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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영화(혹은 시리즈물)에 대한 호불호가 장르에 따른 선호도 때문일까, 아니면 감독 연출에 따른 것인가가 궁금했다. 남들 다 치켜세우는 것도 어떤 건 너무 날 거 같아서, 어떨 땐 너무 유치무도해서 안 내킬 때가 있다. 개취(개인의 취향)라고 보면 되겠지만, 그 간극이 때론 너무 커, 내가 너무 뜨악하게 보는 거 아닌가, 자기반성 아닌 자기 성찰을 할 때도 왕왕 있다.
이 시리즈물 ‘지옥’이 그렇다. 오징어게임-마이네임 뒤를 이어 ‘넷플릭스 한류’를 이끌 것으로 이미 공개 전부터 유명세를 탔던 작품. 기괴한 자(저승사자)들의 험한 액션 뿜뿜하는 예고편과 함께 넷플릭스 제법 공들였다.
바로 어제, 19일(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이 총 6부작 시리즈물 ‘지옥’(영어제목 Hellbound)은 ‘넌 언제 죽어, 지옥 갈 거야’라는 천사(같지 않지만)의 ‘고지’를 받아 그 날짜에 등장하는 저승사자에 의해 불에 탄 시체처럼 ‘시연’당하는 사람들과 이를 둘러싼 신흥종교 ‘새진리회’, 이들 광신도를 막으려는 또 다른 조직 ‘소도’의 대립을 그렸다.
(‘대순진리회’를 연상케 하는 이름, 그리고 ‘어떤 범죄자도 이곳에 들어오면 못 건드린다’는 우리가 배운 바로 그 소도’(蘇塗)가 차용됐다.)
드라마는 각 3회씩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1~3화 유아인(정진수 역)이 1대 의장을 맡은 시기와 이후 이동희(김정칠 역)가 2대 의장 역을 맡은 기간. 정진수 의장이 새진리회를 만들고 토대를 닦았다면, 김정칠 2대 의장은 새진리회 번성기와 몰락의 전조를 맡는다.(김정칠 역 맡은 이동희, 제법 비중 큰데 네이버 ‘지옥’ 소개란 등장인물 코너에도 안 나온다. 홀대다.)
이런 구성은 반전을 가미할 극의 전개를 위해 필연. 정진수의 죽음은 새진리회의 폭발적 성장과 극의 다음 전개를 위해 절대 필요한 장치이다. 그 역시 고지를 받았고, 그것을 정의를 실현키 위한 ‘신의 의도’로 해석해 새진리회 교리를 닦았기 때문. 죄? 지옥을 갈만한 죄를 지었나? 드라마는 고지를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끝없이 이를 질문한다.
제3화 마지막 부분 등 드라마 초기에는 새진리회 태동과 교리를 소개하면서 장황한 설명이 늘어져 좀 지루하다. 우락부락 근육이 살아 움직이는 저승사자 3명(세 놈?)이 등장하는 1회 초반부는 눈길을 확 끌지만, 말이 말로 이어지면서 양익준(진경훈 형사 역)과 김현주(민혜진 변호사 역) 역할도 기대에 못 미친다.(게다가 진경훈은 4회부터는 안 나온다, 아예. 양익준에게 기대하는 게 있는데, 그걸 충분히 뽑아먹지 못한 느낌?)
오히려 제4화부터 박진감 있는 전개. 방송국 PD인 배영재(박정민 분)와 그의 아내 송소현(원진아 분)이 갓 낳은 아기가 고지를 받는다? 지은 죄 때문에 신의 벌을 받는다고 주장해온 새진리회의 교리적 토대가 무너질 위기, 새진리회와 그들의 행동대 격인 ‘화살촉’이 아이의 시연 생중계를 막기 위해 나서면서 얘기는 절정으로 흘러간다. 이 과정의 나름 쫄깃한 맛은 덤.
‘믿지 않는 자들을 응징한다’는 화살촉 조직원들의 통제 불능 폭력은 거리낄 게 없다. 그 폭력이 무서워 사람들 입을 다물고, 새진리회는 세력을 확장해간다. 살인도 불사하는 겁박에 배영재가 말한다. “공포를 조장해 사람들을 통제하는 곳이 새진리회 말고 또 어딘 줄 아느냐. 바로 지옥이다.”
종교가 폭력을 수반할 경우,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지옥에 다름 아니다. 안 믿는 자를 응징하는 게 아니라, 포용하고 설득하는 게 바로 참종교의 힘. 그런 면에서 새진리회는 ‘신의 위대함을 앞세우지만’ 그 자체 사이비 종교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의 끝은 불친절하다. ‘이게 끝?’ 나만 이러진 않을 터. 결국, 인간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도움은 어디선가 오는 걸까.
마지막 장면 그 택시기사는 어쩌면 신 아니었을까. “나는 신이라는 놈 잘 모릅니다. 아는 건 여기가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거. 인간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지적 시점(!)의 이 대사.
고지 받은 자칭 ‘메시아’라 칭했던 유튜버를 시연할 때 저승사자 셋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사라진다. 이전처럼 온전체로 다른 시공간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몸이 ‘소멸’하며 흔적없이 사라진다. ‘응징’은 이제 사라진 걸까.
그리고, 고지를 받았음에도 살아남은 아이를 안고 민혜진 변호사가 현장을 빠져나온다. 택시기사 ‘말’-저승사자 ‘소멸’-살아남은 아이. 이렇게 연결되는 씬, 어쩌면 인간세계에 대한 신의 단죄를 이제 멈추고 다시 인간 자율성에 맡긴다는 극의 의도 아닐까 싶다.
결국 신의 의지나 신의 의도, 이른바 ‘신의 뜻대로’가 아닌 인간에게 신이 부여한 ‘자율성’이 인간 삶을 규정해야 한다는 거.
그리고 6부작 마지막 장면(말하면 스포)은 이런 해석을 더욱 짙게 한다. 거짓 메시야는 죽고 새 생명은 죽지 않았다. 그렇게 새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다… 뭐 그렇게 나름 의미 부여.
등장인물 가운데 유아인은 아쉽고 양익준은 더 아쉽다. 양익준이란 캐릭터는 욕지거리 내뱉으며 ‘악한 본성’을 드러내야 제맛. 지옥에서는 아내 잃고 딸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며 너무 순하게 묘사됐다.(유아인은 그게 유아인인지 몰랐다는 사람도 적지 않더라.) 박정자 역할 맡은 김신록이라는 배우는 재발견. 뜻하지 않게 마지막 ‘19금’을 장식한다. 화살촉 유투버 이동욱 역의 김도윤도 눈길. 박정민·송소현은 그만그만.
시즌2 나온다에 한 표. ‘오징어게임’도 그렇고 앞서 ‘킹덤’도 그렇고 이제 웬만한 넷플릭스 한류 드라마는 시즌2 제작이 기본 될 추세. 물론, 이 드라마 ‘지옥’도 전세계 시청자 호응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초반은 지루하고 결말은 어려워 연출자 의도가 충분히 먹힐지는 미지수.
이 시리즈물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텔러로 참여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웹툰을 안 봤으니 드라마와 비교는 불가. 그래도 웹툰으로 봤으면 훨씬 재밌겠다, 그런 생각은 했다.
연상호 감독. 부산행 반도 염력 등을 연출. 1,100만을 넘은 부산행은 나도 재밌게 봤다. 그나마 열연하는 등장인물들 개성이 훅 다가온 덕분. 그에 비해 ‘반도’는 부산행 재미 그 이상 별로였던 영화. 들쭉날쭉 평가는 엇갈린 셈. 데뷔작이 1997년 영화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풍경’이란다. 이때부터 그의 작품 ‘치료가 필요한’ 군상들 혹은 세상살이를 다룬 셈.
#사족1. 드라마 시작 부분 인트로, 멋지다.
#사족2. 이거, 청소년 관람불가다.
*’지옥’ 예고편 보기. https://youtu.be/JbRiuqg6Sy4
<15:27.1120.흙.2021.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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