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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yjpark@kakao.com)
APR 14. 2024. SUN at 4:14 PM CDT
미국 태생 유명 한인 요리사로 2013년 제임스 비어드상 최우수 요리사상을 수상하기도 한 데이비드 장(David Chang. 한국이름 장석호)이 상표권 논란에 휩싸였다.
데이비드 장은 자신의 회사 모모후쿠(Momofuku)가 ‘칠리 크런치’(chili crunch)라는 용어를 상표로 등록하려 했다는 비판에 대해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공개 사과했다.
모모후쿠의 셰프이자 창업자인 장과 모모후쿠의 CEO인 마거리트 마리스칼은 지난 12일 장의 팟캐스트 ‘데이브 장 쇼’ 에피소드에서 더 이상 이 상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거나 소외감을 느꼈거나 한계를 느낀 AAPI(Asian Americans and Pacific Islanders) 커뮤니티 모든 분께 사과 드리고 싶다”라며 “저와 친한 셰프들이 많이 있다, 화가 난 많은 사람과 고객이 있고, 그런 일은 제가 원치 않았던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나는 성인 생활의 대부분을 아시아 음식, 아시아계 미국인 음식, 아시아계 정체성,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람들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하며 정말 사과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상표권 논란은 지난 4일 가디언이 ‘’상표 깡패’: ‘칠리 크런치’를 판매하는 모든 사람들을 비난한 모모후쿠’(Trademark bully’: Momofuku turns up heat on others selling ‘chili crunch)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모모후쿠는 ‘칠리 크런치’(chili crunch 또는 chile crunch)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회사들에 사용 중지 서한을 보냈으며, 미국 특허청(USPTO)에 ‘칠리 크런치’(chili crunch)를 상표로 등록하기를 기대했다.
칠리 크런치는 고추와 오일로 만든 아시아 문화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콤한 조미료이다. 마른 고추 조각과 바싹하게 튀긴 마늘, 참깨와 사천 고추로 만든 진한 빨간색 조미료로, 한때 거의 비밀 소스로 사용됐다.
칠리 크리스프, 칠리 오일, 크런치 칠리 소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제품은 2021년 미국 식료품 시장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지만, 모모후쿠가 이 제품을 최초로 판매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수십 개의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으며, 브랜드마다 고유한 레시피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일부는 장의 회사처럼 이름에 ‘크런치’라는 단어를 넣기도 한다.
2020년 모모후쿠는 2018년에 출시한 칠리 크런치를 본격 판매하기 시작했다.
장의 회사는 2023년 미 특허청으로부터 ‘e’로 표기된 ‘칠레 크런치’(chile crunch)라는 용어에 대한 권리를 획득했다. 모모후쿠는 덴버에 본사를 둔 칠레 콜로니얼(Chile Colonial) 회사로부터 ‘칠레 크런치’라는 용어에 대한 권리를 취득했다.
이어 모모후쿠는 지난 3월 29일 ‘i’로 표기된 ‘칠리 크런치’(chili crunch) 상표를 출원했고, 동시에 이 이름을 사용하는 모든 업체에 사용 중지를 요구한 것이다.
판매 중지 서한을 받은 업체들이 당장 반발했다. ABC 뉴스는’ 칠리 크런치’ 이름을 사용해 온 소규모 자영업체 호미아(Homiah)를 한 사례로 꼽았다.
모모후쿠는 호미아에 90일 이내 ‘칠리 크런치’라는 명칭 사용을 중단하고 향후 이 이름과 관련된 모든 상표를 사용하거나 등록 신청하지 않는 데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호미아의 창립자이자 CEO인 미셸 튜는 링크드인을 통해 장을 ‘상표 깡패’(trademark bully)라고 부르며, 그의 회사 조치를 강하게 비난했다.
“나는 항상 모모후쿠의 팬이자 지지자였다, 우리 식료품 저장실과 냉동실에 모모후쿠 제품을 수없이 쌓아두었다”라고 말한 그녀는 “모모후카 요구를 협박이라고 단정했다.
튜는 “호미아의 삼발 칠리 크런치(trademark bully) 제품은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수 세대에 걸쳐 내려오는 노니 할머니의 가족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 개인적인 제품”이라며 “아시아 식품 업계에서 유명하고 존경받는 기업이 훨씬 작은 규모로 운영하는 1인 방송인 저에게 가족의 역사와 문화의 일부인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협박한다는 사실에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천 칠리 소스 회사인 플라이 바이 징의 설립자이자 CEO인 징 가오도 링크드인에서 장의 회사가 “소수민족 여성이 창업한 소규모 기업을 포함한 수많은 브랜드를 공격하고 있다”며 “실망스럽다”고 썼다.
가오는 “이런 행동이 성공한다면 공정한 경쟁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선례가 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문화 용어의 소유권을 차지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는 말할 것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페킹하우스의 셰프이자 창업자인 에릭 황은 투데이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음식에 상표를 붙이는 것은 자본주의의 넌센스”라며 “식음료 업계에서 AAPI를 독보적으로 대표하는 사람의 행위로서는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발이 크게 확산하자 모모후쿠와 장 쉐프가 사태 진화를 위해 나섰다. 장은 “이번 브랜드 분쟁을 우호적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장과 마리스칼은 팟캐스트에서 ‘모모후쿠가 칠리 크런치 제품을 출시했을 때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칠레 콜로니얼로부터 사용 중지 서한을 받았다”며 “이를 상호 협력을 통해 영구 라이선스를 부여받음으로써 해결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우리가 사용 중지 서한을 보낸 것은 칠레 콜로니얼로부터 중지 요청을 받은 것과 같은 이유”라며 “특허청을 통해 상표를 방어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상표를 잃을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 중지를 강요하지는 않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지만, 마리스칼 CEO는 모모후쿠가 다른 회사에서 ‘칠리 크런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상표를 어떻게 처리하고 보호할지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으로서 우리는 이 상표를 강제하지 않음으로써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우리보다 훨씬 더 큰 누군가가 나타나서 우리가 이를 시행하지 않으니 자신들이 이 상표를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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