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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JUL 23. 2022. SAT at 11:13 PM CDT
오늘 어딘가를 갈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오전 10시 잡힌 치과 예약도 취소해야 하지 않나 할 정도로 어제 잠들 때 시작한 천둥·번개가 밤새 계속됐다. 쾅 소리에 잠에서 깰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비는 또 어찌나 내리던지. 새벽 5시 깨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시 잠들었다 깨길 반복.
예정에 없던 ‘거라지 세일(garage sale. 창고 세일) 순례’는 거짓말처럼 날이 좋아 가능했다. “11:30쯤 hawthorn club 온 동네 garage sale 하는 거 구경하러 가려는데 가시려는지” 이런 문자 받고 “그러겠다.” 했다. 동네 형님 내외 초대. 날도 좋았고, 거라지 세일은 언제 한번 제대로 경험해보자 했던 터. 미국 와 잠깐잠깐 들러보긴 했지만, 제맛 느끼기에는 역부족. 타운 전체가 날 정해 하는 거라지 세일이라니 볼 것, 경험할 것 많겠다 싶었다.
생각보다 많은 집이 거라지 세일을 하는 건 아니었다. 나눠준 안내도에는 10개 집이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 방문한 시각 장을 편 곳은 3, 4곳에 불과했다. 오후에 더 문을 열지는 모르겠다.
첫 집. 거라지 세일하면 항상 함께 연상되는 게 그 집 아이들 레모네이드 파는 거. 영화에서 보면 세상 귀여운 아이들 앙증맞은 손으로 레모네이드 주고 돈 받는 장면 왕왕 나온다. 이 집이 그랬다. 1달러 동전 주고 산 레모네이드, 그냥 ‘도네이션’ 개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될 듯.^^
이날 거라지 세일 네 집 돌았다. 판매하는 주종은 아이들 장난감. 아이들 크니 쓰던 거 내다 파는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거라지 세일도 변질해 중고 물건 사다 가짓수를 채운다는 말도 있던데, 오늘 이 타운의 거라지 세일은 그렇진 않아 보였다.
아이들 용품 많아서인지 아이들(이라기보다 아기들) 데리고 온 젊은 부모들이 없는 고객 다수였다. 예전에는 가구들도 있었고, 체육용품 등 이것저것 다양한 물건을 구비했다고 하는데, 이제 그런 것들은 대부분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를 이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페이스북만 해도 지역 온라인 장터를 운영 중이다. 온라인 쇼핑몰 지역별 특화된 서비스도 많고. 그래도 때만 되면 이렇게 이곳저곳 거라지 세일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물건 내놓은 지인들은 친절했다. 이것저것 말을 건네며 상품 설명하는 친절한 아줌마도 있었고, 직접 자기가 타던 보드 시연해 보이며 설명하던 아이도 있었다. 물건에 직접 가격표를 붙여 이용자 편의를 도모한 곳이 있는가 하면, 맘에 드는 물건 물어봐야 가격을 알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어떤 아줌마 애들 스키복(스노우복) 있냐 물으니 직접 집에 들어가 아이가 입었을 옷을 꺼내 보여주는 친절도 서슴지 않는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정’을 주고받는 장터.
20불에 많은 걸 샀다. 대부분 형님 내외 손녀 줄 장난감과 책들. 뭣보다 5불 주고 산 빨간 세발자전거. 메이커도 유명한 곳이라는데, 저걸 5불 주고 살 수 있는 게 거라지 세일 매력 아닌가 싶다. 책도 소리 나는 거 두꺼운 거 가리지 않고 그냥 1불이다. 마지막 들른 곳 아이들 타는 것(플라즈마 불라불라 뭐라 하던데, 이름 까먹었다)을 20불에 주고 사는 바람에 전체 구입가가 40불로 확 뛰었다.
한 시간 넘게 여기저기 둘러본 것 같다. 트렁크 가득 채운 물건들, ‘에리얼 좋겠네’ 산 물건 쓸 아이보다 먼저 그걸 산 어른들이 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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