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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봉사 가득 “DACA 지원 워싱턴 방문 가장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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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한인상’ 정기팔씨 “‘사랑방’ 등 연장자 지원 모색 필요”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JAN 28. FRI at 7:15 AM CDT

지난 1월 13일 열린 제17주년 미주 한인의날 기념행사에서 한인 5명이 ‘자랑스런 한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각 분야에서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오랫동안 봉사해온 공로자들에게 수여됐다. 정기팔(시몬 정) 씨도 이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를 추천한 주인돈 신부(성공회 한마음교회 주임사제)는 정씨를 “끝없이 솟아나는 열정으로 넘치는 분으로서 당신이 사는 지역공동체, 교회공동체를 넘어서 자애로운 손길과 마음으로 사랑과 봉사를 지역사회에 펼치시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6일(수) 해 저문 시각 던디와 밀워키 만나는 어디에서 그를 만났다.

정씨는 2011년 하나센터에서 주관하는 ‘은빛 날개 봉사자’ 프로그램(제2기) 이수를 계기로 지금도 하나센터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어르신 아파트 방문, 메디케이드·메디케어와 에너지 보존 프로그램 신청 등 어르신과 저소득 가정을 돕는 하나센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센터와 함께 여러 현안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내왔다. 2017년에는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 수혜자 구제를 위한 워싱턴DC 행사에도 참여했다. 당시 시위도 하고, 상하원 의원들도 만나면서 현안을 자각하고 연대의 기쁨도 맛봤다. 정씨 스스로 “가장 보람 있었다”고 꼽은 활동이다.

정기팔 씨는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 수혜자 구제를 위해 2017년 워싱턴DC 행사에 참여한 것을 “가장 보람 있었다”고 꼽았다. 사진 맨 왼쪽이 정씨.

그는 1976년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을 왔다. 1985년부터 2011년 1월 31일까지 옥팍(Oak Park)에서 ’애니 이탈리안 비프’(Annie’s Italian Beef)”를 운영했다. 전형적인 미주한인 소자영업자의 삶을 살았지만, 그가 은퇴를 결심하고 동네 주민에게 식당 폐업을 전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일주일간 잔치로 보답했단다. 26년간 정직과 성실, 친절로 지역주민공동체에 깊이 뿌리 내린 정씨 부부의 모범적인 가게 운영이 빚은 결실인 셈이다.

동네 주민이 잔치를 벌였고, 경찰이 출동해 교통정리를 하기도 했다. 뮤지션들은 ‘애니’란 노래를 지어 불렀고, 어릴 때 이용하던 고객이 다른 주에서 자신들 자녀를 데리고 와 ‘문 닫으면 어떻게 하느냐’ 아쉬움도 토로했다. 영업 마지막 날 인근 두 학교에서 마련한 ‘핫도그 데이’에는 학생 50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상황은 지역 신문에도 보도됐다. 십수 년 전 10살 꼬마가 지역소식 담은 신문을 만들어 가져왔을 때 정씨가 이를 격려했고, 그 아이가 커 ‘진짜’ 기자가 돼 정씨 은퇴를 기사화한 것. 당시를 회상하며, 정씨는 “그때 인근 학교에 장학재단을 만들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은퇴 후 그의 인생 2막은 ‘봉사’로 점철됐다.

하나센터 ‘은빛 날개 봉사자’ 프로그램을 이수한 게 은퇴 직후. 아울러 정씨는 한인 어르신 통역서비스 제공을 위해 CLESE(Coalition of Limited English Speaking Elderly)에서 통역자 훈련 프로그램을 받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봉사를 하고 있다. 옥튼칼리지 ESL 과정, 도서관이나 윌링 인근 학교 등을 통해 지금도 꾸준히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77세에 스쿨버스 운전사 시험에 합격해 2019년부터 지금까지 학교 버스도 운전하고 있다. 학교 버스 운전자 부족에 직면해 정씨는 본인 경험을 들어 한인 은퇴자들과 여성 등을 대상으로 스쿨 버스 운전자가 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미 10여 명의 한인이 이 일을 시작했으며, 점차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은퇴 후 본인 차량을 미니밴으로 구입한 것도 지인들이나 주변 공동체 행사에 차량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윌링의 작은 시니어 콘도에 살면서 주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도 그의 일상이다. 겨울이면 옆 어르신들 차량 눈을 치워주고, 장바구니를 들어주고 치매환자를 돌보며 ‘이웃과 함께’ 살고 있다.

봉사는 종교의 영향도 크다. 이민 직후부터 성공회 한마음교회에 출석했으며, 신자회장으로서 믿음의 공동체 일원과 평신도 지도자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ROTC 출신이란 자부심도 크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에베레스트 산에 오를 바람도 갖고 있다.

오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아쉬움으로 정씨가 꼽은 것은 ‘단체 간 연대’이다. 함께 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안을 각 단체 개별적으로 치르면서 약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투표 참여 독려 시 시카고한인교회협의회 등 기독교 단체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게 한 사례. 최근 이민자보호교회네트워크를 통한 협업이 더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

자녀들, 노인아파트에 둔 부모를 자주 방문하지 않는 세태에도 정씨는 쓴소리를 한다. 자녀를 위해 개인 이민사를 쏟아부은 부모에 관한 관심과 공경을 좀 가져달라는 게 자식들을 향한 그의 고언이다.

사람들 잘 모일 수 있는 곳에 ‘사랑방’을 두고, 어르신들 일정 시간 모여 서로 필요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개인적인 희망도 있다. 미국 신문 술술 읽고 싶고, 보스톤 마라톤 대회도 출전하고 싶다. 자녀 중 누구 아이비리그 하버드에도 보내고 싶다. 웃으며 정씨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기사제보(yjpark@kakao.com)

@2022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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