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s: 56
12부작 한류 열풍 재점화…세월호•5월 광주 연상 남겨진 자들 몫은?
넷플릭스가 지난 1월 28일 전세계 공개한 K-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영어제목: All of us are dead)은 이미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이미 예고편만 일주일 새 1,000만 명 이상 시청했다니 식지않는 K-드라마 열풍의 적자로 손색 없었다.
봤다. 근데 3일에 걸쳐 봐도 총12화 이 작품 다 못봤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좀비물 ‘좋아하면서 못 보는’ 개인 특성상, 간혹 잔혹한 화면에 내상을 입는 채로 꾸준히 보기엔 내공이 부족했다. 보다 체할까, 조금씩 끊어봐 그나마 절반의 성공을 일궜다. 요즘 보다 만 영화 드라마 몇 개 있다. 마동석 나온 마블영화 이터널스(2021)가 그렇고, 권나라 실망만 한 ‘불가살’(2022)이 그렇다. 빨리보기로 본 ‘고요의 바다’(2021)도 비슷한 범주. 그런 거에 비하면, 지금 우리 학교는 이 좀비물 훨 낫다. 같은 장르 ‘킹덤’ 같은 격조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잘 만들고 재밌게 볼 수 있다.
학교에 좀비가 발생했다. 확산은 시간 문제. 효산 시의 효산고등학교 학생들 모두 좀비가 됐고, 학교 밖으로 퍼졌으며, 시 전체가 좀비 천국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한 계엄령, 서울을 포함 전국, 전세계 확산도 시간 문제. 치료제 만드는 법은 이 바이러스를 만든 효산고 과학선생 과학실 노트북에 있다. 학교에 살아남아 있는 아이들, 어른들 누구도 구하러 오지 않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이 이어지고 살아남기 위해 학생들은 때로 분열하면서도 연대한다. 그 와중에 신인류이자 무증상 감염자인 절비’(절반만 좀비)도 나오고 상황은 살아남은 자들을 중심으로 외연을 거듭 확대해나간다…
이 12부작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세월호를 차용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바다에 가라앉는 배가 모두가 좀비로 변하는 학교로 바뀌었을 뿐, 방치된 아이들의 절규는 고스란히 남는다. 작심하고 세월호를 알게하는 대사들, 살려고 고군분투하는 아이들 입을 통해 여과없이 드러낸다.
“누가 구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이야?”
“구하러 온다고 해도 우리가 첫번째는 아닐거야. 우리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은 아니쟎아. 그냥 학생,이쟎아.”
“아이, 우리 그냥 여기 있자. 어른들이 알아서 구하러 오겠지.”
“여기 있고 싶으면 있어. 근데 난 어른들 안 믿어.”
“내가 절차에 따라 다 도와준다고 했쟎아요.”
“그 절차 때문에 사람 못 구한 적이 너무 많아요.”
“경찰도 소방관도 아무도 안 왔어요. 나중에 누군가라도 이 영상 보면 관계자들 꼭 처벌해주세요. 다들 우리를 버렸어, 전부 다.”
저 또래 아이들 수십명이 그대로 바다에 수장했다. 여전히 아프다. 그 슬픔이 고스란히 어떤 장면에선 이 드라마에 묻혔다. #잊지않을게 해놓고 어느새 잊었다. 그래서 더 아프다.
30일 오후 3:23 현재, 일단 제7화 인트로 부분까지 봤다. 이제 절반. 한 회당 1시간 넘는 분량, 이게 무려 12화다. 이렇게 만든 감독도 대단하지만, 그걸 또 다 보려는 나도 다 본 시청자들도 대단하다. 그래도 보기 시작하니 계속 보게 된다. 이것저것 이 사람 저 사람 이얘기 저얘기 버무려가며 내용 이끌어가는 내공이 연출자나 스토리텔러나 만만치 않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작가 주동근) 원작이라는데, 그 덕도 많이 봤다.
흥미진진, 제5화에서는 이른바 ‘절비’도 탄생한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의식을 흡수한다면 새로운 인류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과학 쌤의 말. 그렇게 ‘신인류’가 등장한다. 근데 그게 하필 ‘일진 따까리’ 귀남(유인수). 주인공 청산(윤찬영)에게 당한만큼 5화 불사조로 재탄생한 그는 이제 청산’만’ 쫓는다.
게다가 바로 그 귀남에게 학대•멸시당하던 학폭 피해자 또한 불사조로 탄생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변해 하나씩 ‘새 인류’로 거듭났으니 6회 이후 전개도 볼만.(근데, 귀남한테 물리면?)
이런 류 ‘절비’(절반만 좀비)가 늘어날 태세. ‘좀비 피 흘러도 인간’이면 이거 괜찮지 않나. 말 그대로 천하무적. 살아남아 치료제 발견하면 나으면 되고.
“이거, 이러면 천국이쟎아.”
좀비 천지로 변한 세상, 좀비의 어떤 위협도 없이 ‘의식을 갖고’ 활개 칠 수 있으니 귀남의 이 말도 맞다.
사태는 악화되고 ‘5.18 광주’ 이후 처음 효산기에 계엄령이 선포된다. 계엄령 군대의 고압적인 자세. 저런 상황 저럴 수 있겠다 싶지만, 향후 ‘군대’가 위기에 빠진 국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이후 지켜봐야할 대목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 “광주가 생각났다” 하는 걸로 봐 그럴만한 지점이 있지 않나 생각도.
출연진들은 낯설다. 혹자는 가장 유명한 사람이 과학선생 이병찬(김병철)이란다. 얼마나 날쌘지 좀비 떼 무력화시키는 청산(윤찬영)이 종횡무진 활약한다. 온조(박지후)와 소꿉친구이면서 썸도 탄다. 여주 온조 앙상한 캐릭터는 좀 아쉽다. 후반부 기대해봄직.
‘맨수’로 불리는 수혁(로몬)은 두드러진다. 일진도 무서워하는 전직 일진이다. 쌈 잘하는데 잘 생겼다. 드라마에서 멋짐과 액션 담당. 원래 이름 ‘솔로몬’에서 로몬으로 개명했단다. 우즈베키스탄(맞나?) 태생이란 이력도 눈길. 반장 남라(조이현)를 좋아한다. 귀남에게 물린 남라 운명은?
나연(이유미), 이 친구 이 드라마 최강 빌런. ‘기생수’(기초생활수급자)라며 친구 경수(함성민)를 멸시하다 끝내 일부터 좀비 피를 묻혀 그를 좀비로 만들어버린다. 팀 꾸렸을 때 절대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인물, 그만큼 본인 연기는 잘 소화했다. 개인적으로 맘 고생 좀 했을 듯 한 느낌.
드라마 첫 회에서 ‘좀비 햄스터’에 물려 이 모든 비극의 시발점이 된 최초 좀비 현주 역할 맡은 정이서도 확 떴다. 뭐든 처음이 갖는 인상은 도드라진다.
이외 유튜버 ‘귤까는 소리’(이시훈)도 재밌는 캐릭터. 원작엔 없는 인물이란다. 유치원 아이들 좀비에 쫓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좀비 창궐하는 학교 옥상에 있던 일진 피해자 두 사람. “우리만 왕따네, 여전히 지옥이고.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모두 다” 그 중 하나가 말한 이 대사가 어쩌면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누구를 왕따로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왕따는 공존하는 세상을 지옥으로 느낀다. 그런 세상, 전체가 하나를 말살하는 사회, 그런 지옥을 만들지 말아야한다는 역설. 감독이 그걸 말하고자 했다면 좀 과한 생각인가.
연출 이재규 감독.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 대사로 유명한 드라마 ‘다모’(2003)와 ‘베토벤 바이러스’(2008)로 잘 알려져있으며, ‘역린’’(2014)과 완벽한 타인’(2018) 등 비교적 흥행 성공한 영화도 연출했다.
(연출자들, 근데 ‘씨X’ 이것 좀 덜 쓰면 좋겠다. 욕부터 배운다는 외국어, 이러다 씨X 만국 공통어 될라.)
28일 공개되고 하루 만에 전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 미국 많이 본 콘텐츠 3위 찍었다. ‘고요의 바다’와 ‘불가살’로 까먹은 한류 인기 이 드라마로 완전 회복. 아니, 아 두 드라마로 훼손되기에는 이미 한류 드라마 인기가 어마무시한 건 지도.
넷플릭스 올해만 20몇편의 한류 콘텐츠 공급한단다. 디즈니플러스 등 타 경쟁 OTT 서비스가 이걸 못따라와 절대 열세에 빠졌다는 분석도 있는 걸 보면, 콘텐츠 분야 한류 인기는 올해도 꼭짓점 향해 달려갈 기세. 물론, BTS도 여전 건재하고.
남은 절반 보고 리뷰 2탄은 그때. #힘남으면
*지금 우리 학교는 예고편 보기. https://youtu.be/IN5TD4VRcSM
<17:19.0130.해.2022.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