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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1년 5개월 ‘포스트 코로나’ 복구…“내 점수는 60~65점”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JUL 1. 2023. SAT at 7:21 PM CDT
김정한 시카고 총영사가 지난 24일 데스플레인 레이크 파크에서 열린 ‘순회 한국 전쟁 기념비’(Traveling Korean War Memorial 2023) 행사 기념식에 참석했다. 김 총영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베테랑 여러분은 전쟁의 승리자이자 승자”라고 말해 참석자들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행사 후 김 총영사를 따로 만났다. 그는 지난해 3월 9일 시카고 총영사로 부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무렵이었고, 1년 5개월 직무를 수행하면서 이제 ‘팬데믹 이후’를 맞고 있다. 임기 중 정권도 바뀌었고, 숙원이었던 재외동포청도 출범했다.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올해 한미관계의 뜻깊은 역사에 주목했다. 2023년은 한미동맹 70주년이자 정전 70주년이고 미주 한인 역사 120주년이다. 시카고 박람회 130주년이라는 의미도 더해진다. 한국(당시 고종)이 세계에 모습을 보인 것은 1893년 4월 열린 시카고 박람회가 처음이었다.
김 총영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번영과 번창이 한국전쟁을 극복해서 가능한 것이었고, 이는 선대의 희생과 동맹국 특히 미국의 역할에 힘입은 바 컸다고 강조했다.
“역사 과정이라는 게 묻혀가는 게 아니라 축적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를 위해 힘쓴 선대는 물론이고 외국 친구들을 기억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국력 신장과 위상 제고, 한미 양국 이해증진에도 도움이 됩니다. 오늘 이 행사가 작은 것 같지만 그 자체 의미가 있고 그 결과가 모이면 창대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1년 몇 개월 김 총영사의 부임 이후 활동에 대한 소회도 궁금했다. 그는 “동포사회 체감은 작년 말 이후 역시 코로나19를 벗어나 포스트 코로나 첫발을 내딛는 데 있는 것 같다”며 “팬데믹 기간 코로나가 동포사회 경제 생활과 우리 총영사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 만큼 이를 복구해 안정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5월 재개한 순회 영사 서비스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지난해 교두보를 확보했다면, 올해 이를 더욱 확대할 생각이다. 이를 통한 동포 사회 편의를 더욱 증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이다.
지난 6월 출범한 재외동포청도 동포사회 하나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며, 재외동포청과 동포사회 협조를 위한 총영사관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한미 증진 방안이 없는 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총영사로서 본인 업무의 가장 큰 목표는 ‘중서부 지역 한미 간 우호 증진’을 내세웠다. 관할 중서부 지역에 다른 나라 총영사관도 많이 나와 있는 만큼 이들과 관계 개선을 통한 외연 확대도 중요한 과제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동포들 과거의 편의를 복구하고 증진하는 것 또한 주요 업무라고 강조했다.
김 총영사 스스로 본인 그간 업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답을 피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위상이나 이미지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는 데 있어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합니다. 동포 사회 편의 증진도 순회영사 재개 등 여려 측면에서 많이 복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굳이 점수로 말한다면 60~65점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공관장 임기는 인사권자 결정에 따른다. 그래도 전임 총영사관처럼 불미스러운 일을 겪지 않으면, 평균 2~3년 시카고에 머문다. 김 총영사는 “이제 1년에서 1년 반 정도 남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은 기간, 어떤 일에 역점을 두고 싶은 것일까. ‘순회영사 확대’와 ‘한미 우호 증진’, ‘동포사회 소통 강화’ 등 답이 돌아왔다.
순회 영사 경우 “복원은 됐지만, 개인적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더 확대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총영사관이 커버하는 지역, 시카고 동포 사회 규모에 비해서는 현 순회영사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해 김 총영사가 강조하는 것은 ‘접점 확대’이다. 접점을 만드는 것이 다는 아니지만, 그것이 양국 관계 개선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해당 역할도 중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도 “동포사회와의 소통과 조율이 굉장히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미 우호 증진은 총영사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지 밀착해 생활하는 한인들이 모든 사정을 속속들이 훨씬 더 세세하게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도 관련 노력을 배가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의 임기 중 정권이 바뀌었고, 재외동포청도 새로 출범했다. 총영사로서 체감하는 변화가 있는지 물었다.
“아무래도 동포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정부 전체적으로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디테일하게 체감하려면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개별 공관과 동포사회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타공관에 비해 시카고 총영사관 관할지역의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할까. 이날 짧은 인터뷰, 마지막 질문이었다.
“중서부 지역이 미국 내 중요한 지역임에도 80년대 이후 비중이 작아졌습니다. 한국과 미국과의 교역액이 인구나 영토 면에서 23~25%를 차지하는데 이 지역은 20%가 좀 안 됩니다. 미진한 점은 있지만, 잠재력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일리노이는 금융, 물류 등 다채로운 산업이 특징입니다. (이곳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애로사항을 개선해 나가려 합니다. 한 번에 안 됩니다. 조금씩 지역 정부와 커넥션을 강화해 나가면서 어려운 점을 해소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업들이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해나가려고 합니다.”
김 총영사는 외무고시를 거쳐 1994년 외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주제네바 1등서기관, 조약과장, 주미얀마 공사참사관, 아시아태평양국장, 인사기획관 등을 역임했다. 1994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2000년 미국 코네티컷대 국제관계학 석사를 이수했다. 2013년 2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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