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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일 워싱턴DC 내셔널몰 당일치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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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대법원·워싱턴기념탑 인상적…2차대전기념비·한국전 기념관 ‘숙연’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AUG 6. 2023. SUN at 4:43 PM CDT

버지니아 블루크랩이 미각을 위한 것이라면,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3박 4일 여행 중 하루를 통째로 DC 여행에 할애해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미리미리 자료 조사도 하고 동선도 뽑아 만전을 기했다. 게다가 ‘독립기념일’ 당일. 기대가 컸다.

이날 7월 4일 독립기념일. 유니온 스테이션 워싱턴으로 가기 위해 들어선 숙소 인근 글렌몬트(Glenmont) 역. 여기서부터 우왕좌왕은 시작됐다. 티켓 사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 보는 티켓 자판기 도통 사용법 몰라 허둥대는데 보다못했는지 일하는 직원이 나섰다. 하나하나 직접 설명해 가며 티켓을 발급받게 도와줬다. 미국 생활하면서 흑인 분들 도움받는 거 이젠 일상이 됐다.^^ 다만, 이 과정 동영상으로 못 찍은 게 못내 아쉽다.  

9정거장 가면 목적지인 유니온 스테이션. 평일 요금은 편도 4불인데, 이날은 공휴일이라 50% 할인. 왕복 4불. 거기에 카드(한국 교통카드 같은 거)를 별도 2불에 구입해야 한다. 그래서 토탈 한 사람당 6불.(그나마 올 때는 개찰구 그냥 통과. 독립기념일이라고 오후 5시 이후에는 무료 이용이란다.)

유니온 스테이션 자체 시카고 유니온 스테이션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르다. 웅장하다. 또 날이 날인만큼 대형 성조기도 건물 중간 3개나 걸어놓고 광장에서 바라보니 국회의사당 첨탑도 보이는 게 뭔가 ‘애국적인’ 느낌이 강했다. 

워싱턴DC 내셔널 몰 당일치기 ‘순례’는 여기 워싱턴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내려 시작했다.

구글 맵을 켜고 ‘도보’ 선택해 지도를 따라 걸었다. 공원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데 거기, 국회의사당이 서서히 그 커다란 모습을 보였다. 가까이 갈수록 대통령 선거 직후 트럼프 지지자들이 난입하던 광경이 떠올랐다. 물론, 이날은 평온했다.

저마다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사람들. 한 무리의 사이클 부대가 의사당 정문 앞 계단을 ‘점거’하고 자기들만의 세레모니를 즐겼다. 바투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멀리서 전체를 사진에 담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음엔 안에도 들어가보자, 다짐이라면 다짐하고 그곳을 벗어났다. 상원 100명, 임기 6년, 하원 435명, 임기 2년. 미국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은 현재 공화당 몫. 케빈 매카시…공부한 거 의사당 보며 써먹었다.^^ 얘들, 참 흰색 좋아해… 그런 생각도.

국회의사당. 2021년 1월 6일 미국 민주주의를 유린한 의사당 난입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전세계가 당혹했다. 물론 이날은 평온.

방문 당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연방대법원(Supreme Court)이 의사당 근처라니 여기도 들르자 했다. 말 그대로 방향 잘못 잡아 뺑뺑 돌았다. 막상 대법원 도착했을 때 웃음이 났다. 국회의사당 바로 앞이었다. 아는 것만 보인다고, 등잔 밑이 어두웠다. 

엄청 더운 날, 역시 웅장한 대법원 규모에 놀라고, 건물 그림자 엄청 시원하다는 데 또 놀랍고 반가웠다. 계단에 앉아 좀 쉬었다. 대법원 계단에 앉아 보면 길 건너가 국회의사당이다.(^^;;) 오랜 투쟁 끝 쟁취한 모든 권리를 트럼프가 보수 6:3으로 재편한 현 대법원이 다 뒤집는 중이다.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페기했고, 소수 인종 우대 정책과 총기 소지 소유 금지 뉴욕 주법 등은 위헌 판결을 내렸다. 학자금 대출을 탕감하겠다는 바이든 정책도 대법원은 최근 무효화했다. 모두 공화당이 좋아하는 판결들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의 정치화’ ‘기울어진 법원’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어쨌든 그늘은 시원했다.

연방대법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수 일색 판결로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가 사법적 판단을 앞서 ‘기울어진 법원’ ‘법원의 정치화’ 논란을 스스로 잉태했다. 웅장한 건물 크기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건물 앞 그늘은 엄청 시원했다.

연방대법원 계단에서 보이는 국회의사당. 이걸 찾겠다고 뺑뺑 이 지역을 돌았다.
연방대법원 가는 길 얻어 걸린 바로 인근 의회도서관.
백악관 방문 센터 건너편 호텔 워싱턴 인근의 제1차세계대전 기념비.

워싱턴 DC 당일치기 여행에서 ‘백악관’ 견학은 가장 실망스러웠다. 이런 모습을 상상했다. 백악관이 빼꼼히 보이는 펜스에 바투 붙어 안을 들여다볼 생각. 큰 도로 주변 분주한 사람들과 차량 흐름에 몸을 맡겨 ‘대통령의 교회’라 불리는 백안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를 들러보는 것… 말짱 꽝이었다. 독립기념일 국경일 통제 때문이었다.

도로를 다 막아놨다. 백악관 근처엔 얼씬도 못 했다. 마침 이날 백악관에서 대마초가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니 이래저래 운수 나쁜 날이었다. 정말 백악관 나무 사이로 콩알만 하게 보이는 아주아주 먼 곳에서 살짝 냄새만 맡고 왔다. 그나마 거기가 백악관 볼 수 있는 곳인지 사람들 그곳에만 북적댔다. 사진 찍어도 백악관은 눈 크게 뜨고 봐야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 거리다. 이건 뭐 본 것도, 안 본 것도 아니다. 이 역시 ‘나중 초청 받아 들어가자’ 이런 생각으로 달랬다.

백악관 본 건 이게 다다. 저 멀리 살짝 보이는 게 백악관이다.
백악관 인근 내셔널 크리스마스 트리와 워싱턴 기념탑.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나무로 국가 차원의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행사가 1923년부터 시작했단다. 여름이라 더 썰렁.

다음 일정은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 여기서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으로 이어지는 1.3km 물길(Reflecting Pool)은 사진으로, 영화로 많이 본 터라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이기도 하다. 

이날, 워싱턴 기념탑 인근 도로(Constitution Avenue between 7th and 17th streets)에서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열렸다. 걷고 걸어 여기 도착했을 때 한참 퍼레이드를 기다리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세계의 수도’에서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를 본다는 데 살짝 흥분도 됐다. 미국 국가로 시작한 퍼레이드. 제복 입은 사람들, 학생들, 커뮤니티 단체 등이 줄지어 우리 앞을 지나갔다. 눈으로 봐야 할 걸, 습관적으로 휴대폰 앵글로 봤다. 

(한가지. 행사 관계자 등 VIP를 위한 그늘막 좌석을 따로 마련해 그들만 출입을 허용하는 건 그래, 그럴 수 있다고 인정. 근데 간이 화장실도 그 안에 둬 다른 관람객들 이용 못 하게 한 건 아주 어처구니없는 짓. 고약했다.)

퍼레이드가 길어져 중간에 워싱턴 기념탑으로 걸음을 옮겼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기념하기 위한 높이 170m 거대한 조형물. 150m쯤 전망대도 있다고 하지만 그건 생각도 못 하고 가까이 가 손이나 대보자 했다. 이런. 역시 국경일 때문? 펜스를 둘러쳐놓고 접근조차 못 하게 막아둔 상태. 그냥 ‘봤다’에 만족해야 했다. 기념탑을 등지면 한눈에 들어오는 광활한 풍경도 일품이다. 기념물도 기념물이지만, 그 자체 휴식이다.

기대했던 건 워싱턴 기념탑에서 링컨 기념관까지 쭉 뻗은 물길을 따라 가보자는 것이었다. 역시 이조차 뜻대로 안 됐다. 그 길 다 막아놔 그 주변 길로 돌아서 갈 수밖에 없었다.(절대, 절대!!! 국경일에는 워싱턴DC 가지  말 것! ㅠ)

이번 워싱턴 DC 여행의 종착지랄 수 있는 링컨 기념관 가는 길, 먼저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WW 2 Memorial)를 방문했다. 제2차 세계대전 미군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2004년 제막됐다. 가운데 분수를 둘러싼 원형 벽에 새겨진 전사자들 이름이 빼곡하다. 경건하다. 앞을 보면 워싱턴 기념관이 돌아서면, 링컨 기념관이 보인다. 

 

그리고 링컨 기념관 바로 옆, 한국전쟁기념관(Korean War Veterans Memorial). 한국인이라면 꼭 방문하길 권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문구를 지나면 수색하는 완전군장 병사들 19명 동상이 서 있다. 그림자가 지면 38명의 병사로 보이고, 이는 곧 38선을 상징한다는 심오한 해석. 그들이 밟고 서 있는 곳은 한국의 논을 의미한단다. 

가까이 서 병사들 얼굴 하나하나를 살폈다. 몇 번을 주변을 돌았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조형물. 전쟁, 비극의 재발은 막아야겠다는 생각. 외국인들도 이곳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종착지 링컨기념관, 마틴 루터 킹 연설 계단 표식 퇴색

그렇게 해서 링컨기념관에 닿았다. 이날 ‘전지구적으로 가장 더운 날’이라더라. 나중 알았다. 링컨기념관이 보이는 순간부터 압도당했고.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서, 드·디·어 링컨을 만났다. 북적대는 사람들 속, 링컨만 보였다. 얼마나 이 순간을 고대해 왔던가, 그렇게 그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온몸 땀 범벅이라는 것을 알았다. 

잠깐 그를 응시하다 다시 기념관 밖으로 나와 계단 ‘흔적’을 찾았다. 마틴 루서 킹이 1863년 8월 28일 ‘내겐 꿈이 있다’는 연설을 이곳에서 했고, 그 표식을 새겨뒀다. 가면 꼭 찾아보라, 지인이 알려줘 알았다. 찾았다. 사람들 그 역사적인 흔적을 모르니 그곳을 밟고 주변 사진 찍느라 열중했다. 많이 퇴색해, 봐야 보일 정도. 

거기서 멀리 리플렉팅 풀과 워싱턴 기념탑까지 한 화면에 잡혔다. 그 많은 군중과 함께 ‘내겐 꿈이 있다’ 민권 연설을 한 한 인권운동가의 사자후가 들리는 듯했다. 그렇게 해서 이룬 미국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위협받고 있다. 이러다 ‘마틴 루터 킹 데이’도 없애자고 할 판, 그런 우려도 잠깐, 그 계단 위에서 했다.

드디어 닿은 링컨 기념관. 워싱턴 DC 순례의 종착지. 미국 온 버킷리스트 중 하나 또 마침내 달성하는 순간.
링컨 기념관 내부 측면에서 바라본 링컨 동상. 업적을 기려 기념관 자체도 웅장하고 숭고하다.
링컨 얼굴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보인단다. 확인은 못했다. 반가워요, 링컨.
링컨기념관 앞 이 계단에서 마틴 루터 킹이 ‘나에겐 꿈이 있다’는 그 유명한 연설을 했다. 많은 관람객들 모르고 오가며 밟아 일부러 찾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퇴색됐다.
링컨 기념관 옆 화장실 들어가는 다른 쪽 입구에 마련된 링컨 미국 제 16대 대통령 전시관. 그의 관련 행적을 사진과 함께 전시해놓았다.

한참을 기념관 안에서 링컨과 함께 머물렀다. 벽에 있는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보며 땀도 식혔다. 여기가 여행의 끝이다. 워싱턴 DC 동쪽 끝 국회의사당에서 여기 서쪽 끝 링컨 기념관까지 2km 이상 뻗어있는 내셔널 몰(National Mall) 순례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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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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