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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복수 나선 제이슨 스타뎀 종횡무진 활약기…가이 리치 감독 평작
답답할 땐 ‘때리고 부수는’ 영화도 좋다. 시름 잊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을 테지. 게다가 출연배우 매력에 흠뻑 빠지고, 감독 연출에 탄복하며, 기막힌 스토리에 감탄한다면 세상 더할 나위 없는 행복.
물론 그런 영화 없다. 근래 만나본 적이 없다. 쾌감도 없고, 그래서 보고 나면 시큰둥한 그런 ‘액션 영화’들 일색. 아쉽다, 입에 침이 마를라 칭찬해주고 싶은 영화를 만나고 싶다. 그럴 때가 있었나, 싶다.
가이 리치, 제이슨 스타뎀,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기대를 걸만하지 않나. 게다가 갱 영화 요소 담아 현금수송차량(‘캐시트럭’. 이 영화의 한글 제목이다)을 턴다, 이 정도면 내용도 뭐 기대할 만. 포스터도 간지난다. 블랙이 아름다운 건, 이런 비장미를 카메라에 담을 때이다.
*영화 예고편 보기: https://youtu.be/EFYEni2gsK0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진 않았다. 늘 하는 얘기지만, 기대가 크면 만족이 주는 법이다.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영화를 볼 땐 더 그렇다. 질주하다, 뚝 멈춰버린 느낌. 이 영화의 어느 지점에서 그랬다. 그때부터 영화는 수습 국면, 개연성이 떨어지고 배우들은 허둥지둥 마무리를 향해 연기한다. 감독도 후딱 끝내고 다음 영화? 이런 뒤틀린 심사로 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관객 처지에선 그런 생각을 했다. 가이 리치 감독에게 아쉬운 부분.
‘Wrath of Man’(캐시트럭). 이 영화 얘기다. 2021년 5월 개봉. 제목은 ‘Wrath of God’(신의 분노)애서 차용한 듯. 베르너 헤어조크 대감독의 1972년작 ‘아귀레, 신의 분노’(Aguirre: The Wrath Of God)도 떠오르고. (‘Wrath’ 이거 발음 어렵다. ‘(w)r’도 있고, ‘th’도 있다. 한국인 구강구조로는 제대로 된 발음 못한다,에 한 표.)
갱들 간 다툼 유발 ‘때리고 부수는’ 연출에 능하다는 감독이 직전 작품 ‘젠틀맨’(2019)에 이어 비슷한 장르 또 내놓았다. ‘알라딘’(맞다, 바로 그 영화)으로 천만 감독에 등극한 그이지만, 역시 본류는 이쪽이다. 평단 후한 점수도 역시 이쪽에서 더 많다.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 ‘알라딘’으로 ‘천만 감독’ 됐지만 역시 그는 이런 류 영화가 더 제격. 갱단 등장시키고 이들간 얽히고 섥힌 암투와 긴장을 ‘폭력’으로 꿰는 재주. ‘젠틀맨’이 직전 호평 받은 이런 류 영화. 시작이 그랬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Lock, Stock and Two Smoking Barrels). 1999년 작.’ 가이 리치 감독의 가장 즐거운 영화’ ‘강력하고 끔찍한 범죄 스릴러’란 평가. ‘약 빨고 만들었다’는 이 영화에도 스타뎀 출연. 이때도 스타뎀 머리 없다. ‘스내치’(2001) 등 다수 리치 감독 영화 출연.
다재다능한 감독인 건 알겠는데, 좀 힘에 부쳤다. ‘같은 목표’였던 현금 수송차량을 다른 무리가 턴다. 이 과정에서 갱단 ‘보스’인 제이슨 스타뎀, 아들을 잃는다. 당연히 복수해야겠지. 사람들 잡아 족치며 범인을 알아내려 하지만 ‘뭔 짓을 해도’ 못 알아낸다. 그래? 그럼 직접 들어가지. 현금수송차량 회사에 취직하는 그. 그리고 종횡무진 활약 속, 아들을 죽인 세력과 맞닥뜨린다… 이 과정 전후에서 때리고 부수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비정하고 냉정하게 ‘살육’했지만, 끝내 못 알아낸 아들 죽인 범인을 어느 순간 ‘너무 쉽게’ 알아낸다. 가장 갸우뚱한 부분. 전직 군인들이지만, 불만 많은 이들과 스타뎀과의 최종 담판은 예상할 수 있는 거고, 그 와중에 이스트우드 아들의 출연 비중이 확 올라가고 결국 잔인한 복수. 뻔한 스토리.
(3개월 뒤, 5개월 전, 3주 후. 영화는 이렇게 시간을 점프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아차 하면, 꼬인다.)
이쪽 (갱단)은 일사불란 보스에 충성하는데, 저쪽 (퇴역군인들)은 보스를 잡아먹는다. 자고로 탄탄한 조직력이 일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 중무장한 화력과 빼꼼한 치고빠지기 계획을 세웠어도, 관계에서 무너지면 끝은 자명하다. 대의도 없고 결국 ‘돈’때문이었던 범행. 애꿎은 캐시트럭 회사 용역들만 값없이 죽는다.
그렇다고 스타뎀의 복수극에 흠뻑 빠질만큼 부성애가 진하게 녹아있지도 않다. 딸을 구하기 위한 중년 아빠의 고군분투기, 리암니슨의 ‘테이큰’만 봐도 마음 졸이며 딸바보 무한 공감했다. 아들의 죽음은 이 영화에서 스타뎀 액션을 위한 도구, 딱 그 정도.
게다가 총 맞아도 안 죽는 스타뎀. 그래도 그, 이제 이쪽 장르에선 견줄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말 줄이고 액션(총질) 늘리니, 화면을 압도한다.
극 중 스타뎀 이름(Patrick Hill)은 그냥 약칭 ‘H’로 불린다. 어떤 외국 평자, “Hil은 Hell과 한 끗 차이”라고 분석. 좀 과하지만 일견 끄덕거려지기도. ‘Bullet’(총알)이란 이름의 동료도 있다. 낯익은 이 배우, 큰 역할 맡았다. ‘얀’(Jan)이란 이 밉상이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들이란다. 스콧 이스트우드. 여기저기 많이 나오긴 했다.
가장 아쉬운 건 조쉬 하트넷. 그냥 버무린 양념 수준. 이렇게 비중 안 줘도 되나, 아쉬움. 이 친구, 결국 죽은 거 맞지?
근데, 궁금하긴 하더라. 정말 LA에 ‘FORTICO’이란 캐시트럭 운영 업체가 있는 건지. 구글엔 안 나오던데.
이 영화, 2004년 프랑스 영화 ‘Le Convoyeur’의 리메이크. 그때도 영어 제목은 ‘Cash truck’. 상영시간 119 분.
<7:47.0529.2021.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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