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언] 트럼프, 조커, 그리고 포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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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란 1세 이민자분들에게 트럼프란 단어는 미국의 45대 대통령 이름이 아니라, 미국에서 플레잉 카드(Playing Card)라 불리는, 하트 스페이드 등 4가지 모양에 숫자가 쓰여 있는 서양식 화투놀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대통령 트럼프 일가는 할아버지가 독일에서 미국으로 이민 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성은 ‘Drumph’였고 그 성은 본래 독일에서 ‘Trumme’에서 유래하였는데 영어로는 그 뜻이 드러머(Drummer), 그러니까 ‘북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 성은 그 집안의 직업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트럼프가 지난 4년간 보여주는 대통령으로서의 모습은 연예인처럼 나 좀 알아달라고 사방으로 북치는 사람같기도 합니다.

이민법과 관련해서 트럼프가 내내 치는 북소리에 이민자들은 상당히 곤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의 불리한 상황을 핑계로 해외신규이민 중단같은 반이민정책을 더욱 밀어부치는 것을 보면 참 일관성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트럼프판에는 상황이 불리해도 전세를 역전시키는 비장의 와일드카드로 ‘조커’라는 게 있습니다. 돌아보면 흔히들 생각하는 것보다 반이민정책도 트럼프가 원한대로 다 되지는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조커로 삼권분립에 따른 법원의 견제가 있습니다. 트럼프가 전가의 보도인 행정명령으로 DACA를 금지시킨 것을 친이민단체와 이민변호사협회의 오랜 법정싸움 끝에 얼마전 대법원의 결정으로 제도를 유지시킨 것도 멋진 조커였습니다.

바로 지난달에는 공적부조(Public Charge) 행정명령을 법원이 요령있게 제한하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이라는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당분간이라도 개인정보의 지나친 공개와 이민국 심사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게 했으니 정말 비장의 카드가 된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행정명령이라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 미국에서 의회가 제정권한을 가진 법률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누가 어떻게 미국의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을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와 절차는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기존 이민시스템을 완전히 없애고 우수한 인력에게만 이민을 허락하려는 점수제 이민법안(RAISE Act)같은 것도 의회 상하원이 모두 공화당 다수가 아닌 한 통과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삼권분립은 참으로 강력한 조커입니다.

사실 반이민 정책 시도를 알리는 신문과 언론 기사는 매일 넘쳐납니다. 트럼프가 북을 계속 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트럼프판에서 떨리는 게임을 치르고 있는 저의 의뢰인과 이민자분들께 이렇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 판에는 조커도 종종 등장하고 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최대한 평안히 기다려 주기를요.

지난 몇달간 재정절벽으로 인해 이민국 직원의 3분의 2인 1만 3,000명을 무급휴직시킨다는 폭탄발표로 이민자들이 상당히 염려하고 있었습니다. 의회의 코로나 구제패키지 안에도 이민국에 대한 지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9월부터 이민국의 개점휴업 상태는 불가피해 보였었지요.

그렇지만 이번 주 이민국은 공공의 염려와 압력을 감안한다는 이유를 들면서 이민국 내부의 지출을 구조조정하여 최소한 올 연말까지 이민국을 정상 운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조금만 더 포커페이스를 씨익 날리면서 기다려 보시지요. 독자 여러분과 우리 한인 동포사회의 안녕과 평강을 기원합니다.

/글=김영언 변호사(법무법인 미래 ryan@mirae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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