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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 감독·벤 애플렉 ‘더 텐더 바’ 잔잔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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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모링거 자전소설 영화화 사람냄새 물씬…아마존 프라임 공개

가끔은 편안한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높낮이 심하지 않고 고른 호흡으로 편안한 흐름에 마음을 맡기고 싶을 때, 뭔가에 어딘가에 적셔진 채 그냥 영화 자체에 빠져있고 싶을 때. 영화 중반 불현듯 맥주가 마시고 싶어지는 영화는 또 어떤가.

최근 아마존 프라임이 공개한 ‘더 텐더 바’(The Tender Bar)가 그런 기분일 때 딱인 영화다. 처음 지루하다 싶었던 게 초반을 넘어 중반을 지나면 영화의 장점이 된다. 빛깔로 따지면 그레이. 자극적인 빨강도, 무덤덤한 흑백도 아닌 것이 영화 내내 폴폴 사람 냄새 진동한다.

주인공 ‘주니어’(Jr)가 주변인물들과 교감하면서 성장하는 얘기를 다룬 이 영화는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J.R. 모링거(J.R. Moehringer)가 자전적 얘기를 담아 2005년 내놓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어린 주니어(누군가의 2세란 뜻의 약어 ‘Jr’가 아니라 그 자체 이름이다. 영화에서는 이 이름이 어린 시절 주인공의 정체성 혼란, 혹은 상실을 대변한다.)가 엄마, 삼촌, 할아버지 등과 살면서 예일대를 나와 뉴욕타임스 (수습)기자를 거쳐 작가로 성공하기까지 일대기를 104분에 담았다.

영화는 곤궁하지만, 따뜻한 사람들의 얘기다. 폭력적인 아빠와 이혼한 엄마 도로시(Lily Rabe)가 고향 아빠 집에 돌아오면서 주니어는 외할아버지, 외삼촌 찰리와 함께 지낸다. ‘더 디킨스 바’를 운영하는 삼촌은 주니어에겐 아빠이자 인생의 스승, 멘토. 주니어를 작가로 만든 건 9할이 삼촌 찰리다.

공교롭게도 불과 3일 새 벤 애플렉(Ben Affleck) 최신 영화를 두 편 봤다. 이거 ‘더 텐더 바’와 ‘딥 워터’(Deep Water). 딥 워터에서 느낀 실망감(딥 워터 이 영화는 실망 그 자체. 애드리안 라인이 감독했고, 벤 애플렉과 아나 디 아르마스(!)가 주연이라 기대 컸지만 제대로 이름값 못한 영화. 나중 기회 되면 리뷰)을 더 텐더 바 이 영화에서 좀 만회했다. ‘이래야 벤 애플렉이지’ 그렇게 생동감 있게 삼촌 역할을 잘해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명쯤은 가졌을 그런 삼촌, 내게도 그런 삼촌이 있었다.

(주니어를 작가로 키우려는 찰리 삼촌, 이런 대사도 나온다. “중요한 건 ‘그게’ 있어야 해. 난 ‘그게’ 뭔진 모르지만 ‘그게’ 없으면 그 순간 넌 절대 작가가 못 돼. 문학중년에게는 이 영화에서 제일 유의미한 부분. 전라도 말에서 통용된다는 ‘거시기’가 생각나기도 한 대목.)

삼촌 찰리는 주니어에게는 아빠이자 인생의 스승 겸 멘토이다. 나중 맨해튼 떠나는 ‘예비작가’ 주니어에게 삼촌 찰리는 아끼던 차도 내준다.

아빠 때문에, 여친 때문에, 자신의 미래 때문에 방황하는 주인공 ‘Jr’ 역할은 타이 쉐리던(Tye Sheridan)이 맡았다. 보면, 낯익은 얼굴이다. 엑스맨 시리즈 몇 편에 출연했단다. Jr 아역을 맡은 대니얼 라니에리(Daniel Ranieri) 속눈썹 엄청 길고 처진 눈이 그 자체 순해 보이는 이 아이를 어디서 봤나, 했는데 추가 출연작을 못 찾았다. 후배 아들 ‘쩡원이’를 생각나게 하는 캐릭터.

누구보다 따뜻한 건 할아버지로 나온 크리스토퍼 로이드(Christopher Lloyd)이다. 우리에겐 ‘백 투 더 퓨처’의 흰 가운 입은 과학자로 잘 알려진 그분. 학교에서 마련한 ‘ 아빠와 함께하는 점심’에 아빠를 대신해 Jr과 함께 참석하는 장면은 감동이 크다.(아빠 없는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은 아주 무식한 학교 행사다) 무뚝뚝하고 아무 때나 방귀를 뀌는 성미 고약한 노인네지만, 이 분이야말로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출가했다 실패해 돌아오는 모든 가족의 마지막 ‘집’을 제공하는 것도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인 이 사람이다.

책을 많이 읽자. 이 영화의 또 다른 교훈이다. 대학은 안 나왔어도 삼촌은 삼류 얼치기 심리학자를 압도한다. 그게 책의 힘이다.(찰리가 운영하는 바 이름도 ‘더 디킨스’(The Dickens Bar)이다.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의 작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에서 따왔다.) 주인공이 결국 작가가 되는 것도 어릴 적 삼촌 ‘강권으로’ 책을 많이 읽은 결과. 그래서 예일대도 전액 장학생으로 갔고, 뉴욕타임스에도 들어갔다. 정식 기자 못 되는 아픔 겪었어도 결국 작가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도 어릴 적 독서의 힘.

1980년대 저 당시 미국 사회가 계몽하던 때인가, 여권을 존중하는 대사도 많이 나온다. “엄마에게 잘하거라” “여자는 절대 때리지 마라, 가위로 너를 찌를지라도” 이런 것들이 그런 예. 요즘 ‘갈라치기’로 소위 이대남 등에 업고 기세등등한 이 뭐시기 당 대표는 전혀 상상도 못할 금언들.(얘, 요즘엔 장애인들과 싸운다.) 양육비도 안 주는 아빠,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일삼는 트럼피 같은 아빠는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캐릭터.

가장 신기했던 건 저 당시 볼링. 공이 지금 공 크기의 1/3 정도. 물론 핀도 다르다. 콜라병 몸매 같은 지금 핀과 달리 그냥 일자형 스틱 모양새. 저 작은 공으로 저 작은 핀을 맞추는 게 지금보다 100배는 어려워 보인다. 스트라이크, 터키 이런 건 꿈에도 못 꿀 듯.(그래서 핀도 두텁게 키우고, 볼도 크고 무겁게 ‘진화’시켰나보다, 아마도)

1980년 대 미국 볼링장 공과 핀의 모습. 생긴 것도, 크기도 지금과 달라 신기하다. 저걸로 저걸 맞춘다고? /사진=영화 갈무리

원하는 대학에 응시하고 합격 통보를 기다리는 집안 분위기도 잘 담아냈다. 정말 저럴 거다. 한국도 그럴테지만, 여기도 입학 시즌만 되면 컴퓨터 앞에서 조마조마 합격을 확인하고 펄쩍펄쩍 뛰는 아이와 가족의 모습이 TV에 심심치 않게 회자한다. 그때쯤 그런 뉴스가 감동이다.

영화 다 보고 앤딩 타이틀 올라갈 때 감독이 조지 클루니였다. 어쩐지 느낌 좋더라. 튀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소재를 감칠맛 나게 영화에 녹여내는 재주는 이미 이 배우 겸 감독의 전작 ‘미드나잇 스카이’(2020년)에서 봤다.(이 영화도 강추) 갈수록 감독 실력이 좋아지니, 네 번째 작품도 기대해봄 직.

#사족1. ‘텐더 바’ 뜻이 있을 텐데, 못 찾았다. ‘바텐더가 있는 바’란 뜻인가.
#사족2. ‘더 디킨스 바’ 실재하는 곳. 근데 이름은 다르다.

실제 영화 촬영 장소. ‘더 디킨슨 바’ 이름은 아니다. 구글 맵 검색 결과.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엄마는 가장 큰 힘이자 기쁨이고 구원이다. 엄마가 보고싶다.

이 차도 중요한 소품. 1968년형 캐딜락이란다. 이런 걸로 한 세대를 풍미했을 터.

*’더 텐더 바’ 예고편 보기. https://youtu.be/4gOpoLJying

<15:050327.해.2022.完>

*원글보기

y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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