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미물리학회장 김영기 교수 “사람 간 충돌이 곧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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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과학계 가교·차세대 리더십 확보·과학-대중 소통 강조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APR 20. WED at 2:00 AM CDT

김영기 시카고대 물리학과 학과장(60)은 올해 7월 1일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제51대 회장을, 2024년 1월부터는 미국물리학회장을 맡는다. 한인 과학자로서 미국 물리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한국과 미국 간 가교 역할은 물론, 기성세대와 차세대를 잇는 노력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16일 그와의 전화 인터뷰, 김 교수는 KSEA의 미래 50년에 대한 구상과 함께 한국인 최초 미국물리학회장을 맡는 소회를 전했다. 미 주류사회를 이끌 차세대 한인 육성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특히 “세대 간 조직 간 사람 간 ’충돌’이 발전을 이룬다”고 강조했다. 2000년 미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는 ‘주목할만한 젊은 과학자 20명’ 중 1명으로 입자 충돌 실험이 전공인 김 교수를 꼽으면서 그를 ‘충돌의 여왕’(Collision Queen)이라 불렀다.

‘충돌의 여왕’으로 불리는 김영기 시카고대 석좌교수(물리학과장)은 “세대 간 조직 간 사람 간 ’충돌’이 발전을 이룬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7월 1일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제51대 회장에, 2024년 1월 미국물리학회장에 취임한다. /사진=시카고대학교

먼저 차기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회장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일까. 김 교수는 “50년 동안 50명의 회장과 많은 분이 시간과 땀을 들여 협회를 이렇게 성장시켰다”며 “앞으로 50년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많은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KSEA는 1971년 워싱턴DC에서 한인 유학생 69명으로 창설됐다. 50년 역사를 거치면서 한인 1세뿐 아니라, 1.5세, 2세 한인과학기술자들이 대거 회원으로 가입해 세대 폭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 학술대회와 다양한 연구개발(R&D), 차세대 사업 등을 통해 과학기술 발전과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의 다리 역할을 해왔다.

김 교수는 “앞으로 50년은 한국과 미국을 넘어서 세계를 엮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50년 한국과 미국 과학기술계 ‘브릿지’ 역할을 해왔다면 이를 세계로 확대하고 싶다는 속내다. 아울러 차세대 회원이 늘면서 관심분야가 다양해진 만큼 “일과 문화 모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는 차기 회장으로서 “도전이자 기회”라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차세대’ 지원 프로그램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매년 12월 열리던 차세대 프로그램 ‘과학기술전문인 경력개발 워크숍’(SEED. 8월 16~17일)을 KSEA 가장 큰 연례행사인 한미과학기술학술대회(UKC. 8월 17~20일)에 맞춰 개최한다. 두 행사를 연계해 양측 네트워킹을 도모하려는 취지다. 차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미래 KSEA 50년’을 토론하는 UKC 포럼 세션도 별도 운영한다.

김 교수는 올해 UKC 대회장이다. KSEA는 이 행사를 1년 동안 준비할 수 있도록 전년도에 차기 회장을 미리 선출한다. 올해 행사 토론회 주요 주제는 ‘팬데믹 2년의 교훈’이다. 이 기간 과학기술이 어떤 역할을 했고, 앞으로 도래할 유사 팬데믹에 과학기술인은 어떻게 대비할지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

김 교수는 “백신 안 맞은 사람들이 많은데, 대중이 왜 과학기술을 불신하는지, 신뢰는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UKC 2022에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혁신센터’ 건립은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KSEA의 대표 숙원 사업이다. 실리콘밸리에 물리적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연중 프로그램 운영 등 ‘창업 트레이닝’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물론, 미국 내 많은 개인•단체의 도움을 기대한다.

세종혁신센터는 현재 논의 단계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현 회장단이 각계 많은 분과 논의를 진행했다”며 “재정 확보 방안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세워지는 대로 센터 건립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의 재정 자립에 대한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재정 자립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회장단이 프로그램 개발 등 더 알찬 협회 운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은 물론 특히 미국 내 많은 기관·단체와 접촉하고 있으며, 제법 성과도 있다. 그는 “여러 지역과 인종으로 스폰서십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협회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효과”라고 말했다.

차기 회장으로서 KSEA 시카고 지부 평가도 부탁했다. “활발하게 매우 잘하고 있다”는 게 그의 평가. 

“여러 프로그램들 특히 시카고지부가 다른 지부와 차별화하는 게 고등학생 대상 멘토링 프로그램입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 학생들을 지도하는 지부 회원들이 너무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지부에서도 벤치마킹하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사진=시카고대학

김 교수는 2024년 1월부터 미국물리학회장을 맡는다. 5만 5,000명 회원을 대상으로 수 개월간 투표를 해 그가 낙점됐다는 점에서 선출 당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김 교수는 “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지만, 회원들이 저를 믿어주고 추천해줘 고민 끝 수락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물리학회장을 ‘예약’한 소감을 묻자 “일이 더 많아졌다”며 웃었다. 학회는 회원을 위한 프로그램 외 기후변화 등 이슈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일 등도 하고 있다. 그는 “대중과 소통하는 것도 새로 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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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9년 설립된 미국 물리학회 수장을 한국인이 맡는 건 김 교수가 처음이다. 동양인으로도 두 번째. 동양인으로, 여성으로서 그의 ‘성취’가 궁금했다. 김 교수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을 전공하는 동양인이 많은 데 비해 승진 비율과 리더십 확보는 크게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이는 과학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왜 그런지 확실하게 몰라도 결과는 안다”며 이를 타개하려는 노력을 역설했다.

김 교수가 KSEA 차기 회장으로서 ‘차세대 리더십 트레이닝’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한인 차세대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드는 중”이라며 “여자 남자 불문하고 우리 스스로 주류사회 리더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9년 페르미연구소 재직 시절 아태 문화유산의 달 기념행사에서 한국무용을 선보이는 김영기 교수. /사진=페르미연구소

왜 물리학을 선택했을까. 중고등학교 때 그는 음악, 무용과 함께 수학을 좋아했다. “풀면 답이 딱딱 나오는 게 좋았다”는 그는 대학에서는 “재밌을 것 같아” 수학과 대신 ‘물리학’을 선택했다. 물론, “후회 안 한다.”

늘 바쁜 김 교수지만 짬짬이 쉴 때 정원을 가꾸고 많이 걷는다. 무용을 좋아해 여행이든 출장이든 가면 현지 무용을 꼭 배운다는 것도 이채롭다. 덕분에 여러 나라 다양한 춤을 출 수 있다. “남들 운동할 때 난 무용하는 셈”이라는 그, 제일 많이 하는 건 한국무용이란다.

미국엔 1986년 대학원 입학하면서 왔다. 시카고에는 2002년 남편(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과 결혼 후 이듬해 이주했다. 버클리대 교수로 있을 때 가속기 입자 충돌 실험을 시카고 근교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했는데, 이때 시카고대학을 염두에 뒀다.

‘충돌의 여왕’ 별명을 김 교수는 “마음에 든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충돌’의 외연을 확장했다. “차세대와 기성세대 만나는 것도 ‘충돌’이고, 단체 리더로서 회원 개개인과 대화하는 것, 연구팀원들과 토론하는 것도 모두 ‘충돌’”이라며 “살아오며 해온 모든 것이 충돌과 연결돼 있다”는 고 그는 설명했다.

그 정신은 김 교수의 좌우명 ‘경천애인’(敬天愛人)에도 녹아있다. 아버지가 붓글씨로 써 준 그 금언을 김 교수는 하늘을 ‘자연의 법칙’으로 공경하고, 과학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충돌을 얘기했듯 사람들을 잘 알고 사랑하면 과학도 잘 될 것으로 믿고, 그래서 사람을 열심히 알고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김 교수의 말이다.

◆김영기 교수는 누구=김영기 교수는 1962년 경북 경산 태어났다. 고려대 물리학 학·석사를 마치고 1990년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로렌스 버클리대 국립연구소 연구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미국 페르미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현재 시카고대학 석좌교수로서 물리학과장을 맡고 있다. 입자물리학자로서 힉스 입자의 검출을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7월 1일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차기 회장에 선출됐으며, 오는 7월 1일 제51대 회장에 취임한다. 현 미국물리학회 부회장으로, 2024년 1월부터 미국물리학회장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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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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