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파견 연방요원 “비밀경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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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규모 배치…“강력범죄 근절 지원” 일단 강조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JUL 23. THU. at 7:04 AM CT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 연방 법집행 요원들을 파견하겠다고 22일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이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직전 포틀랜드에서 ‘묻지마 체포’ 등 비밀경찰처럼 행동하며 시위대와 맞선 연방요원들의 일탈이 논란이 된 탓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폭력범죄로 고통받는 지역사회에 연방법 집행을 크게 늘릴 것”이라며 “범죄를 종식하기 위해 FBI 등 법집행 요원들을 시카고와 뉴멕시코 앨버커키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는 “올해 시카고에서 최소한 414명이 살해됐고, 이는 지난해보다 약 50% 증가한 것”이라며 “이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FBI와 다른 기관에서 수백 명의 연방경찰이 시카고로 파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리를 함께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도 “법무부가 이미 현지 경찰과 함께 일하고 있는 강력범죄 전담팀을 보강하기 위해 약 200명의 추가 요원을 시카고에, 약 35명을 앨버커키에 파견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는 연방정부가 강력범죄 퇴치를 위해 펼치고 있는 ‘레전드 작전’(Operation Legend)의 일환이다. 법무부 주도의 이 프로젝트는 이달 초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시작됐다. 작전 명칭은 지난달 자다가 총에 맞아 숨진 이 지역 출신 4살 소년 이름 ‘레전드 탈리퍼로’(LeGend Taliferro)에서 따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시카고 등 주요 도시를 적시해 연방요원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모두 ‘민주당이 운영하는 도시’라는 점에서 ‘법과 질서’를 앞세운 그의 재선 전략 중 하나라는 비판이 한창이다.

최근 오레곤 주 포틀랜드에서는 위장복을 입은 국토안보부 요원들이 일반 차량에 시위대를 실어가는 장면 등이 소셜미디어와 언론 등에 퍼지면서 우려와 비난을 산 바 있다. 이른바 ‘비밀경찰’같은 행동에 대해 일반 여론은 물론,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이를 비판하고 있다.

바 장관은 “(이번 파견은) 폭동과 폭도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작전과 다르다”며 “오늘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작전은 고전적인 범죄와의 싸움이다”고 설명했다.

시위대와의 싸움이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으로, 이는 연방정부가 수십 년 동안 현지 경찰과 협력해 시행해 온 ‘표준적인 반범죄 활동’의 하나라는 게 바 장관의 설명이다.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도 “포틀랜드에서 우리 부서가 목표로 삼은 것은 포틀랜드 연방법원을 파괴하려는 시도로부터 이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시카고에서 펼칠 활동은 거리 범죄로부터 대중을 보호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견되는 요원들은 국토안보부, FBI, 마약단속국, 연방보안관(United States Marshals Service), 주류·담배·화기 단속국(Bureau of Alcohol, Tobacco, Firearms and Explosives) 소속으로 현지 상황에 맞게 재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요원의 시카고 파견을 강하게 반대했던 로리 라이트풋 시장은 백악관의 이날 발표 직전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시카고 트리뷴 등 보도에 따르면 그는 “연방요원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카고에 와 있었다”며 “(파견되는) 그들은 연방군이 아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이들은 포틀랜드식 공권력을 행사하는 대신 기존 사건과 수사를 관리하고 감독할 것”이라며 “이는 크고 중요한 차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 전 전화를 걸어와 관련 계획을 논의했다며 “만약 발표된 내용과 달리 행동하는 게 있다면 시에서 연방정부를 고소할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앞서 라이트풋과 몇몇 다른 대도시 시장은 이번 주초 포틀랜드의 연방군 배치 금지를 요구하며 트럼프가 연방 장교와 요원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미국의 도시에 이러한 군대를 일방 배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연방주의의 근본적인 헌법적 보호와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빗 브라운 시카고 경찰청장도 연방정부의 추가 지원을 환영했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그는 “추가 자원은 범죄자들에게 그들의 행동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향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민주당 시장이 운영하는 도시를 대상으로 엄정한 법질서를 언급하는 데 대해 비판했다.

이 신문은 “시카고와 뉴욕 같은 주요 도시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급증하면서 대부분 관심을 끌었지만, 미국 전역의 많은 도시는 공화당 시장이 운영하는 도시들을 포함해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내달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는 100명이 넘는 살인사건이 발생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해를 맞고 있으며, 텍사스 주 포트워스는 올해 51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 36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 2020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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