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회장”… 허재은, 제37대 시카고한인회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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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교체 중심 될 것”…회관 리모델링 ·차세대 육성 공약
실무·조율 강한 협동 리더십…“멍석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JUN. 8. 2025. SUN at 2:17 PM CDT

시카고 한인회 허재은 출정식
허재은 후보가 제37대 시카고 한인회장으로 무투표 당선됐다. 사진은 지난 3월 8일 출정식 당시 모습.

한바탕 무의미한 소란이 거세되고, 제37대 시카고 한인회장으로 허재은 후보가 자동 당선됐다.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국진)는 지난 6일(금), 이 후보 당선을 확정지었다. 당선증 교부는 9일(월) 이뤄질 예정이다.

무투표 당선은 상대 후보였던 정강민 후보(전 시카고체육회장)의 등록 불발에서 비롯됐다. 후보 등록 서류를 수령해 갔지만, 정 후보 측은 끝내 입후보하지 않았다. 소송을 불사하며 1차 선관위를 와해시킨 기세에 비춰보면, 다소 무기력한 귀결이다.

허 당선인 인터뷰는 후보가 2명이던 당시 이뤄졌다. 인터뷰 직후 소송 때문에 모든 절차가 중단되면서 인터뷰 기사화도 미뤄졌다. 당선 확정 즈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과제가 많다”면서도 허 당선인은 “협력해 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주 현 회장 임기는 6월 30일까지이며, 회장 이·취임식은 내달 이뤄질 예정이다.

“솔직한 토로, 아내 승낙으로 출마 최종 결심”

막상 한인 회장 후보로 출마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다. 본인의 결심에는 집 안팎 지지와 지원이 필요했다. 왜 출마를 결심했을까.

“지난 4년 동안 한인회 수석부회장으로 봉사해 왔습니다. 경제활동이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봉사에 가까운 한인회 일에 오랜 시간 헌신하면서, 제게 잘 맞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출근길 발걸음이 늘 가벼웠고, 일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어요. 한인회 일을 통해 보람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회장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그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인간적인 고민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아내의 승낙이었다. 그러나 결국 “당신이 한인회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면 기꺼이 지원하겠다”는 아내의 말에 용기를 얻어 출마를 최종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내가 출마하지 않으면 용기 없는 사람, 실망스러운 사람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주변의 권유도 함께 이야기했죠. 그랬더니 아내가 ‘정 그렇다면 한번 해보라’고 말해 줬습니다.”

“회관 리모델링 등 전임 작업 마무리 최선”

소명의식에 가까운 사명감도 큰 몫을 했다. 한인회를 잘 몰랐지만 막상 참여해 보니, 한인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한인 단체 수만 100여 개에 달한다”며 “이들의 열성적인 활동을 보면서 한인 커뮤니티를 적극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대 수석부회장으로서 전임 회장이 펼쳐 놓은 작업을 이어받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한인회관 리모델링 등 전임 회장단의 역점 사업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내용을 아는 사람이 마무리를 짓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허 당선인은 덧붙였다.

입후보 등록 시, 허 후보는 300명이 넘는 정회원 추천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회 이사회나 주변에서 함께 봉사했던 사람들이 ‘적합한 인물’로 그를 꼽으며 많이 지지해 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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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수석부회장으로서 본인 평가를 부탁했다. 성과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허 당선인은 “최은주 회장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고, 추진력과 창의력이 뛰어나다”며 “나는 실무에 강해 서로 잘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주로 리더를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기획이나 일정 조율을 좋아하고, 특히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의 자질도 제35대, 36대 한인회의 성과에 한몫했다.

한인회관 리모델링 준비
지난 2023년 한인회관 리모델링을 시작할 당시 제36대 한인회 임원진 모습. 맨 오른쪽 허재은 당시 수석부회장. /사진=시카고 한인회

“세대를 아우르며 세대교체 중심 되고 싶다”

당선인 신분으로서, 그는 어떤 회장이 되고 싶을까. “그게 숙제”라면서도 “세대를 아우르면서 세대교체의 중심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놓았다.

“제 나이 이제 60 갓 넘겼습니다. 어르신 세대와 청년 세대를 아우르는 나이라고 봅니다. 젊은 임원진과 대부분 나이 많으신 이사진을 아우르는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세대교체의 중심이 되고 싶습니다.”

회장단 구성도 그만큼 중요하다. 허 당선인은 “역량이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헌신적이고 마음이 맞는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핵심 과제, 차세대·한인 비즈니스 활성화”

그가 내세우는 향후 핵심 정책 세 가지.

무엇보다 한인회관 리모델링 완공이다. “제일 중요하다”는 게 허 당선인의 판단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작업도 강조했다. 먼저 ‘과거’. 한인회관 2층 역사관을 통해 한인 선배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배우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계획이다. ‘현재’ 작업으로는 100여 개 한인 단체를 아우르는 작업을 진행한다. 웹사이트 개편도 그중 하나. 각 단체를 소개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방침이다. 한인회가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하겠다”는 복안.

‘미래’ 사업의 핵심 타깃은 역시 차세대. 이들이 힘을 합쳐 갈 수 있도록 활성화를 모색하고, 이를 구체화할 생각이다. 차세대 부회장에게 핵심 역할을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 모두의 공동 과제”라는 판단도 허 당선인은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 핵심 과제로 꼽은 것은 한인 경제·비즈니스 활성화. “쉽지 않다”면서도 “일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 중이다. 프랜차이즈 박람회 개최도 한 방법이다. 한인회 혼자 힘으로는 어렵지만, 상공회의소나 코트라, 옥타(OKTA) 같은 단체들과 협력해 미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어떤 형식이든, 하고 싶다”고 그는 결의를 다졌다.

“일하는 회장 될 것, 자발적 후원 기대”

한인회 재정 자립도도 중요한 문제다. 차기 회장으로서 허 당선인은 “나는 일하는 회장”이라면서 “많은 후원이 필요하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후원자도 따라옵니다. 무엇보다 일 자체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회장님께 그런 점을 많이 배웠습니다. 한인회비를 내신 분들도 지금 700~800명에 이릅니다. 이전보다 2~3배 늘어났습니다. 이사진도 30명 정도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고, 저희 활동을 지켜보며 자리를 지켜 주고 있어요. 무엇보다 열심히 실천해야죠.”

“다 잘한다”고 하는 것보다 “부족한 점을 채우겠다”는 약속이 더 믿음직스럽다. ‘나’ 혹은 ‘혼자’를 앞세우기보다 ‘우리’ 또는 ‘함께’를 우선시할 때 성과도 담보한다.

허 당선인은 “내 역할은 잘하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 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이끌 제37대 한인회에 대한 기대가 우려보다 큰 이유다.

@2025 박영주의 시카고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