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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접종 이튿날 통증…자원봉사 어르신들 ‘큰감사’
*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APR 18 SUN. at 15:27 PM CDT
지난 12일(월) 백신을 맞았다. 페북에 많이 게시하는 백신 접종 카드 인증샷도 물론, 찍었다.(올리진 않았다, 한국도 생각나고) 접종 이틀째, 첫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튿날 맞은 부위 살짝 뻐근하고, 만지면 제법 통증도 있었다. 2차 접종은 더 아프다던데. 화이자를 맞았다.
처음엔 65세 이상, 이어 16세 이상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2일부터 접종 대상이 16세 이상 성인 누구나로 확대됐다. 미국에서는 신청만 하면, 백신이 허락되는 대로 누구나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단, 백신 특성상 모더나는 18세 이상부터) 이 와중에 존슨앤존슨 혈전 발생 사고로 인한 미국 내 사용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이미 JJ 백신을 맞은 800만 명이 넘는 접종자들을 걱정해야 하는 상태가 됐다. 급하게 만든 백신, 여전히 어려운 과제라는 한 단면.
난 레이크 카운티 백신 포탈 ‘AllVax’에 2, 3주 전 신청을 마쳤다. 때가 되면 받아야지… 급하진 않았다. 월그린에서, CVS에서, 심지어 타주에서 백신을 맞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주변에서 많이 맞으면 우리야 좋지’ 이렇게 생각했다. 그 생각도 틀리진 않다.^^ 아는 형네 맞았다. 예약했다 이 소리 들으니까 쪼금 ‘그럼 우리도?’ 생각했다. 특히 일리노이에서도 재확산 조짐이 분명해지면서 ‘맞을 거 후딱 맞자’ 생각했다. 그래서 월그린 앱 내려받아 이른 아침 한 두번 시도도 해보고, 누가 마리아노스 가능하다고 해서 것도 해봤다.
꽝. 5시간을 매달렸다, 예약신청 하는 중 다른 사람이 채가더라,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더라, 존슨앤존슨 1,500만 회분 폐기했다더라… 이런저런 이유로 ‘에잇 언젠간 맞을테지’ 월그린 앱도 닫았다.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어 1년을 버텼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곧’ 전국민 맞을 거라고 했는데 좀 더 기다리지 뭐, 그랬다.
그러다 아는 형네서 보낸 불금. 그날 형 내외 백신 맞고 와 아팠다, 안 아팠다 어땠다 얘기를 듣다가 혹시나 하고 휴대폰 메일 확인. 안 보고 지나간 메일 중 ‘AllVax’ 단어가 보여 웅? 하고 열어봤다. 혹시나 했던 거. 근데 그게 ‘접종 예약하라’는 메일이었다. ㅎ;; 했다. 뭐뭐 체크했더니 얼마 안돼 바로 접종 날짜와 장소가 확정됐고, QR코드 담긴 확인 메일도 왔다. 앗싸. 불금 즐기다 서로 하이파이브. 맛 좋아 맥주도 2병 더 마셨다.
이미 주차장에 제법 많은 차들. 앞서 가는 차를 따라 같이 들어갔는데, 자원봉사하는 주차요원이 “여긴 장애인 주차, 넌 저쪽으로~” 해서 다른 곳 차 세우고 잠깐 심호흡. 마스크 무장하고, 휴대폰에 저장된 온라인 예약증 확인하고 머리 한번 쓸어넘기고. 날도 좋았다.
입구에 서면, 자원봉사자 어르신이 예약증 접종일시를 확인하고 들여보내준다. 건물에 들어서면 또다른 자봉 어르신이 간단한 안내말과 도움을 제공, 순서대로 입장을 시킨다. 접종이 이뤄지는 실내에 들어서 깜짝 놀랐다. 박람회장이라더니 정말 엄청 넓은 곳에서 대량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여기저기 온통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일사천리, 사람들을 안내하고 도움말을 준다. 백신을 맞기 위해 종일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 응대하느라 이들 손길도 바쁘다. 이들 대부분 자원봉사라는 거, 그리도 대부분 은퇴하셨음 직한 어르신들이라는 점이 놀랍고 감사했다. 군복 차림 주방위군 자원봉사자들도 여기저기. 내내 불편도 없었고, 긴장도 없었다. 웃으며 접종 끝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모두 이분들, 자원봉사 어르신들 덕분.
안내하는 대로 여러 부스 중 한 곳에 섰다. 태블릿PC를 드신 어르신, 예약증 QR코드를 찍은 후 이름과 생년월일 등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쏟아지는 질문.(월그린 다녀온 형님 내외분 별다른 확인 없이 바로 접종했다던데, 헉) 다행히 친절하신 할아버지 태블릿 보시며 천천히 질문 주셨고, “열나냐?” “어디 아픈 데 있냐?” “백신 맞은 적 있냐?” “코비드 걸린 적 있냐?” 등등 묻는 말에 “아니오”만 연발하면 됐다. 막판 뭔가 체크를 하라는데, 이 짧은 문장이 통 해석이 안됐다. 알고보니 ‘너 여기 온 거’ 가족에 알려도 되냐 아니면 알리지 말까 둘 중 하나 선택하는 거. 진땀 흘리다 도움받아 그 중 하나에 체크.(음 영어…공부…아직… 멀었…)
(신분증이나 보험증, 가져갔지만, 이런 걸 따로 확인하진 않았다. 접종 대상이 확대돼서인지 ‘접종 자격이 되냐’ 그런 질문도 받지 않았다.)
주사 놓는 분이 계시고, 어디선가 백신 주사를 받아 가져오시는 분도 계시다. 역할 분담, 한 테이블마다 ‘2인1조’로 움직이는 방식. 주사 딜리버리 하시는 분도 자원봉사자 할아버지. “한국?” 가득 웃으시며 한국말 건네 깜짝 놀랐다. 서툴지만, 한국말 하시는 할아버지를 거기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한국에서 한 7년 대학 관련 일을 하셨다는 거 같은데, 사람 세상 좋은 분이셨다.
간단하게 본인 확인하고 따끔 ‘뭥미?’ 할 정도로 금방 접종이 끝났다. 그리고 받아든 접종카드. 그때 ‘비로소’ 화이자를 맞은 걸 알았다. 2차 접종 일시는 적혀 있지 않았다. 메일로 2차 접종일을 알려줄 거란다.(접종 후 바로 확인 메일 도착. ‘화이자는 21일 뒤 2차 접종이 이뤄지며, 일주일 전 다시 이메일로 시간을 알려주겠다’는 내용. 참고로 모더나는 28일 뒤 2차를 접종한다.)
진심 감사를 전하고 그곳을 나섰다. 그냥 집에 가는 거 아니다. 다시 자봉의 안내를 받아 한켠에 마련된 곳에서 최소 15분 ‘후유증’ 체크를 위해 머물러야 한다. 접종도 했겠다, 사이드 이펙트도 없겠다, 여유를 갖고 실내를 둘러봤다. 미국, 코로나19 우습게 여기던 대통령 시절과 달리 팔 걷어붙이니 정말 무섭게 일 처리한다는 느낌. 하루 350만 건의 접종이 이뤄지는 나라, 사는 곳 5마일 내 작은 약국에서도 접종이 이뤄지는 곳, 6억 회분 접종량을 확보했다는 저돌적인 공세(물론, 백신 독점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지만), 맘먹고 하는 속도전 이 기세라면 일부 저항에도 불구, 코로나19 제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 바이든 대통령도 그 시점을 ‘7월 15일 독립기념일’로 못박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재확산 조짐과 변이 바이러스는 물론 여전히 강력한 복병.
어지럼증도 없고, 팔 통증도 없이 ‘거뜬하게’ 접종소를 나왔다. 여전히 주차장 꽉 채운 차량들. 마스크를 벗으며 또 ‘이걸 언제 안 쓸 수 있나’ 그런 생각 했다.
통증은 이튿날 왔다. 처음엔 맞은 부위 뻐근하다 통증으로 이어졌다. 일 하는 내내 불편할 정도. 살짝 무언가에 닿으면 통증 백배. 다시 이튿날, 접종 3일째 거짓말처럼 아픔이 가셨다. 타이레놀도, 게토레이도 먹고 마시지 않았다. 묵직한 통증, 못 견딜만하진 않았다. 2차 접종 후 더 큰 통증 예고하지만, 까짓.
(어제, 17일 화이자 CEO에 이어 모더나 CEO도 ‘3차 백신’(Booster shot)을 최소 가을까진 내놓겠다고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 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인데, 백신 효과 논란(6개월?)과 함께 추가 백신 접종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된 느낌. 독감 백신처럼 매년 맞아야 할 거라는 전문가들 지적이 나온 건 이미 오래.)
오늘, 일요일(18일)자로 일리노이 접종자 수가 800만 명(약 42%)을 넘어섰다. CDC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 내 최소 1회 이상 접종 건수는 1억 3,120만 회, 40%에 달한다. 2차 완료 비율은 25%. 어제 통화한 한국 계신 아버님은 이틀 뒤 화이자 맞으신단다. 한국, K방역 성공담, 백신 접종 확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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