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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다운타운 외 시카고 서버브에도 ‘당연’ 갈만한 곳이 많다. 늦게 안 사람들에게는 ‘숨은 보석’같은 장소. ‘여긴어때’ 코너에는 이런 곳을 소개할 예정이다. ‘가볍게 읽고 의미 있게 다녀올 만한’ 곳만 엄선할 생각. 그 두 번째로 바다 없는 시카고에도 있는 ‘비치’ 레이크 포레스트 비치를 소개한다. 미시간 호수변 여럿 존재하는 해변 중 하나로 여름 되면 제철을 맞는다. 시카고 여름이 제격인 곳 중 하나.]
시리즈의 시작, [여긴어때](1)세인트 메리 호숫가 USML 단풍 절경
날이 성큼 여름이었다. 잘못 배달된 물건 찾으러 간다는 건 이런 날 핑계였다. 가는 김에 근처 ‘비치’(발음 조심)에 들렀다오자 하고 출발했다. 이런 날 집에만 있는다는 건 죄악이다. 게다가 토요일.
물건 되찾는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아마존 택배. 블루투스 이어폰 ‘TOZO T6’. 개봉도 않고 뒷좌석 던져놓은 채 목적지로 다시 출발.<TOZO T6 개봉기>
글렌코(Glenco)도 미시간 호수변 마을이지만, 좀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제대로된’ 비치 있다는 구글 맵(701 N Lake Rd Lake Forest, IL) 안내를 좇았다. 구불구불 하이랜드 파크도 지나니 비싼 집들 그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눈앞 바다, 아니 호수가 보인다. 레이크 포레스트 비치(Lake Forest Park). 언젠가 와봤지 하지만, 여전히 새롭고 생경하다. 기억이 나이를 먹은 탓.
언덕에서 바라보는 비치는 그냥 관조. 차를 끌고 더 내려가면 비치 옆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다. 차에서 내려 비치로 걸어갔다. 한여름같은 뙤약볕 아래 호숫가답지 않은 너른 모래사장. 꽤 넗은 공간에 제법 많은 모래들도 무더기로 쌓아놓았다.
바다처럼 모래 퇴적하는 구조 아니니 외부에서 들여다 놓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구(모래언덕)처럼 보이기도 한다. 방파제도 만들었고, 등대는 아니래도 그 비슷한 냄새 나는 시설물도 있다. 한 쪽 요트 쌓아놓은 거 보니, 저들 배 타고 나갈 때 쓰도록 선착장도 만들어 놓았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놀이터도 있고, 해변처럼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 위에서 사람들 삼삼오오 앉아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두 남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은 사진으로 찍으니 그냥 그 자체 한 폭 그림이다. 모래 더미 위에서 땡겨 찍었는데, 아이폰 14프로, 성능 꽤 좋다. 잘 나왔다. 아래는 이 사진과 함께 페북에 남긴 글.
바다는 없지만 시카고에는 ‘바다 같은’ 미시간 호수가 있다. 볼일 땜 왔다 들른 여기, Lakeforest Forest Park Beach. 봄 없이 온 여름, 사람들 너른 백사장에서 맘껏 계절을 즐기는 모습. 연인은 늘 풋풋하고 사랑은 여름보다 뜨겁다. 비치의 연인, 살짝 담은 뒷모습. 시카고는 그래, 여름이 제맛.
다른 한쪽에는 웃통 시원하게 벗고 공놀이 즐기는 숫컷들. 흡사 탑건인 줄. 파카 입고 다닌 게 엊그제 같은데 옷 다 벗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시카고날씨. ‘미국 4계절은 1년에 나눠 나타나지만, 시카고 4계절은 하루에 다 있다’는 짤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돌 정도.
그 옆에는 떼로 모여 야유회를 즐기는 무리들.
놀이터에도 제법 아이들이 모였다. 부모들 아이들 앞세워 자기들 여름을 즐기는 모양새. 아이들 놀이터에 풀어놓고, 엄마랑 아빠, 여름 볕 쬐느라 여념 없다. 그네에 엉덩이를 얹다 기우뚱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은 건 안비밀이다.
보통 이런 데 화장실 불편하다. 시설 안 좋다. 근데 여기 시설 잘해놓았다. 지척에 모두 세 군데가 있는데, 모두 넓고, 그 중 두 개는 제법 깨끗하기도 하다. 여름에 사람 북적일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놓아야하지 않나 싶다.
다시 차를 몰고 언덕 위로 올랐다. 거기도 주차장. 차를 세워놓고 ‘위에서 바라본 비치’를 찍고 싶었다. 아직 잎 많이 달리진 않았지만 나무들 빼곡해 해변 뷰를 찍기 쉽지 않았다. 더 걸어가니, 나같은 사람 위해 사진 찍을 수 있는 공간 만들어놓았더라. 사람들 드론 좋아하는 이유. 위에서 보면 전경 또 다르다.
주차장 한 켠 레이크 포레스트 파크 조성에 기여한 기부자들 이름 새겨놓은 사람 키만한 표석이 서있다. 모두 3개. 수십 만 불에서 수천 불까지 빼곡 공헌 조성 도운 이들 이름이 차 있다. 이 공원 역사가 1856년부터 시작됐다니 그것도 놀랍다. 다음은 표석에 새겨진 글귀.
포레스트 파크는 1856년 알메린 하치키스(Almerin Hotchkiss) 도시 설계 계획의 일환으로 ’수동적인 즐거움을 위한 자연 자원‘(as a natural resource for passive enjoyment)으로 조성됐으며, 레이크 포레스트 최초의 보존된 열린 공간이다. 1896년 레이크 포레스트는 조경가인 O. C. 시몬스(O. C. Simonds)에게 공원 계획을 의뢰했다.
19세기 하치키스와 시몬스가 남긴 유산을 기리기 위해 레이크 포레스트 가든 클럽(Lake Forest Garden Club)은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공원의 재활과 개선, 보존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레이크 포레스트 시에 기증했다. 이 계획은 시와 독립 위원회 간 민관 파트너십을 통해 실행됐으며 2015년 6월 14일에 완료됐다.
여기, 확실하진 않은데 전에 와본 곳. 지금은 해변 내려가는 길 제어 없지만, 그때 한 여름 검문소 비슷한 거 세워두고 입장료 받았다. 얼마였더라… 여하튼 이날은 무료, 성수기에는 유료.(기억이 틀릴 수도 있다. 나중 다시 들러 확인하면 업데이트 예정)
공원에서 나와 인근 다운타운을 잠깐 걸었다. 레이크 포레스트 다운타운은 처음인 듯. 유래 깊은 만큼 고즈넉한 건물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기차 역 앞 눈에 확 띄는 건물 하나. 찾아보니 ‘마켓 스퀘어’(Market Square)란 곳이다. 1916년 저명한 건축가 하워드 반 도렌 쇼(Howard Van Doren Shaw)이 설계한 미국 최초의 계획된 교외(first planned suburban) 쇼핑 센터.
전형적인 미국식 타운 센터로 미국 전역의 찬사를 받는 레이크 포레스트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란다. 1979년 국립 사적지로 지정됐다. 공공 광장을 둘러싼 형태 건물로 구성돼 있으며 총 1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각 입주 공간은 소매, 주거,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다. 100년 넘은 이 건물의 복원과 리노베이션이 진행 중.
다운타운 분위기 전체적으로 호숫가 다른 마을과 비슷하면서도 보다 정갈하고 단아한 느낌. 조용한데 글렌코보다 더 집도, 사람도 많았다. 스타벅스는 못 봤다. 나중 짬나면 좀더 오래 둘러보자, 하고 그곳을 떠났다.
<13:00.0416.해.2023.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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