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영 작가는 삶과 죽음, 그 사이 인간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국적인 소재들로 담아내고 있다. 한복천과 먹, 수채물감이나 한국화 분채 등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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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JUN. 7. 2025. SAT at 11:57 AM CDT
설치 미술작가인 유아영(37)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삶과 죽음, 그 사이 인간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국적인 소재들로 담아내려 한다”는 그를 메일 및 전화로 취재했다.
유아영 작가는 2019년 뉴욕시 브루클린 소재 프랫 인스튜트(Pratt Institute)에서 미술(MFA fine arts)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왔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일을 하다가 오랫동안 공부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에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난 5월 20일 학교를 졸업한 유 작가는 학교와 작업실이 있는 브루클린에서 주로 지내며, 수업과 작업을 병행해 왔다. “미술하는 사람으로서 지내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 브루클린에 대한 그의 평가다. 학교 뿐 아니라 갤러리나 작업실이 많고,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있기 때문. 동기나 학교 선후배, 동문들과 공동 전시회가 가능했던 것도 이런 토양 덕분이다.
학교를 졸업한 뒤 유 작가 행보도 궁금했다. 일단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주 무대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제 작업은 주로 제 평소의 일기와 글에서 시작돼요. 삶과 죽음, 그 사이 여러 인간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은 작업을 하고 있어요. 한국적인 소재들을 통해 아름다운 인생의 면면을 담아내려고 해요.”
어릴 적부터 생각도, 호기심도 많아 “엉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유 작가.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 자체가 매우 즐거웠”고, 고등학교 때 즐겨찾던 미술관에서 본 샤갈 작품은 “너무 좋았다”. 고 3 입시 포트폴리오 작업 때 개념, 관념적인 것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엄청난 즐거움을 느꼈고, 그게 미술작가가 된 계기가 됐다.
유 작가 작업은 주로 인생을 담고 있다. 출생부터 노화,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 전반에 관심이 많다. 특히 본인 출산이 “인생의 큰 경험”이 되면서 세상 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이 역시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는 판단이다. 크리스찬으로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작품에서 배제할 수 없다.
본인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우리의 이야기’라고 하고 싶어요. 삶과 사람, 노화와 죽음은 모든 인간의 숙명이잖아요. 저는 너무나 보편적인 이야기, 그러나 쉬이 간과되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한국적인 소재’로 주제를 관통한다는 점도 유 작가 특질 중 하나다. 주로 한복천과 먹, 수채물감이나 한국화 분채 등을 쓰고 있다. 관객들이 “포에틱하다” “뷰티플하다” “델리케이트하다” 등등 코멘트를 남기는 것도 작업 자체 섬세한 재료를 많이 다루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학부때 의상을 공부하고 패션 일을 했던 것이 재료 선택이나 기법에 큰 영향을 끼쳤어요. 그래서 작업이 점점 프레임을 벗어나 인스톨레이션, 의상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요. 작업이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어떻게 발전돼 나갈지 저도 궁금해요. 그 점이 다른 작가들과 차이점이라 할 수 있어요.”
“전통적인 회화는 사각 프레임 안에 있어요. 그 안에서 작가가 어떤 에너지를 표현하는 거죠. 저도 처음에는 회화를 공부하면서 사각 프레임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프레임을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하면 네 포텐셜이 나올 것 같다’는 지인, 교수 등 조언으로 프레임을 벗어나 공간적으로, 설치 작업으로 확장하게 됐어요.”
프레임을 벗어나 허공에 천만 걸린다든지, 천이 떨어지는 꽃닢 또는 해파리처럼 공간을 잠식하는 최근 유 작가 작품 트렌드는 이를 반영한 것이다.
자연적인 소재들을 많이 쓰는 만큼, 자연 자체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특히 한옥(또는 한옥 문양, 석가래 등)을 활용한 작품 전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서도호 작가, 아르헨티나에 머무는 김윤신 작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그가 밝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은 먼저 가족이다. 어머니는 공예가이고, 아버지는 선생님, 항상 글을 쓰셨다고 한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모두 손재주가 좋으셨고, 특히, 외할머니 뜨개질에서 유 작가 작업의 한 기법이 배태됐다.
무엇보다 외고조 할아버지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인간문화재 도편수였던 임배근 옹. 2003년 ‘진주 촉석루’ 재건이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 유 작가는 “아마도 손으로 재료를 다루는 섬세한 점들이 할아버지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매우 섬세한 재료로 섬세한 감각을 다루는” 그의 작업과 맥이 닿아있다.
그 밖, ‘본인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 두 사람으로 유 작가는 이어령과 루이스 부르주아를 꼽았다.
“이어령 작가 글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삶에 대해 촌철살인 지혜가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주신 것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 경우, 본인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 그 예술 세계에 큰 영감을 받았어요.”
‘본인이 가장 아끼는 작품’을 물었다. 우문이었다. “저마다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뭐 하나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당연한 답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그가 꼽는 의미 있는 작업 하나. 2023년작 ‘플로우 인 미’(Flow in Me. 57×29.5in, Colored pencil on Korean traditional paper, 2023)다. 이유는?
“그 작업은 제가 현재 하고있는 작업들의 출발점이 됐거든요. 집 앞 흐르는 강물을 보고,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 우리 삶을 생각했어요. 한국적인 소재 한지를 사용한 것도 이 작품이 처음이었고. 이후 작업들이 발전적으로 관계성을 가지고 나오기 시작했어요.”
유 작가는 “계속 해서 깨어 움직이는 작가로 평가받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가 ‘본받고 싶다’고 언급한 작가들 대부분 “늙은 육체 뒤 깨어있는, 살아있는 영혼을 가졌다”며, 본인 역시 그렇게 늙고 싶다는 것.
이는 또한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욕망”을 그가 언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 방향성에 열린 작업, “차차 연구해보고 만들어가고 싶은” 지향점이다.
“부르주아처럼 저도 다뤄보고 싶은 다른 재료가 많아요. 전혀 다른 재료로 여러 주제를 다양하게 풀어보고 싶어요. ‘유아영 게 아닌 것 같다’ 그런 느낌을 주는 작업도 해나갈 생각입니다.”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유 작가는 지난 6월 1일 뉴욕에서 마지막 진행한 두 가지 그룹 전시(<Stochastic Drift>, Studio in Factory, Long Island City, <Fragments in Our Home>, L’appartement 49c Gallery, Manhattan)를 끝냈다. 한국에서도 활동을 이어갈 예정.
내년 미국을 거점으로 본격 활동을 예고한 상태. 그때, 시카고 전시도 제안했다. “시카고나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의 전시도 너무나 기다려지죠. 모든 가능성을 두고 열심히 작업할 예정입니다.” 가능성은 확답 받았다.
유아영 작가는 홈페이지(ayoungyoo.com)와 인스타그램(@ayoung_yoo)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유 작가에게 본인 작품을 소개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른바 ‘작가가 말하는 작품’. 어려운 부탁이었지만, “아무래도 최근 작업을 보여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그가 보내온 답변.
1. Blooming, 2025, Dimensions Variable, Korean Pigment on Organza Silk
“인생에서 탄생을 빼놓을 수 없죠. 그리고 모든 삶은 모태에서 시작이 됩니다. 저는 출산을 경험한 이후에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롭게 와닿았어요. 모든 인류의 최초의 공간은 엄마의 자궁이라는 점이요. 아기는 엄마 뱃 속에서 탯줄로 연결돼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탯줄을 자르게 돼요. 그렇게 배꼽이 아물죠. 그 배꼽이 꼭 어린 꽃과 같이 보여요. 모두가 가지는 출생의 순간, 탄생의 흔적. 그렇게 배꼽은 여린 꽃으로 시작돼 아름답게 각자의 인생으로 blooming 하는거죠. 그런 인생의 시작, 그리고 수직적으로 모체를 통해 이어지는 삶의 여정들을 표현한 작업입니다.”
2. Untitled I, 2025, 27x16in, Korean pigment on silk, yarn, and hand stitching
3. Untitled II, 2025, 49x27in, Korean Ink on silk and hand weaving
“이 두 작업이 가장 최근 작업입니다. 인생을 수직적, 수평적 두 가지 관점으로 보았어요. 첫 번째는 모체를 통해 수직적으로 이어지는 삶, 그리고 두 번째는 주변 사람들과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관계성에 대해서요. 그렇게 수직, 수평 방향으로 엮여지는 형태로 표현했어요. 한글로 글을 쓰고 해체해 조형언어로 활용했고, 그걸로 위빙을 해본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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