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나그네를 위하여 남겨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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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이 코로나 사태로 올가을학기에도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수업료는 다 받는다고 해 많은 유학생이 온라인상에서 들불처럼 불만을 쏟아내던 그날, 국토안보부 소속 이민단속국(ICE)이 모든 외국인 학생들을 아예 패닉에 빠뜨리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F-1 / M-1 학생비자로 공부하는 외국학생은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적어도 한 학기에 12학점 이상 풀타임(Full-time) 지위를 지켜야 합니다. 지난 봄학기 코로나로 락다운(Lock-down) 되면서 학교수업이 온라인으로 운영되자, 이민국은 예외적으로 그러한 수업에 참여하여도 학생비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상식적인 일입니다.

생명보다는 경제를 위해 너무 서둘러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기하도록 백악관이 앞장서 나라를 이끈 결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채 떨어지기도 전 급진전 해 최고기록을 세우는 우울한 7월, 중고등학교를 포함해 모든 학교가 올 가을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이미 나온 발표를 보면 현장수업 재개, 온라인 수업, 두 가지 모두 옵션으로 주는 곳 등 그야말로 중구난방의 혼란 상황입니다.

모든 강경 반이민정책의 근원인 스티브 밀러가 이번에도 배경에 있습니다.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학교에 다니는 것은 더이상 학생비자 신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봐줄 수 없고, 학교를 그만두든지 아니면 현장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로 전학 가라는 것입니다. 학생비자를 발급하는 학교에 가을학기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국토안보부에 바로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장학금 없이 대부분 전액학비를 내고 있고, 명문대와 대학권 중심의 연구종합대학에서는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서, 각 학교는 학교 재정을 위해 현장수업을 늘려야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학생분들은 너무 놀라지 마시고 학교의 유학생담당직원 DSO(Designated School Official)에게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은 약 110만 명 정도 됩니다. 이 중에 3분의 1은 중국인이며, 20%는 인도 출신입니다. 한국은 조금 떨어진 3위로 약 5만여 명의 유학생이 F-1 비자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마 출신국가 1위가 중국인 것이 이러한 조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만, 근본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심한 결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누구인들 없겠습니까. 다만 이 모든 난리와 시행착오 와중에 늘 불만의 탈출구로 이 땅의 나그네인 이민자와 외국인을 희생양 삼는 대통령의 정책들은 이제 3년이 넘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놀랍고 서글픈 기분이 듭니다. 트럼프 대통령 조부는 1885년 독일에서 이민을 왔으니 그는 우리식으로 말해 이민 3세입니다. 그의 아내 멜라니아는 모델로 활동하다가 2001년 영주권을 받았고 2005년 트럼프와 결혼한 후 미국시민이 된 슬로베니아 출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옆에 있는 세인트존 교회 앞에서 사진찍기 위해 손에 들었던 성경 속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네가 네 포도원의 포도를 딴 후에 그 남은 것을 다시 따지 말고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남겨두라. 너는 애굽 땅에서 종 되었던 것을 기억하라. 이러므로 내가 네게 이 일을 행하라 명령하노라(신명기 24:21~22).

글/ 김영언 변호사(법무법인 미래. ryan@mirae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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