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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좋았다. 아침부터 손흥민 축구를 보겠다고 모여 맨시티와 벌인 ‘카라비오컵’ 결승전을 봤다.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다 조금 더 기회가 많은 맨시티가 1:0으로 이겼다. 풀타임 뛴 손흥민은 경기 후 주저 앉아 울었다. 패장은 말이 없다, 눈물만 있을뿐.
경기 보며 엘리스 팬케익 아점. 먹고 별안간 “다운타운 가자” 급제안, 일찍 깨 졸려 죽겠는데도 ‘다운타운인데?’ 하는 소리에 솔깃, 동행을 결심했다. 그래서 예정에도 없이 다녀온 시카고 시내. 차에서 내리지도 말고 그냥 드라이브만 하고 오자,고 갔다.
그게 되나. 밀레니엄 팍 늘 차 세워두는 곳에 주차하고 좀 걷자 했다. 밀레니엄 팍을 관통해 볕 좋은 그곳 풍경을 즐겼다. BP 브릿지를 지나 제이 프리츠커 패빌리온(Jay Pritzker Pavilion)을 거쳐 늘 봐도 좋은 ‘땅콩'(The Bean. Cloud Gate)에 들렀다 다시 차로 오는 산책.
그리고 이어진 제안. 다음 행선지, 요즘 테크 기업들 모이는 핫플레이스 ‘풀턴 마켓'(Fulton Market)을 갈래, 링컨파크 동물원을 가볼래? 둘 다 못 가본 곳이라 둘 다 땡겼지만, 하나만 고르라고 해서 링컨파크를 택했다. 동물원, 들어가보는 건 담에 하기로 하고 일단 어딘지 ‘맛뵈기’만 하기로.
시카고가 대단한 게 도심 건축물도 유명하지만,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난개발하지 않는다는 것. 도심 진입하는 미시간호수 주변을 자연친화적으로 보존한다는 점, 이 비싼 땅에 이렇게 무료 동물원을 제법 규모 있게 둔다는 점 등등이 그것.(물론 주차비는 받지만.^^) “역시 시카고” 우리끼리 찬탄하며 동물원 도착.
동물원 주차장은 유료다(하루 25~30불). 하지만 ’30분 무료’라서 주차장 관통하면서 ‘여기가 입구’ 이 정도 둘러볼 수는 있다. 날 좋은 휴일, 백신도 많이 맞아서인지 주차장 차들이 꽉 들어서 있었다.
그래도 링컨파크 동물원 묘미는 ‘스트리트 파킹’이다. 그 뒷편으로 가면 길가에 길데 늘어선 차들을 볼 수 있다. 이곳도 차가 많았다. 운 좋으면, 차 세워두고 ‘공짜로’ 동물원 구경하는 게 시카고안들 또 재밋거리 중 하나. 담에 해보기로.
‘이 곳 온 김에 어르신들 사시던 근처 노인아파트 가보자.’ 그렇게 또 ‘여행’은 이어졌다. 부모님 세대가 미국에 이민 와 자리잡고 사셨던 곳이 불과 5분 거리에 있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된 곳이 ‘오즈 파크'(OZ Park). 차 안 내비를 봤을 때는 그냥 흔한 동네 공원 중 하나려니 했다.
그게 페친들 ‘숨은 보석’이라고 강추했던, ‘오즈의 마법사 공원’이었다. 공원 입구 ‘양철 나무꾼’을 봤을 때 덜컥 그 사실을 알아버렸다. 차 어떻게 세우든말든 내려 일단 사진부터. 페친 소개 본 기억 있어 도로시랑 겁장이 사자, 허수아비도 어딘가 있어야 했다. 공원을 찾아다녔다. 퍼즐 맞추듯 모두 다 직찍 성공!
공원에 사람들 엄청 많았다. 아이들도 많았고 부모 손 잡고 나온 아이들은 놀이터에, 야구 배트 들만한 아이들은 야구 경기를 하느라 여념 없었다. 잔디에 앉아 얘기하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책 읽는 사람, 나란히 산책하는 사람들…
그리고 추억의 노인아파트를 둘러봤다. 오즈파크 바로 옆, 빈곤 어르신들을 위해 시에서 운영하는 노인아파트란다. Dickens & Burling Apartmenrs. 지금은 한인들 많이 없지만, 부모님 세대 처음 터잡고 각자 ‘미나리’ 삶을 사신 곳. ‘나중 다 여기 모여살자’ 이 얘긴, 지리적인 이점 때문이었다. 호수도 가깝고 다운타운도 가깝고, 오즈 파크도 있고 불라불라. 어떻게 살아? 모르지, 그건.
잠깐 마실다녀오자 한 게 엄청 많은 일을 하고 온 꼴이 됐다. 아점 먹고 출발했는데 모두 배가 고팠다. 출발, 도시와 뒤섞인 듀폴대 구경. 그리고 중부시장 2층 식당으로 고고. 난 회덮밥을 먹었다. 이렇게라도 회를 보충하고 싶었다.
집 와, 잤다. 일요일은 쉬어야 했다. 그래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브래드 피트가 ‘여우조연상 윤여정’을 호명할 땐 기분 째졌다.
(23:18.0425.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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