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한인업소 약탈 피해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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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격화 속 미용실·의류매장 등 초토화…복구 ‘안간힘’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JUN 2 TUE. at 9:48 PM CT

백인 경찰에게 목이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씨 추모 시위가 시카고에서도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한인 업소들 약탈 피해도 늘고 있다. 뷰티·미용 업체와 미용실, 의류 매장 등의 피해가 특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플로이드 사망 초기 다운타운 번화가를 중심으로 열린 시위는 야간 통행금지 시행과 경찰·주방위군 동원 등으로 현재 시카고 시 주변부로 확대되는 추세이다. 이런 가운데 흑인들 중심의 남부 쪽과 다운타운 일부, 기타 서버브 지역의 한인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피해 업체 대부분이 지역 주민과 동고동락해온 소규모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업주들 충격과 상심도 큰 상황이다. 특히 보험이 취약해 대부분 복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에서는 온라인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www.gofundme.com)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시카고 업타운에서 10년 넘게 고객을 만나온 미용실 ‘헤어타운’은 지난달 31일 오후 폭도들에 의해 완전히 약탈을 당했다. 고펀드미에 계정(https://bit.ly/305blWa)을 개설한 윤정원 씨는 소개 글에서 “조지 플로이드를 비롯한 우리 흑인 형제자매들의 무고한 죽음을 완전히 애도하기도 전에, 나의 장인 여박문 집사님과 우리 가족은 다른 슬픔에 직면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여 대표는 2009년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여씨 부부는 유일한 수입원인 헤어타운 운영에 최선을 다해왔다.

사위 윤 씨는 “두 분의 오랜 세월에 걸친 작업과 고통, 기쁨과 삶의 산물이 파괴되는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였다”며 “우리 가족이 10년 넘게 주민을 위해 봉사해 온 헤어타운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복구를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리버 노스 쪽 ‘서울 타코’(Seoul Taco) 식당도 같은 날 약탈을 못 피했다. 4년 째 이곳에서 영업을 해온 서울타코는 창문과 문이 파손되고 컴퓨터와 물건을 강탈당했다. 이날 이 일대 많은 곳이 피해를 입었다.

매장을 운영하는 데이빗 최는 “약탈을 당한 오늘이 우리가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영업한 지 4년째 되는 날”이라며 “나는 이 상황에서 사람들을 비난하지는 않지만, 이것은 당신의 좌절감을 다루는 방법은 아니다”고 CBS시카고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특히 “깨진 창문은 고치면 되지만, 오랫동안 인종차별에 시달려온 그 사람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며 흑인과 흑인 사회 지지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인사회 활동도 활발하게 펼쳐온 김학동 씨(현 KAVOICE 이사회 부의장) 피해사례는 지난 1일 CBS시카고 방송을 통해 자세히 알려졌다. 이날 오전 브론즈빌에서 수십 년 간 운영해 온 김 씨 가족의 ‘시티 패션스’(City Fashions)가 약탈 피해를 보았다. 그날 매장에 있었던 김씨는 처음 약탈 시도를 만류했지만 해가 저물면서 ‘피하라’는 직원들 권유로 가게를 비웠고, 주차장에서 약탈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방송에서 말했다.

김 씨는 “죽음을 추모하는 시위는 받아들이지만 왜 중소기업을 망치는지, 왜 약탈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건 옳지 않다”고 토로했다.

시티 패션스 경우 새 보험을 알아보는 중이어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펀드미에 계정(https://bit.ly/2ABJv9b)을 연 딸 한나 씨는 “우리 중소기업 보험은 폭도나 약탈자에 의해 손해를 입은 물건이나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며 “피해 물품은 약 35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으며, 그만큼 부모님은 사업을 통째로 잃었다”고 전했다.

한나 씨는 “늘 낙관론자였던 아빠가 오늘은 포기한다고 했다”며 “부모님이 패배하고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우리 부모님은 전혀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심경을 전했다.

시카고(4717 S Ashland Ave)에 있는 ‘나인티 투’(Ninety Two)도 피해를 호소했다. 약탈자들은 한인이 운영하는 이 신발가게 창문을 깨고 들어가 실내 기물 파손과 함께 물건을 약탈해갔다. “가서 보니 충격이었다”는 이 매장 폴 김 대표는 WIN-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요일은 시위대가 많고 경찰들이 못 들어가게 해 월요일에 (가게를) 갔다”며 “그냥 지켜볼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시카고 남부의 옷가게, 47번가의 세탁소, 휴대폰 매장, 뷰티 서플라이 등의 피해가 잇따라 알려졌다.

2일부터 한인업소 피해사례를 접수하는 KBC 한미방송국에 따르면, 현재 접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집계된 피해사례만 30곳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카고 남부는 물론, 졸리엣과 워키간 등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KBC 설명이다.

이 한인 방송국은 피해 상황을 접수 받은 후 업체 탄원서를 모아 KAVOICE(대표 손식)와 함께 각 시 정부 의원들에게 제출해 피해에 따른 도움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접수: 773-588-0070, KBCNEWS930@GMAIL.COM)

지난달 31일 창립예배를 보고 본격 활동을 시작한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이보교)도 피해 업체 지원에 나섰다. 시위로 피해를 입은 한인 업체들을 위한 무료 법률 상담을 시작했다. 대표전화(312-985-6050) 또는 이메일(kasanctuarychurch@gmail.com)로 연락하면 된다. 아울러 인종차별 관련 교육·토론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시카고 시에서는 부서진 상점 복구와 관련 긴급히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응책을 마련해 한인사회에 안내했다. 이진 주 정부관계 사업계획개발 국장(Director of Business Planning and Development & Government Relations)은 “피해를 본 한인 업주들은 개인적으로 해당 지역 시의원실이나 상공회의소, 경찰서 등을 방문해 피해 현장 사진과 함께 상황을 보고하면 된다”며 “청소 등 협조가 필요할 때에도 이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로리 라이트풋 시장은 2일 연설을 통해 남부와 서부 중소기업들이 재건하고 회복하는 것을 돕기 위해 시가 1,000만 달러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동시에 민간 부문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시에서는 약탈을 당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펀드 사이트(https://www.formyblock.org)를 개설, 운영 중이다.

한편, 시카고에서도 시위가 격화되면서 한인회와 총영사관이 교민들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시카고 한인회(회장 이성배)는 2일 “이미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도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달라”며 “길거리 주차는 자제하고, 귀중품은 차 안에 두지 않은 것이 안전하다”고 주문했다.

시카고 총영사관(총영사 김영석)은 “시위 현장 방문과 위험 지역 내 사업 재개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긴급 상황 발생 시 현지 경찰 또는 시카고 총영사관(312-402-4425)으로 즉시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 2020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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