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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스터가 먹고 싶었다. 팬데믹 끝 무렵 밀워키(위스콘신) 거기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이 문을 연 까닭이다. 시카고 살면서 가성비 뛰어나고 맛까지 좋은 랍스터는 왕왕 이 안에 있는 세인트 폴 피시 컴퍼니(St. Paul Fish Company)에서 먹었다. 마침 택일한 날이 날도 좋고(무려 최고온도 82도) 좋은 일행과 함께하는 여행 삼아, 떠났다.
일단 랍스터를 먹고 노천카페 커피한 후 ‘밀워키 아트 뮤지엄’ 둘러보는 일정. 바쁜 하루 예감해 늦잠 털어내고 오전 10시 집을 떠났다.
목적지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시카고 다운타운 가는 시간과 비슷. 졸며 가는 길이었지만 도착 무렵 반가움에 깼다. 3년 만에 와본다. 일단 반가웠다. ‘주차장 만땅’(Lot Full) 표지판 보고 인근 스트리트 파킹. 토요일이라 그런 건지 운 좋게 ‘무료 주차’.
퍼블릭 마켓 안 세인트 폴 쪽으로 들어섰는데, 실내 인파. 놀랐다. 또 아무도, 정말 아무도 마스크 쓰지 않았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여기, 위스콘신이다. 마스크 의무화했을 때도 ‘안 쓰겠다’며 저항 심했던 곳. 이런 데서 마스크 쓰면, 우리만 이상한 ‘놈’ 된다. 우리도 안 썼다. 사람 많은 실내에서 마스크 안 쓴 건 아마도 팬데믹 이후 처음 아닌가 싶다. 그만큼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됐기 때문이기도 한데, 조금 겁이 난 것도 사실.(먹는 동안 동양인 몇 명 아주 간헐적으로 마스크 쓰고 오가는 정도.)
점심 직전이라 그런지 ‘운 좋게’ 대기시간 없이 자리를 배정받았다. 그나마 안쪽이라 좀 더 안심됐다고나 할까. 오랜만 와서 우리가 즐겨 먹던 그 메뉴(‘live maine lobster dinner’)혹 없을까 봐 미리 검색을 좀 했다. 공식 메뉴엔 없는데, 인스타그램엔 있다? 있겠지 하고 왔고, 들어서면서 접수처 확인했더니 “있다”했서 자리에 앉았다.
근데, 서빙하러 온 건장한 흑인 청년 “없다”고 확언. “있다고 하더라”했더니 “잘못 안 것”이라며 “그거, 이걸 말하는 거 같다”며 다른 메뉴(England Style Lobster Boil. 26.95불)를 제시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없다니 뭘. 하고 그가 말한 걸 시켰다.
맥주 한 잔을 다 마실 동안 음식은 나오지 않았다. 오랜만 방문한 곳, 주변도 둘러보고 관광객 모드로 사진도 찍고. 반가웠다, 오랜만 이렇게 많은 사람, 이런 분위기. 날도 좋아, 뭐든 걱정도 잠시 다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은 내가 ‘원했던’ 분위기.
그리고 나온 음식. 모두 다 좋아했다. “비주얼이 더 낫다”는 의견부터, “이 가격에 이걸?” “맛있겠다” 등등. 일단 호평 일색. 그리고 난 먹을 동안 말을 잃었다. 3년 전 그 맛이고, 기대했던 맛이었다. “역시 음식은 손으로 먹여야 해”하며 랍스터도, 옥수수도, 감자도 소스(drawn butter)까지 찍어가며 ‘더럽게’ 먹었다. 살은 잘 발라진다. 꼬리부터 먹고, 다리 먹고 그 다음 몸통. 그야말로 깨끗하게 비웠다. 일행 중 한 명이 시킨 ‘이스트 코스트 랍스터 롤’(East Coast Lobster Roll. 20.50불) 이것도 훌륭했다. 빵 사이 촉촉한 랍스터 살이 가득하다.
먹고 나니 퍼블릭 마켓 함 둘러볼 생각이 나더라. 사람 워낙 많고, 그래서 아직은 엄두가 안 나 오래 둘러보지 못하고 계획대로 커피 한 잔 사서 그곳을 나왔다.
저마다 데리고 나온 키우는 개들. 산만한 덩치를 이기지 못하는 어떤 아줌마를 보고 잠깐 웃음도. 넉넉한 토요일 주말 오후의 밀워키 풍경.
<시카고에서 OO하기 44-‘밀워키 아트 뮤지엄’ 둘러보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