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긴장 속 코스트코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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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Mar 4 Wed. at 07:40 PM CT

시카고에서도 샴버그•글렌뷰 코스트코에 사람들 북적, 휴지와 생수가 동이 났다는 어제•오늘 지인들 얘기를 듣고 ‘그럼 우리 동네 Costco는?’ 함 와봤다. 겸사 휴지도 사고, 비상식량(!) 뭐 할 거 없나 둘러볼겸.

퇴근 시간 임에도 일단 북적대는 인파는 없었다. 서두르는 기색도, 카트 가득 엄청난 물량을 담은 사람도 그닥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둘러보다 제일 먼저 쌀 코너에서 잠깐 실감했다. 현미(brown rice)만 조금 남아있고 그 옆 일반 쌀 코너는 텅텅 비어있었다. 물건 사러 온 동양인 묻는 말에 직원 “다 팔렸다” 말뿐.

카트를 몰고 휴지 코너로 갔다. 오가는 사람들 카트에 하나 혹은 두 개씩 휴지를 담아놓고 움직이는 모습들은 분명 일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정말, 한 사람도 거르지 않고 카트에 휴지는 하나 이상 챙겼다.

살짝 맘이 급했다. 다행히 휴지 코너에 살 수 있는 잔량이 꽤 됐다. 문제는 그 옆, 두번째 그리고 처음보다 더 놀라운 광경.

생수 코너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덜렁 가격표만이 이 곳이 생수코너였다는 것을 알려줬다. 지나가던 인도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나도 씁쓸한 기분.

하나 살 거 휴지를 두 개 담았다. 눈치는 좀 보였지만, 왠지 하나론 부족하다 싶은 심정. ㅎ;; 나오는 길 카트 가득 휴지를 담은 사람 몇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좋아하는 마카다미아넛 쿠키를 사러 다른 쪽으로 이동했을 때 들른, 신선제품을 저장•판매하는 냉장코너의 절반 이상 비어있는 모습에서도 현 위기와 우려를 읽을 수 있었다.

계산대는 여전히 북적대지 않았다. 생각보다 차분했지만, 이른바 생필품이라고 여겨지는 상품들의 ‘sold out’ 현상은 우리 지역 마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전날 동네 월그린과 CVS에서 손세정제(세니타이저)와 마스크 완판을 실제 경험한 뒤라 위기는 피부에 와 닿아있었다. 아마존도, 페북에 뜨는 스폰서 업체도 모두 ‘out of stock’인 건 매한가지.(그러면서 페북 광고는 왜 하는 건지)

오늘(4일)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11명으로 늘었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워싱턴 주에 이어 한인 최다 밀집 지역인 LA도 오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미 지역전파가 오래전 시작됐다는 전문가들 불운한 진단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선거에만 관심있는 트럼프는 “뭘 걱정해” 고집하는 것도 모자라 “네 기도가 부족해 바이든이 대승했다”며 백악관에서 어제 자정께 고함치며 펜스를 격렬히 몰아부쳤다니, 정말 그의 정신 승리 하나는 혀를 찰 정도.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진단키트는 계속 오류가 나고, 이 때문에 주 정부는 CDC 확진 결과만 기다린다는 웃지 못할 현실이 눈앞에 닥쳤다. 이런 불량한 의료 시스템을 보면 여기, ‘내가 아는 그 미국 맞나’ 싶다.

사다 놓은 휴지 두 꾸러미와 라면 몇 팩을 바라보며 소소한 안심을 한다. 필터만 갈아주면 냉장고 물 나오니 생수 안사도 된다는 데서 위로라도 구한다.

#함내라대한민국 오늘도 외치면서 ‘힘내자’ 서로를 격려하며 이겨낼 수밖에.

코스트코 다녀와 산토끼를 부르며 비누 듬뿍 묻혀 손 박박 씻었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최선 중에선 이게 제일 낫다.

© 2020 박영주의 시카고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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