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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일가족 살해 버팔로 그로브 현장 남은 슬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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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잇단 추모…집 앞 꽃·인형·편지 애도 가득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DEC 18. 2022. SUN at 4:16 PM CST

지난 18일(일), 버팔로 그로브 일가족 5명이 숨진 현장에 다녀왔다. 시카고 추위가 본격화한 이날, 바람이 무척 셌다. 목적지로 향하던 차를 돌려 ‘들러보자’ 했던 곳을 찾았다. 시카고 교외 도시인 버팔로 그로브의 아카시아 테라스 2800블록. 집에서 9분 거리, 오가며 지나쳤을 곳이다. 이곳에서 지난달 30일(수) 6살, 4살 두 아이를 포함해 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베라와 그녀의 6살, 4살 두 딸이 죽은 채 뱔견된 버팔로 그로브 자택 앞 추모 흔적들.

경찰 수사 결과, 용의자는 남편 안드레이 키슬리악(39)이었다. 그가 이혼 소송 중인 아내와 두 딸 비비안(6)과 아밀리아(4), 그리고 아이들의 할머니이자 자신의 친모인 릴리아 키슬리악(67)을 살해하고 자살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이 키우던 반려견도 죽은 채 현장에 있었다.

살해 동기는 가정폭력이었다. 아내는 수차례 남편의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했고, 안드레이와 베라는 이혼 소송 중이었다. 참혹한 죽임을 당하기 직전 아내 베라는 남편의 접근금지 명령을 풀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게 비극의 시발점이 됐다.

레이크 카운티 법원 기록에 따르면, 남편은 매우 폭력적인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 7월부터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아내는 법원에 남편이 매춘부들을 집에 데려왔고, 마약을 즐겨 했으며, 차를 훔쳤고, 자신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증언했다. 법원은 아내의 보호명령을 받아들여 남편 안드레이의 가족과 집 접근을 불허했다. 지난 11월 1일 아내의 보호명령 해제 요청에 따라 안드레이는 다시 집에 들어와 살게 됐다. 그리고 한 달 후 결국,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벨라루시 태생인 안드레이는 친구를 통해 아내 베라를 만났고, 민스크에서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숨진 아이들 할머니 릴리아는 지난 9월 말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이곳으로 이사 왔다가 변을 당했다.

두 딸 비비안(6살), 아말리아(4살)와 함께 미소 짓고 있는 엄마 베라 키슬리악.

사건이 발생하고 약 보름 지난 16일(금) 버팔로 그로브 공원 내 지역예술센터에는 지역사회 구성원, 친구, 이웃 등 100여 명의 사람이 모여 최근 발생한 이 지역 모녀 등 다섯 가족의 죽음을 애도했다. 사람들은 각자 추억과 사진, 꽃 등을 나누며 그들의 죽음을 추모한 동시에 당국에 가정폭력을 막기 위한 더 많은 조치를 촉구했다.

시카고 트리뷴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성모 마리아 보호 러시아 정교회 대성당(Holy Virgin Protection Russian Orthodox Cathedral)의 레온티 나이지온스 주교의 기도와 설교에 이어 지인 등이 연사로 나서 이들 가족과의 사연을 나누며 충격과 슬픔을 표현했다.

꽃다발과 놓인 사진 중에는 베라가 수영장에서 당시 아기였던 아밀리아를 안고 있고 비비안이 그 옆에서 웃는 모습, 베라와 딸 중 한 명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도 있었다.

친구이자 이웃인 릴리야 조라예바(Liliya Dzhoraeva)는 “"날씨가 좋을 때 이들 가족과 내내 공원에서 놀곤 했다”며 베라와 그녀의 소중한 두 딸 비비안, 아밀리아와의 추억을 되새겼다.

<이 기사는 뉴스1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금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한 사람들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개설된 이 계정에는 18일 오후 3시 현재 모두 1,300명 이상이 참여해 총 7만 1,169달러를 모금했다. 모금한 돈은 전부 이들의 가족이 미국에 오는 교통비와 장례 비용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게 개설자의 설명이다.

사건 현장을 방문한 18일 오후 집 앞 골목에는 경찰차 한 대 외 사람들 자취는 없었다. 집 어귀 한쪽에 엄마 베라가 웃고 있는 두 딸과 함께 미소 짓고 있는 커다란 사진 아래에 사람들이 두고 간 꽃과 인형, 편지, 성모 마리아 기념상 등이 가득 놓여 있었다. 전날 내린 눈으로 사람들 슬픔과 아픔도 얼어있었다.

죽은 친구 비비안에게 함께 공부한 친구 메기 콜린이 남긴 친필 편지.

“비비안에게. 너와 많은 즐거운 추억이 있고, 너는 내게 아주 좋은 친절한 친구였어. 너와 친구였던 게 넘 고마워. 우리는 널 아주 많이 그리워할 거야.”

인형들 사이에 놓여 있는 편지. 친구 매기 콜린이 친구 비비안에게 남긴 마음이다.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비극, 나쁜 어른들이 착한 아이들 목숨을 뺏는 일은 다시 없어야겠다, 생각하며 무겁게 발걸음을 뗐다.

사건 발생 보름 여가 지났지만, 경찰이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 18일 현장을 방문한 시각, 인적은 없었다.

#기사제보(yjpark@kakao.com)

@2022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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