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 잉어 “이제 코피(copi)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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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호 위협 ‘아시안 카프’ 박멸 캠페인 일환…먹거리 확산 기대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JUN 22. WED at 7:13 PM CDT

일리노이가 미시간 호수를 포함해 오대호를 위협해온 ‘아시안 잉어’(Asian Carp) 어종 이름을 ‘코피’(copi)로 변경했다. 해로운 어종을 다양한 먹거리로 개발해 개체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반아시아 정서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도 이번 개명의 한 요인이다.

일리노이 잉어 copi 로고
일리노이 천연자원부가 ‘잉어’(Asian Carp)를 ‘코피’(copi)로 변경하고 해당 어종의 먹거리화에 본격 나선다. 이 캠페인을 위해 새로 공개한 로고. 스팬 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사진= 스팬 스튜디오

일리노이주 천연자원부와 협력 단체들은 22일(현지시각) 지금까지 통칭 아시안 잉어로 불렸던 잉어 4종을 ‘코피’(copi)로 변경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주 정부는 협력 기관·단체와 함께 지난 2년간 브랜드 변경 작업을 진행해왔다.

재명명된 어종은 대두어(Bighead Carp), 백련어(Silver Carp), 초어(Grass Carp), 검정잉어(Black Carp) 4종이다. 아시안 잉어로 불리는 이들 물고기는 1960-70년대 중국에서 수입돼 해조류 처리 등에 활용되다 미시시피강으로 유입됐다. 이후 대부분의 강과 많은 지류에서 농어와 크래피(crappie)같은 토종을 몰아냈고, 이제 미시간 호수 등 오대호 생태계를 위협하면서 정부도 총력 대응에 나선 상태다.

전기 장벽 설치, 전문 낚시꾼 고용 등 물리적인 수단과 함께 이를 먹거리화 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이미 오대호 복원을 위한 정부기관(‘Great Lakes Restoration Initiative’)은 잉어 브랜드를 바꾸고 이를 먹거리로 보급하는 데 5년간 60만 달러를 투입했다. 24개 이상 유통업체, 가공업체, 식당, 소매업체가 이 조직에 참여 중이다.

이날 캠페인도 ‘해로운 어종’으로 인식된 잉어를 가정과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증가하는 개체 수를 수요가 많은 먹거리로 탈바꿈시켜 위협을 거세해보자는 취지다.

일리노이 천연자원부 수산 부국장인 케빈 아이언스(Kevin Irons)는 “’아시안 카프’라는 이름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사람들이 먹을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물고기는) 건강하고 깨끗하며 맛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잉어는 주로 진흙 맛 나는 바닥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이번 개명 대상인 4종은 해조류, 습지 식물, 그리고 검은잉어의 경우 홍합과 달팽이를 먹고 살며, 오메가3가 풍부하고 수은 또는 기타 오염 물질 함유가 낮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셰프인 브라이언 주피터(Brian Jupiter)는 “(잉어가) 맛있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식당 평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물고기는 아시아와 라틴 요리를 포함한 다양한 요리에 이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는 “새 이름 또한 짧고 말하기 쉬워 요리 이름과 잘 어울린다”며 “코피 버거(Copi burgers), 코피 화지타(Copi fajitas), 코피 타코(Copi tacos) 등 부르기 쉬운 여러 메뉴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리노이 잉어 요리
일리노이 천연자원부는 코피(잉어)로 코피 버거, 코피 화지타, 코피 타코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코피 홈페이지 갈무리

‘코피’라는 새 이름은 스팬 스튜디오란 업체가 디자인했다. ‘copious’(엄청난, 방대한, 풍부한)에서 따온 단어로, 회사 측에 따르면 350명 이상의 일리노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인터뷰, 그룹 회의를 실시해 선정했다.

이날 캠페인 슬로건 ‘잘 먹고, 좋은 일을 하자’(Eat well. Do good)도 새로 선보였다. 주 정부는 ‘우유가 몸에 좋다’(Milk does a body good) 또는 ‘돼지고기, 또 다른 흰색 고기’(Pork. The other white meat)와 같은 이전 광고의 캠페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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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는 잉어 요리법 등을 소개한 공식 사이트도 개설했다. 해당 요리를 먹은 사람은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ChooseCopi)를 달아 소셜미디어에 올려줄 것도 당부했다. 캠페인 참여 그룹이 품질 관리 절차를 개발할 수 있도록 ‘copi’ 상표도 등록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리노이는 올해 말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명칭 변경을 신청할 예정이다. FDA는 오도하거나 혼동을 주지 않는 경우 조어나 새로운 어류 이름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오렌지 러피(Orange roughy)로 이름을 바뀐 뒤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슬라임 헤드’(Slimehead)가 꼽힌다.

한편, 이번 코피 개명은 ‘아시안 카프’라는 이름이 반아시안 정서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아시안 카프’가 토종 생태계를 위협해 ‘해로운 어종’으로 일반화된 만큼 물고기 이름에 포함된 ‘아시안’이 불필요한 인종 차별을 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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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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