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추천영화 돈룩업 서늘한 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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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멸망 이끈 정치인·사업가 풍자…화려한 출연진도 볼거리

밀린 영화 리뷰를 쓰는 건 고역이다. 보고, 찐느낌 있을 때 후딱 써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나면 쓰기 어렵다. 그래도 본 영화, 호평이든 혹평이든 리뷰 써야겠다 생각한 영화들, 드라마들 숙제처럼 쓸 수밖에 없다. 현재 기억나는 건 이거 ‘돈룩업’하고 ‘고요의 바다’ ‘불가살’ 등등. 앞에 건 호평이고, 뒤에 건 혹평이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위력의 10억 배에 달하는 지름 5~10Km 혜성이 6개월 10일 뒤 지구 태평양, 칠레 서쪽 100Km 인근에 떨어진다. 높이 1.4Km 대형 쓰나미로 지구 멸망. 영화는 박사 과정의 한 대학원생의 우연한 혜성 발견으로 시작한다. 어마무시한 얘기. 사람들 사는 지구 그 자체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룩업’은 풍자 일색이다. 그게 나 자신일 수도.

보통 이런 경우 사람들은 온갖 치유방법을 통해 시한부 생명을 살리려 애를 쓴다. 과학적이든 아니든 어떤 것도 이 생명에겐 구원의 동아줄일 수 있다. 공통적인 것은 ‘일단 살리고 보자’는 마음.

그런데 이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은 그렇지 않다. 지구를 살려야, 자기들도 살텐데 이기적이고 정치편향적인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거기에 ‘돈벌이’에 급급한 사업가가 끼어들면서 지구는, 지구인은 스스로 몰살을 자초한다. 지구 위기를 앞에 두고 정치인들, 사업가들의 바보같은 정책 결정을 이 영화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과학자들도, 일반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저들의 논리에, 때론 회유와 겁박에 그들에 동조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지구 멸망한다니 약탈을 일삼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혜성을 막기 위한 전지구적인 공조가 단 한 차례에 그친다는 점도 어쩌면 지구 위기에 대응하는 전세계 국가들 대응을 비꼰 거 아닐까.

아무리봐도 트럼프.

‘사실’이 있는데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준동해 퍼뜨린 거짓이 혼란 부추기는데 ‘하나가 되자’며 양비론(혹은 양시론)을 펼치는 세력에 대한 조소도 표현된다. 떨어지는 혜성을 ‘올려다 봐라’(Look up)는 쪽과 그런 건 음모론이니 ‘올려다보지 마라’(Don’t look up)는 진영의 첨예한 대결. 영화는 ‘바보들아, 진실이 있으면 중용(중도)은 헛 거야’ 이렇게 말한다.

이런 류 영화 영웅이 나와 스스로 희생하면서 지구를 구하는 걸로 끝난다. 그런데 이 영화 정말 6개월 뒤 지구 망한다. 혜성이 와 지구와 부딪히는 그 순간까지 인간 군상들 최후를 맞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러나 비현실적으로 그린다. 누구는 절규하고 누구는 웃는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손 맞잡고 최후를 맞는 주인공들. 그런데 그게 뭔가 허무하고, 두렵다.

과학이 우리를 구원할까.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는 있을까. 망해봐야 그때 아는 것일까.

좌파 감독이 만들었다느니, 기후변화 위기를 은유했다느니 영화 외적인 내용은 그닥 중요하지 않다. 저 경우 나는 어떨까, 그런 생각으로 그저 139분을 ‘즐기면’ 된다. 그게 현실이 된다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예전 봤던 2020년 영화 ‘디스커버리’(The Discovery)도 생각나고.

영화 돈룩업을 보면서 신랄한 풍자를 발견하는 건 또 다른 재미다. 가령 이런 대사들.

“미시간 주립대? 명문대에 더 알아보고”
“스바루가 천체망원경도 만들어?”
“한국도 관심을…”
“당신네들보다 피부 색소가 많을 뿐이에요”
“CIA나 하는 짓인데”
“중국이 판다같은 앞발로…모든 광산을 움켜쥐고”

요즘 미국 영화나 드라마 ‘한국’ 등장 심심찮다. 이 영화에선 어떤 의미일까.

화제가 된 건 또 있다. 바로 화려한 출연진.

랜달 민디 교수 역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디비아스키를 열연한 제니퍼 로렌스, 미국 대통령 역 메릴 스트립을 비롯해 롭 모건, 마크 라이런스, 케이트 블란쳇, 조나 힐, 아리아나 그란데, 티모시 샬라메, 론 펄먼, 키드 커디, 크리스 에반스 등등 ‘알만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그들을 하나하나 캐치해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잔재미이다. TV쇼 호스트로 나온 케이트 블란쳇 매력 발굴은 또다른 성과. ‘화제의 2021년 영화 ‘듄’에서 주인공 맡았던 티모시 샬라메, 반갑긴 한데 여긴 왜 출연?

화려한 출연진.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정말, 6개월 뒤 지구가 멸망한다면 넌 뭐할래? 누구랑 있을래? 그 순간이 어쩌면 축복? 그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돼서는 안 되는데. 이런 영화가 그런 데 일조해야 할 텐데.

이 영화, 쿠키 있다. 두 개나 있다. 마지막 엔딩크레딧 그 전에 잠깐 나오는 영상. 때는 22,740년 이후. 살아남은 인류들이 또 다른 행성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리고 엔딩 크레딧 끝 무렵 또 하나. 근데 무슨 의민지 모르겠다. 결국, 인류가 절멸하지 않았다는 거? 쟤 살려 뭘 하려고?

부록처럼, 아리아나 그란데 공연 장면도 나온다. 이 가수 영화에서 당당히 크레딧에 이름 올렸다.

*아리아나 그란데 노래. https://youtu.be/wFeZ2EOc8KY
*돈룩업 예고편 보기. https://youtu.be/q9923t78CNY

한가지, 이거 장르가 코미디다. 감독 아담 맥케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난해 12월 8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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