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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대 큰 울림, 박수·춤 절로 흥부자…숨은 명소 다운타운 곳곳
시카고 다운타운(536 N Clark St, Chicago, IL 60654)에 있는 ‘블루시카고’(BlueChicago)에 다녀왔다. 40년 역사를 지닌, 시카고는 물론 전세계 블루스 팬들이 즐겨찾는다는 블루스 클럽. ‘시카고 블루스’ 제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는 ‘히든 젬’이라며 지인이 몇 해 전부터 ‘꼭 가보자’고 했던 곳. 결국 지난 9일(금) 버킷 리스트 한 줄을 지웠다.
블루스 혹은 재즈는 굳이 전문가 아니더라도 그 ‘소울’과 ‘기교’에 마음 훅 가는 음악 장르이다. 몰라도 루이 암스트롱이나 비비 킹, 혹은 ‘블루스 브러더스’는 안다. 시카고가 블루스와 재즈로 유명한 도시라는 건 지인을 통해 알았다.
시카고 소울을 담았다 ‘시카고 블루스’ 태동
블루스 경우 ‘소울’을 빼놓을 수 없다. 뉴올리언즈에서 길거리 오픈된 재즈에 마음 빼앗겼다면, 이날 일렉트로닉 음향 자욱하게 ‘하드한’ 시카고 블루스는 또다른 맛을 내게 안겼다.
‘시카고 블루스’(Chicago Blues)는 하나의 장르다.
시카고 블루스는 1940년 무렵 시카고에서 시작된 블루스 스타일의 하나이다. ‘어쿠스틱 기타의 연주된 델타 블루스에 일렉트릭 기타를 도입해 밴드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블루시카고도 홈페이지를 통해 ‘시카고 블루스는 주로 남부에서 중서부로 이주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시작한 일렉트릭 스타일의 블루스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대공황 시절, 미국 남부 출신 블루스 음악가들이 시카고에 정착하면서 ‘시카고 블루스’를 태동시켰다. ‘델타 블루스’로 불린 초기 블루스가 기타와 하모니카 위주 단순한 악기로 이뤄졌다면, 시카고에서는 여기에 일렉트릭 기타, 드럼, 건반(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접목했다. ‘비트가 강하며 경쾌하고 빠른 블루스’로 진화했다.
대표적인 시카고 블루스 음악가로는 머디 워터스(Muddy Waters), 윌리 딕슨(Willie Dixon), 버디 가이(Buddy Guy)가 있다. 유명 시카고 블루스 밴드 기타리스트 출신인 버디 가이는 시카고 와바시 애비뉴(700 S Wabash Ave)에서 직접 블루스클럽 ‘버디 가이즈 레전드”(Buddy Guy’s Legends)’를 열었다.
한편, 블루시카고를 거쳐간 블루스 전설들도 부지기수다. 블루시카고는 코코 테일러(Koko Taylor), 보니 리(Bonnie Lee), 카렌 캐롤(Karen Carroll), 윌리 켄트(Willie Kent), 조니 무어(Johnny B Moore), 매직 슬림(Magic Slim), 에디 클리어워터(Eddie Clearwater), 에디 샤우(Eddie Shaw), 버디 스캇(Buddy Scott), 에디 러스크(Eddie Lusk) 등이 이곳을 거쳐갔다고 소개했다.
[참조자료1] ‘시카고 블루스’는 이런 음악
[참조자료2] 재즈와 블루스의 크로스로드, 시카고
운영 40년째 코지하지만 강렬한 ‘블루시카고’
‘블루시카고’는 클락 길(536 N Clark St.)에 있다. 1985년부터 따뜻하고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정통 시카고 블루스의 제 멋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40년 째다.
인기 호텔과 레스토랑이 즐비한 리버 노스(River North) 엔터테인먼트 지구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가까운 사거리에 ‘저렇게 리모델링할 거면 왜 했나’ 볼 때마다 생각나는 맥도날드와 거의 플래그십 역할 하는 포틸로스가 있다. 둘 다 시카고에서 처음 시작된 패스트푸드 업체들이다.
저녁은 포틸로스에서 해결했다. 잔뜩 적신 이탈리안 비프가 여기 내 최애 메뉴이다.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곁들이니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오랜만 먹으니 더 맛있었다.
여기 매장 분위기는 또 동네 포틸로스와 달랐다. 탁 트인 넓은 공간에 여기저기 벽에 걸린 장식들이 눈에 띄었다. 시카고 하키팀 블랙호크가 우승했을 당시 휘장도 한 쪽에 걸려 있었다. 2층도 있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불금인데도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2층은 막아놨으며, 1층도 빈 자리가 있었다.
‘블루시카고’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한 5, 60명 들어서니 꽉 찼다. 오전 8시 문을 열고 오후 9시 첫 공연을 한다. 공연은 1시간 하고 약 15분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것 같았다.(브레이크 타임 시간, 집 가야해서 나와 확인 못했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1시 30분까지, 토요일은 오전 2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쉰다.
입장료가 있다. 이날 한 사람당 15불 받았다. 수,목, 일요일 입장료는 1인당 12불, 금요일과 토요일은 15불이다.
맥주는 6불 혹은 7불에 마실 수 있다. 소울에 젖으려면, 속을 적시고 가야 하는데 다운타운에 집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냥 나중으로 미뤘다.
한가지!!!! 여기 ‘캐시 온리’이다. 현금만 받는다. 신용카드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 의도하지 않게 지인에게 이날 온통 신세를 졌다. 입구에 ATM이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바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셔츠, 포스터 등 여러 품목도 판매한다. 그림과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가격이 20불이다. 공연 중 무대 위 팁 통에 팁을 줄 수 있고, 출연 가수와 밴드 CD도 별도 구매할 수 있다. 이날 팁을 주는 사람은 꽤 있었지만, 우리 있는 동안 CD를 사는 사람은 못봤다.
여기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 거구의 할아버지(이름이 Lorenzo란다)가 공연 시작 전 인사말을 한다. “팁 꼭 챙겨줘라” 이 말 잊지 않는다.
몇 가지 추가 사항. 실내는 금연이다. 어린이 입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시카고시와 일리노이주 규정에 따라 유효한 신분증을 보유한 21세 이상만 입장할 수 있다. 음식 서빙은 하지 않으며, 알코올 음료와 청량음료를 제공한다. 예약은 받지 않는다. 입장은 선착순이다.
그날 그날 연주자가 다르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두 6개 팀이 돌아가며 하루 하루를 책임진다.
이날 공연은 마이크 휠러 블루스 밴드(Mike Wheeler Blues Band)와 셜리 존슨(Shirley Johnson)이 맡았다.
블루시카고에 따르면 밴드의 리더인 마이크 휠러는 시카고 블루스 커뮤니티의 뛰어난 핵심 인물이다. 시카고의 유명한 밴드인 빅 제임스 앤 더 시카고 플레이보이즈’(Big James & The Chicago Playboys)의 멤버로, 그룹과 함께 5개 앨범을 녹음했다.
시카고 블루스 음악의 홍보대사로서 전 세계를 여행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시카고 블루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셜리 존슨은 블루시카고 직원들로부터 ‘블루스의 연인’으로 불린다. 1990년대부터 이곳에서 공연했다. 소울과 가스펠도 다룰 수 있는 투박하고 목소리가 큰 블루스 가수로서, 6살 때부터 고향 버지니아주 플랭클린의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다. 80년대 시카고로 이주해 블루스 서킷에서 활동했으며, 그곳에서 블루스와 소울을 모두 연주했다.
이미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한 지인은 셜리 존슨 무대가 다소 아쉬웠다고 전했다. 소울은 여전한데, 예전같은 발성을 내지 못하는 게 역력하다는 평가. 많이 힘들고 지쳐보였다. 이른바 ‘꺾기’에서 다소 아슬아슬한 모습도 연출했다.
반면 마이크 휠러 밴드는 우리 둘 모두 후한 점수를 줬다. 밴드는 키보드까지 모두 4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베이스 기타를 치는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얼굴 표정과 몸짓은 무대 있는 내내 시선을 끌었다. 드럼 연주자의 상시 웃는 표정도 눈길이 갔다. 마이크 휠러, 이 리드 싱어는 ‘원곡이 어떤 소리인지 잊어버릴 정도로 모든 노래와 연주를 너무 잘한다’는 홈페이지 소개를 고개 끄덕거리게 했다.
사운드는 생각보다 엄청 컸다. 공연이 시작되면 옆 사람과 얘기는 거의 힘들다. 몸이 쿵쿵 진동이 느껴질 정도. 분위기 무르익으니 사람들 무대에 나와 여럿 춤도 춘다. 시카고 블루스/재즈 축제 때 거리에서 사람들 보였던 모습이다. ‘그래, 이게 시카고지’ 나는 그 흥이 여전히 좋다.
시카고 블루스·재즈 또 유명한 여기 ‘다음에’
시카고 블루스와 재즈 유명한 곳(venues)이 블루시카고 말고 시카고 곳곳에 많다.
구글 검색 결과로도 하우스 오브 블루스 시카고(House of Blues Restaurant & Bar. 329 N Dearborn St), 킹스턴 마인즈(Kingston Mines. 2548 N Halsted St), 로사 라운지(Rosa’s Lounge. 3420 W Armitage Ave), 재즈 쇼케이스(Jazz Showcase. 806 S Plymouth Ct), 하우스 오브 블루스 기어 숍 시카고(House of Blues Gear Shop Chicago. 329 N Dearborn St), 리 언리디드 블루스(Lee’s Unleaded Blues. 7401 S South Chicago Ave) 등 다양한 곳을 찾을 수 있다.
블루하우스에 가기 전 지인의 안내를 받아 ‘하우스 오브 블루스 시카고’와 ‘앤디스 재즈 클럽’을 둘러봤다. 하우스 오브 시카고는 시카고 유명 건축물인 마리나 시티(일명 옥수수빌딩) 1층에 있어 지리적 잇점을 지니고 있다.
안에까지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매우 멋지게 꾸며놓은 입구에 비해 극장식 바 형태 실내 공연 무대는 좀 맥빠진 느낌이었다. 식사하면서 음악을 듣는 구조인데, 지인은 “이른 시간이라 아직 본 무대가 시작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대가 너무 컸나, 그런 생각.
앤디스 재즈 클럽은 못들어가봤다 좁은 입구에서 15불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입구 안쪽에 사람들이 줄을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밖 창으로 안으로 들여다봤을 때 무대에서 한 팀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인 말에 따르면 여기 연주자들 대부분이 ‘백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시카고 재즈의 한 특성인데 백인들이 많이 재즈에 입문해 역시 한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앤디 클럽은 이들을 위한 대표 무대로 잘 알려져 있다고. 나중, 여기는 한번 와보자고 약속했다.
어차피 반기별로 한번은 시카고 블루스, 시카고 재즈 공연장들을 함께 순례해보자는 우리 다짐. 기회 닿으면 나머지 장소들도 다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블루시카고 첫 인상이 기대 이상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시카고 최고의 뷰로 손꼽는 애들러 천문관 앞 풍경. 밤은 더 좋더라.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FEB 10. 2024. SAT at 6:38 PM CST
@2024 박영주의 시카고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