가루’다. 아쉽다. 국물도 넘 없다. 라면 물 못 맞춰 자박하게 끓여냈을 때 느낌?
맛은 괜찮다. 매콤새콤달콤한 건 국물도 마찬가지. 즉석 물회이고 특히 3.99불 가격에 이 정도면 ‘흉내만 낸’ 물회라도 제 값어치 한다. 오징어 이렇게 없다는 건 좀 의아하다. 뭐든 기대가 적어야 평가도 후한 법이다. 그래도 9.99불 제값 주고는 안 먹겠다.
즉석물회 여기에 회 추가하고 야채 더하고 양념 더 넣으면 제법 물회답긴 하겠다. 근데 그런 수고 안 하려 이거 사 먹는 거. 그건 배보다 배꼽 더 큰 상황 되겠다.
이 제품 포항 소재 ‘범촌’(Beomchon fermentation food Co.)이 만들었다. ‘Product of Korea’다. 냉동보관이라 유통기한이 2024년 7월 10일까지다. 10.582oz(300g). 오징어(중국산) 빼고 다른 재료 대부분 다 국산이다.
더 사놓진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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