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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교] 엘파소 국경체험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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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이보교 지도자 워크숍…국경지역·멕시코 난민 방문

“벽을 밀면 문이 되며, 눕히면 다리가 된다”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신명기 10:19)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이하 ‘이보교’)가 지난 1월 29일부터 31일 까지 미-멕시코 국경지역인 텍사스 주의 엘 파소와 멕시코의 후아레즈 시에서 국경체험(Border Encounter)을 다녀왔다. 16명의 이보교 소속 성직자, 활동가, 사회 복지사, 변호사들이 참여해 난민들과 난민 보호 비영리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보교가 난민 문제 현장에 직접 가서 난민들 경험을 듣고 국경 상황을 체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보교는 “이번 행사 의미는 국경 장벽 앞에서 숱한 난민들이 경험하는 거절과 환대 사이에서 끝까지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 교파 비영리 난민지원 기독교 단체인 ‘트레스 리오스 재단’이 초대했으며, 국경체험(Border Encounter)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바라(ABARA) 기관이 안내를 맡았다.

국경장벽 앞에서 참석자들

첫째 날에는 난민의 근본 원인, 외국인 혐오주의의 영향, 난민의 신학적 성찰 등의 강의와 월마트 총격사건 희생자 추모의 벽 방문의 일정을 진행했다.

새미 디파스퀘일(Sami DiPasquale, ‘아바라’ 설립자, 사무총장)은  ‘국경 관광’(Border Tourism)과 ‘국경 체험’(Border Encounter)의 차이와 더불어 난민의 현실과 근본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 70명 중 한 명이 난민이며 매일 4만 4천명의 난민이 발생하고 있고, 이 중에서 67%가 여성과 자녀들이다. 또한 미국으로 오는 난민은 매년 평균 6만 5천명이고,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는 인구의 1/4이 고향을 떠나 난민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난민들을 돌보기 위해 국경 도시인 엘 파소와 후아레즈 시에는 현재 30여개의 보호소가 운영 중이다. 디파스퀘일 사무총장은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으로 해당 국가 내의 폭력, 범죄, 가난, 재난, 국가부패, 환경 그리고 미국의 대외 정책  등을 꼽았다.

네이트 레드베러 목사(Rev. Nate Ledbetter)는 외국인 혐오주의와 반 이민 정책의 사회적인 영향들에 대해 설명하고 그로 인한 여러 결과 중의 하나가 2019년 8월 3일에 발생한 엘 파소 소재 월마트 총격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사회 전체에 충격을 준 이 사건은 백인 우월주의에 경도된 18세 백인 청년이 “이민자들의 침공을 막겠다”며 23명의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한 사건이다. 이보교는 레드베러 목사의 인도로 월마트 총격사건 희생자 추모의 벽을 방문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엘파소 소재 월마트 총격사건 희생자 추모

이어 베다니 리베라 몰리나(Bethany Rivera Molina, ‘새로운 도시 협회’ 대표, 신학자)는 ‘난민의 신학적 성찰’이라는 특강에서 “성서의 유대 민족은 난민이자 이주민이었다. 따라서 이들의 신앙은 난민의 신앙이며 이들이 믿는 하나님은 난민들의 하나님이었다” “난민의 이야기는 고난의 이야기이면서 그 난민들을 특별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부르시는 하나님의 역사이다”고 소개했다.

둘째 날에는 미국 국경을 넘어 멕시코 후아레즈 시 난민 보호소를 방문했다. 멕시코로 갈 때는 버스로 이동했고 미국으로 돌아올 때는 도보로 다리를 건너 입국했다.

이보교는 ‘알베르게 라 에스페란자’라는 난민 보호소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로자 마니(Rosa Mani) 대표로 부터 보호소와 관련한 설명을 듣고 30여 명의 난민들을 만났다.

멕시코, 베네수엘라, 아이티, 쿠바, 콩고  등 여러 나라에서 온 난민들은 아이를 안고 콜롬비아 정글을 지나기도 했고,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기도 했으며, 사막과 강을 지나기도 했다. 우리는 그들의 출신 국가, 난민이 된 이유, 난민 여정의 고난, 이산 가족의 아픔 등을 함께 들었다. 우리는 난민들로 구성된 밴드의 중남미 노래를 듣고 찬송을 함께 부르며 축구도 함께 하고 끈끈한 정을 나눴다.

오후에는 도보로 다리를 건너 미국 국경을 통과했다. 멕시코로 가는 검문은 간단했지만 미국으로 들어오는 검문은 까다로웠다. 현장에서 수갑을 채워 체포되는 두명의 입국자를 직접 보기도 했다.

마지막 날에는 국경 장벽으로 이동해 장벽에 얽힌 역사에 대해 듣고, 끝으로 국경 순찰대와 국경선 평화마을 예정지를 방문했다.

우리는 TV에서만 봤던 높은 국경 장벽을 방문했다. 새미 디파스퀘일은 엘 파소 국경의 지역이 아메리칸 인디안 원주민, 스페인, 프랑스, 멕시코를 거쳐 미국 영토가 되기까지의 오랜 역사를 설명했다.

또한 바로 옆을 지나가는 철도가 대륙횡단 철도이며 이를 중국인 이민자들이 건설했다고 설명했다. 완공된 지 1년 후 미국 정부는 이들을 합법적으로 추방하기 위해 ‘중국인 축출법’ (Chinese Exclusion Act)을 통과시켰다는 설명도 함께 해주었다. 

다음으로, 밤낮으로 국경에서 일하는 국경 순찰대(Border Patrol)를 방문했다. 우리는 일정 가운데 가장 객관적이면서 생생한 국경의 목소리를 국경 순찰대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난민이 미국 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위기요소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이것은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시대적인 현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을 순찰대원은 말해주었다.

또한 난민이 잡혔을 때 과정과 절차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난민을 붙잡는 순찰대원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이야기해 주었다. 난민들이 가난, 폭력, 재난 등을 피해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왔는데, 장벽 사이에서 가족들과 헤어지는 안타까운 일을 봤을 때 국경 순찰대원들이 목격하는 아픔들을 솔직하게 소개해 주었다.

아울러 난민 이슈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의회의 정치인들이 통과해야 할 의제들을 방관하는 것이라는 순찰대원의 지적을 우리가 기도할 제목으로 삼았다.

국경 체험의 마지막 순서로 ‘아바라’ 재단에서 계획하는 ‘국경선 평화 마을/ 사랑의 공동체’ 예정지를 방문했다. 네이트 레드베러 목사의 안내로 ‘아바라 재단’이 후원금을 모아 마련한 4 에이커에 달하는 국경 장벽 바로 옆에 위치한 사적지 건물과 부지를 둘러 보았다.

아바라(ABARA) 센터 앞에서 이보교 국경체험 참석자들

이곳에는 엘 파소 지역의 멕시코 출신 학생들이 그린 국경선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또한 난민들이 멕시코 장벽을 넘기위해 사용하고 남기고 간 허름한 사다리들이 쌓여 있었고 생사를 알 길 없는 이름없는 난민들이 장벽 근처에 남기고 간 소지품들을 모아 둔 방이 있었다.

난민들이 장벽 근처에 남기고 간 이름 없는 소지품들

레드베러 목사는 “이 곳이 여러 나라의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와 꿈을 꾸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이고 지금도 전 세계의 난민들이 생명, 정의, 평화를 갈망하며 오는 곳”이라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이었던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랑의 공동체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힘주어 설명했다.  

이보교는 일년 전, 민권운동 역사 순례를 알래바마, 아틀란타 등을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 제2회 이보교 지도자 워크숍은 엘 파소 국경체험을 택했다.

지난해 민권운동 역사 순례가 1950~60년대 고난받는 자들과 함께 했던 신앙인들의 발자취를 찾았다면, 올해 엘 파소 국경체험은 현재 진행중인 고난 받는 자들의 행렬을 환대하는 신앙인들의 살아있는 현장 체험이었다.

이보교는 ‘민권운동 역사순례’와 ‘엘 파소 국경체험’ 프로그램을 미주 전 지역의 한인교회와 다음 세대들에게 확신시키려고 한다. 이런 이보교의 행동은 고난받는 자들과 함께 하는 이들의 사랑이 승리하는 믿음을 나누게 될 것이다. 엘 파소 국경은 깊은 침묵 속에서 우뢰 같은 외침을 들려주는 듯했다.

벽을 밀면 문이 되며, 눕히면 다리가 된다.”

/글·사진=이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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